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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덕 작은 도서관

2025년 12월 05일 [순창신문]

 

↑↑ 야마우지 가가리 / 동화작가

ⓒ 순창신문



순창군의 네 번째 작은 도서관인 팔덕 작은 도서관은 2022년 5월 28일에 개관식을 가졌었다. 필자는 팔덕면에 도서관이 생겼을 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랐다.

처음에 팔덕면에서 살게 되었을 때는 너무 시골이라 논과 밭, 산만 있지 문화공간이 하나도 없어서 실망이 컸었다. 장롱면허증인 필자는 순창읍까지 갔다 오려면 이동시간이 많이 걸려 선 듯 읍까지 가기가 어려웠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거나 빌리고 싶어도 편하게 갔다 올 수 없었다. 더구나 정기적으로 참여해야 되는 도서관 강좌에 참여한다는 것은 꿈같은 일이어서 하나라도 배우고 싶다는 마음을 꾹꾹 눌러대며 살아왔다.

필자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해서 자전거를 타고 15분 걸리는 도서관에 자주 가서 책을 읽었었다. 많은 책들이 질서정연하게 놓여 있고 조용한 음악이 들려오는 공간. 도서관에 들어가는 순간 차분해지고 마음속에 고요함이 찾아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도서관을 좋아했던 나는 막연하게 결혼을 하면 도서관이 가까운데 살고 싶다고 생각 할 정도였다.

그렇게 반가운 팔덕도서관이 생기고 나서 좋은 일이 두 가지가 생겼다.

하나는 팔덕 도서관에서 일본어 수업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필자는 2010년부터 가족센터에서 원어민강사로 어린이집이나 돌봄센터에 파견 되어 일본어 수업을 하고 있다. 팔덕 도서관에서 학교방과후가 끝나고 학생들을 위한 돌봄을 하게 되어서 필자도 자전거로 갈 수 있는 가까운 장소에서 수업을 할 수 있게 되어 좋았다.

또한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태니컬 컬라링 수업을 수강할 수 있게 되었다.

보태니컬은 색연필로 식물의 아름다움과 세부적인 특징을 담아내는 미술이다. 필자는 원래 색연필로 그림을 그려보고 싶음 마음이 있어서 ‘딱’이라는 생각에 신청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친정아버지의 영향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버지는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무척 좋아하셨다. 유리컵 안에 가지런히 깎아놓은 다양한 색색의 색연필들이 담겨져 있는 풍경 속에서, 아버지가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

아버지는 장미나 프리지어 같은 꽃들도 그리셨지만 천주교 신자여서 예수님, 십자가, 목주, 마리아님 그림 등도 많이 그리셨다. 그리고 그 그림 옆에 정성껏 성경말씀을 필사하셨다. 참으로 어릴 적에 보고 느낀 일들은 인생에 알게 모르게 많은 영향을 주는 가보다. 필자도 보태니컬 수업을 통해서 서랍 속에 잠자고 있었던 색연필을 꺼내 그림을 그리게 될 줄은 몰랐다.

보태니컬 수업을 몇 년간 다니기는 했지만 필자의 방과후수업과 시간이 겹치기도 하고 여러 사정으로 3분의 1도 참여하지 못했으니 배웠다고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3년간 전시회할 때는 겨우겨우 한 작품을 완성하고 전시를 했었다.

지난주는 마지막 수업이었는데 책거리하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수강생들이 각자가 과일, 찰밥, 고구마, 나물 등을 가져오셨다. 갖가지 나물들과 계란후라이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다. 테이블 위에 가득 놓인 푸짐한 음식들을 나눠 먹으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늦게 오신 분이 향기로운 허브티를 가져오셔서 2차로 카페라도 가려고 했는데 도서관에서 2차까지 마쳤다며 웃음꽃을 피웠다. 도서관 한 켠에 1년 동안의 교육을 담은 사진과 학생 및 어른들의 수업 작품들이 전시 되어 있어서 관람도 하고 올해 마지막으로 그림도 그렸다.

누구나 일상 속에서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우리 동네 작은 도서관. 이웃과 삶을 나누는 문화 사랑방이며 아이들에게는 재미있고 친근한 책놀이터다. 필자도 도시에서 풍족한 문화생활을 하다가 시골에 와서 문화 소외감이 컸지만 작은 공간이라도 팔덕 도서관이 있어서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으니 이 또한 감사하다.

야마우지 가가리 / 동화작가

순창신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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