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논산 훈련소에 입소한 지 벌써 2주가 흘렀다. 집 안은 여전히 그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고 있다. 식탁에 놓인 빈 의자, 저녁마다 들리던 웃음소리 소리까지 사라진 공간은 묘한 적막으로 가득하다. 아버지로서 마음 한쪽은 대한 건아로 자랐다는 것이 자랑스럽지만, 다른 한쪽은 허전함과 [
04/09 09:47]
주말이면 가끔 자전거를 탄다. 집을 나와 북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수유동에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이 나온다. 그곳에 들러 책 몇 권을 고른다. 새 책처럼 반듯하지는 않지만, 누군가의 시간을 한 번 통과해 온 책들이다. 가격도 절반쯤이라 마음이 가볍다. 책을 배낭에 넣고 다시 자전거에 오른 [
04/03 09:34]
청렴의 재정의, 금품ㆍ청탁을 넘어 '사유'로 지금까지 내가 생각했던 청렴은 비교적 명확했다. 법을 어기지 않고, 누군가로부터 부당한 이득을 취하지 않으며, 공무원 행동강령을 준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을 흔들었던 그 밤을 목격하며 나는 청렴의 정의를 다 [
03/0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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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계신 어머니께서 애지중지 키우던 고양이가 12일째 감감무소식이라며 걱정하는 문자를 아침 일찍 보내셨다. 출처를 알 수 없는 그야말로 ‘길냥이’였는데, 운명처럼 어느 날 시골집에 찾아왔다. 어머니께서는 몇 년을 알뜰살뜰 챙겨주고, 하루 이상 집을 비우면 ‘고양이 밥 줘야 [
02/13 15:24]
지난주부터 시작된 서울의 겨울은 끝없는 한파의 행렬이다. 매일 영하의 날씨에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은 마치 쇳소리처럼 날카롭고, 숨결은 공기 속에서 곧 얼어붙는다.
과거 서울을 기준으로 영하 10도 이하가 엿새 이상 지속된 사례는 2016년 1월이 마지막이었으며 겨울철 기온이 오르면 [
02/06 15:33]
내가 중학교에 다녔던 1970년대는 남북한의 서로 적대감을 표출하며 대립하였다. 박정희 대통령이 통치하던 시절인데, 학교나 마을의 담벼락에는 ‘반공(反共)’ 관련 포스터나 표어가 붙어 있었다. “의심나면 다시 보고 수상하면 신고하자”. “강력한 국력 앞에 물러가는 붉은 마수”리라는 표 [
01/26 09:29]
마르틴 하이데거는 인간을 ‘현존재(Dasein)’라 불렀다. 그는 인간이 무엇인가를 규정하지 않았다. 다만 인간은 자기 존재를 물어야 하는 존재라고 말했다, 존재는 완성된 형상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스스로를 드러내고 또 지워가는 존재라는 뜻일 것이다. 사르트르는 존재가 본질에 앞선다 [
01/05 14:46]
필자는 지난해 11월 27일, 순창읍 주민자치위원회 주관으로 순창읍 행정복지센터에서 주민 60여 분을 모시고 열린 ‘2024년 주민자치 교양강좌’에 강사로 참여한 바 있다. 이날 강의에서는 ‘순창형 주민주도 문제해결을 위한 전제조건’을 화두로 삼아 주민력과 주민자치의 의미에 대해 이야 [
12/24 15:58]
작년 윤석열이 친위구테타를 일으켜 외환을 획책하고 국민에게 총 뿌리를 겨누어 국민의 생명을 위해 하고자 한 내란을 일으킨 12.3이 벌써 1년이 지나갔다. 그런데 1년이 다되도록 내란을 빨리 종식시키지 못하고 아직도 내란 세력과 싸우는 중이다.
이렇게 내란을 쉽게 종식시키지 못한 [
12/15 16:46]
지난 7월로 기억합니다. 이재명대통령이 ‘배임죄가 남용되어 기업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라는 발언을 한 것에 이어 9월에는 민주당의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에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하는 것을 목표로 연내처리를 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였습니다. [
12/05 10:24]
지난 9월 중순에 개인적 역사를 새로 썼다. 총 700km가 넘는 백두대간을 4년 만에 드디어 다 걸은 것이다. (비법정구간을 빼고, 일부 인증지 주변 산행 등으로 실제로는 600여km를 산행함.) 산행인들의 꿈같은 로망 중 하나인 ‘대간 종주’를 해낸 것이다. 나로서는 2022년 1 [
11/25 17:01]
가을은 언제나 나를 산으로 이끈다. 그 계절의 냄새, 바람의 결, 나뭇잎이 물드는 속도까지도 산에서 가장 선명하게 느껴진다. 지난주 나는 서울 종로 서실에서 함께 서예를 하였던 지인들과 설악산 오세암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한 버스는 약 2시간 만에 백담사 [
11/14 09:32]
어린 시절 여름방학 때의 일이다. 학교는 날씨가 덥다고 방학을 하지만, 시골은 농사일로 더 바빠지는 시간이다. 논에 김도 매고 병충해를 막기 위해 농약을 뿌리기도 해야 했다. 나도 모처럼 몸이 약해서 힘들어 하시는 아버지를 돕겠다고 나섰다. 즉, 볏논에 농약을 하겠다고 했다. [
10/17 10:22]
친구는 보약 같은 존재다. 어느 유행가에서도 그렇게 노래한다. 나이가 들수록 그 말이 옳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를 더 먹으면 이 생각은 더 공고해지리라. 다음 달이면 정기적으로 보는 친구 모임이 있다. 1년에 두 번, 그러니까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한 번씩 본다. 개별적으로는 언제나 [
09/12 10:26]
순창은 유구한 역사와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지만, 오랫동안 그 가치가 군민의 일상과 지역 발전 속에서 충분히 조명되지 못했다.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옥천문화연구원은 ‘순창의 숨은 보물’을 발굴하고 계승하는 역할을 자임하며, 지난 7년간 옥천문화아카데미를 이어오고 있다. [
09/05 09:37]
2차 세계대전 이후 우리나라는 흔히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는 국가라고 세계에 자랑한다. 그럴 때마다 항상 이야기하는 것이 박정희는 산업화를 이룬 대통령, 김대중은 민주화를 이룬 대통령으로 이야기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김대중을 이러한 프레임으로 가두려는 시도를 경계하여 [
08/22 09:24]
소설 토지를 몇 달간 몰입하여 읽었다. A형 독감으로 5일간 읽지 못한 날을 제외하고, 매일 틈틈이 책을 펼쳤다. 휴일에는 아침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빠져들며 읽었다. 흥미로운 전체 스토리도 매력적이었지만, 각 인물의 삶에 깊이 공감하며 그들의 희로애락을 함께 느꼈다. 특히 월선과 [
08/14 0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