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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딱 벗고 우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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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3월 27일 [순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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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허문규 / 시 인 | ⓒ 순창신문 | |
초여름부터 등산할 때마다
라라라솔(홀딱벗고)
라라라솔(홀딱벗고)
우는 새가 있다
모내기가 시작될 쯤이면
이 산 저 산에서 울어댄다
저 새는 왜 "홀딱벗고"
"홀딱벗고" 울어대지?
등산객들은 그 새가
라라라솔(홀딱벗고)
라라라솔(홀딱벗고) 울면
따라서 연신 "홀딱벗고"
를 외친다
넌 누구냐?
"홀딱벗고" "홀딱벗고"
깊은 산골 외딴 집에
젊은 부부가 사는데
하루는 부인이
산나물을 뜯으러 갔다가
우연히 산삼을 발견하고
오늘 밤엔 남편과
다정히 나누어 먹고
신성한 마음으로
합궁하려고 생각 중인데
"홀딱벗고" "홀딱벗고"
울어대니 웬지 속마음을
들킨거 같아
얼굴이 후끈 달아오른다
첫날 밤 그러했듯이
세상이 끝날 것처럼
"홀딱벗고" "홀딱벗고"
넌 도대체 누구냐?
내 마음을 어찌 그렇게
잘도 아느냐?
외딴 집에 단둘이 사는데
홀딱벗고 한들
니가 뭔 상관이더냐
네놈은 참 눈치도 없고
염치도 없구나
"홀딱벗고" "홀딱벗고"
숲속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
너의 정체를 밝혀라
사랑도, 번뇌도 홀딱벗고
상념도, 미련도 홀딱벗고
욕심도, 성냄도 홀딱벗고
"홀딱벗고" "홀딱벗고"
울어대는 새는
"검은등뻐꾸기"다
알을 남의 둥지에 몰래 낳아
탁란을 시킨 뒤
알을 깨고 나오면
어미의 목소리를
잊지 말라는 뜻으로
"여기있다(라라라솔)"
"여기있다(라라라솔)"
품은 새를 어미로 알지 말고
너를 낳은 어미를 찾아오라며
"여기있다" "여기있다"
그렇게 쉼없이 울어 댄다
어쩌면 인간들에게
"홀딱벗고" "홀딱벗고"
홀딱 벗고 갈 것이니
욕심 부리지 말고 살아라는
뜻인지도 모른다
허문규 / 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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