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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두 얼굴, 설악산 오세암과 내 고향 강천산

2025년 11월 14일 [순창신문]

 

↑↑ 임상국 / 시 인

ⓒ 순창신문



가을은 언제나 나를 산으로 이끈다. 그 계절의 냄새, 바람의 결, 나뭇잎이 물드는 속도까지도 산에서 가장 선명하게 느껴진다. 지난주 나는 서울 종로 서실에서 함께 서예를 하였던 지인들과 설악산 오세암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한 버스는 약 2시간 만에 백담사 터미널에 도착하였다.

백담사 입구에서 오세암으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험했지만, 그 험난함이 오히려 마음을 정화해 주었다. 바위에 부딪히는 발끝의 감각,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마다 들려오는 솔잎 사이의 바람 소리, 그리고 어느 순간 시야를 가득 채운 붉고 노란 단풍들. 그 풍경은 마치 산이 나에게 말을 거는 듯했다. "잘 왔다"라고.

오세암에 도착했을 때, 나는 잠시 앉아 눈을 감았다. 사찰의 종소리가 멀리서 울려 퍼지고, 그 소리에 맞춰 낙엽이 바람에 흩날렸다. 그 순간, 문득 어린 시절 고향 순창의 강천산이 떠올랐다. 친구들과 함께 나무에 올라 으름 따먹고 다람쥐처럼 도토리 주워 왔던 그 시절, 그리고 강천산 계곡을 따라 흐르던 맑은 물소리. 그 모든 것이 오세암의 풍경과 겹치며 마음속에 따뜻한 울림을 남겼다.

강천산의 단풍은 설악산과는 또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더 낮고 부드럽고, 사람의 체온에 가까운 색감이다. 순창의 가을은 사람 냄새가 난다. 어릴 적 추억의 향기가 묻은.

이번 오세암 산행은 단순한 등산이 아니었다. 지인들과의 친교 모임이기도 하였지만, 그것은 기억의 산책이었다.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내가 단풍이라는 매개로 연결된 시간. 설악산의 장엄함 속에서 나는 강천산의 따스함과 어릴 적 추억을 떠올렸다.

가을은 지나간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내가 만난 산과 기억은 오래도록 내 안에 머물 것이다.

임상국 / 시 인

순창신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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