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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상(回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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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5월 16일 [순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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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변호사 이 병 호 | ⓒ 순창신문 | | 나는 본시 전남 담양 출신이지만 전북 순창과 인연이 깊어 지금도 순창신문을 구독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4월 18일자 순창신문에 장안만목(長安萬目)이 불여장성일목(不如長城一目)이라는 제하(題下)에 노사 기정진 선생에 관한 기사가 나와 있어서 이를 읽어 보면서 흘러간 60여년 전, 한 때 순창읍내에서 숙식(宿食)을 함께 했던 홍원표(洪元杓)라는 어른 생각이 떠오른다.
그 어른이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로는 장안 만목이 불여장성일목이라는 말이 있게 된 연유는 노사 선생 재세시(在世時) 서울에 중국 사신이 와서 조정(朝政)의 문신(文臣)들과 시문(時文)을 말하던 중 중국 사신이 오경루상삼경월(五更樓上三更月)이라는 시 한귀를 내놓으며 대구(對句)를 지어보라 하니 많은 문신들이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바로 대구(對句)를 내놓지 못하자 누군가가 이 대구를 바로 내놓을 사람은 장성의 기노사 밖에 없다 하는지라 사람을 장성에 급파하여 대구(對句)를 부탁하니 즉석에서 구월산중춘초록(九月山中春草綠)이라고 지어주는지라 이를 받아 본 서울의 문신들이 말하기를 장안만목이 불여장성일목이라고 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로는 조선 왕조 시절 임금님이 늦은 밤에 서울 거리를 순찰하는데 통금 시간이 넘었는데도 어떤 젊은이가 바쁜 걸음으로 걸어가는지라 임금님이 동행 신하를 시키어 이를 붙잡아 꿇어앉히고 “무엇을 하는 놈이냐? 도둑 아니냐?” 묻는 지라, 젊은이가 대답하기를 “저는 근처 서당에서 글공부를 하는 사람인데 바로 이웃이 처가(妻家)여서 갑자기 아내가 보고 싶어서 다녀오는 중입니다.”라고 대답하는지라, 임금님이 다시 “서생이면 글을 쓸 줄 알겠구나?” 하였고 “조금 쓸 줄 압니다.” “그러면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글로 써 보아라.”하여 젊은이가 즉석에서 “포향동창어불휴(抱向東窓語不休) 반함교태반함수(半含嬌態半含羞)-동창을 향하여 끌어안고 말은 쉬지 않았고, 반은 애교를 머금고 반은 부끄럼을 머금었더라.” 라고 지어 올리는지라, 임금님이 이를 보고 젊은이를 풀어주게 하였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나라의 질서가 무너지고 위태로워지자 임금님이 평소 멀리하던 신하를 불러 묻기를 어쩌다가 나라가 이 모양이 되었는가 하문(下問)하니 신하가 대답하기를 “선선이불용지(善善而不用之)하고 오악이불능거(惡惡而不能拒)하여 여차지종(如此至終)이로소이다-좋은 일을 좋다 하면서 이를 사용하지 않고 궂은 것을 싫다하면서 이를 제거하지 못해서 이에 이르렀소이다.”라고 대답하였다 하며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좋은 일인지 알면서도 실행하지 못하고, 옳지 못한 일을 싫어하면서도 용감하게 물리치지 못하여 어려운 지경에 빠질 수 있으니 명심하라고 하던 말이 생각난다.
나는 순창군청에 임시직원으로 취직한 후 보통고시, 고등고시 예비고시, 고등고시에 합격하여 사법관시보를 거쳐 판사로 임명된 후 20여 년 간 근무하다가 퇴임하고 변호사 생활을 하다가 지난해부터 변호사 업무를 휴업하였는데 광주 재야 법조에서 원로회원 모임에 참석하여 달라는 통지가 있어 모임 회식(會食)에 참석하게 되었다. 회식 석상에서 회장이 나에게 오랜 법조 생활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였다.
문득 생각나는 일 한 가지, 형사단독 재판을 할 때 간통죄로 법정에 선 남녀의 심문을 마치고 마지막에 남자 피고인에게 “형기를 마친 뒤에 또 다시 저 여자를 만날 것이냐?” 물은 즉 남자 대답하기를 “다시 저 여자를 만나지 않겠습니다.” 한다. 이 말을 들은 여자 피고인이 땅바닥에 주저앉으며 “이 의리 없는 놈아! 네가 그럴지 몰랐다. 죽을 때까지 헤어지지 말잔 놈이 다시 만나지 않겠다니 이럴 수가 있느냐?”하며 땅바닥을 뒹구는 지라, 나는 아차 쓸데없는 질문을 하였구나 생각하며 “판결 선고는 몇 월 며칠에 한다.”고 말하고 서둘러 법정을 나온 씁쓸한 기억이 떠오를 뿐이었다. 생각하면 나는 기억력이 너무 부족한 때문인가, 지난날의 회상은 너무나 단조로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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