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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가을은 어디쯤 오고 있는가?

2025년 09월 12일 [순창신문]

 

↑↑ 박희승 / 국회의원

ⓒ 순창신문



폭염과 스콜성 폭우가 경쟁하듯 한 여름을 관통한다.

처서가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우리가 기대했던 초가을의 선선한 아침과 밤은 없다. 우리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기후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섣불리 “나” 때는 이란 예측은 이젠 빛바랜 교과서의 진부한 주장과 같다.

연일 올림픽 경기 마냥 지역별로 열대야, 폭염, 폭우 신기록을 갈아 치우는 게 일상이 되어 버렸다. 지리산과 노령산맥, 섬진강의 지리적 은혜 덕분에 상대적 기후 우위에 있던 우리 지역도 이젠 예외 없이 평준화되었다. 작년 겨울 순창에 엄청났던 폭설과 올여름 기록적 기습 폭우는 우리 지역도 이제는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님을 설명한다. 9월의 살기 어린 햇살은 여전히 오만하다 오늘도 급수차가 오후의 열기를 식히려 언 발에 오줌 누듯 도로를 누빈다.
아지랑이가 비웃듯 뒤를 따른다. 얼핏 관조적 상황에 잠시 당황스럽다. 치열한 누란의 국가 위기에서 잠시 잊었던 우리 삶의 일상이 된 풍경이다. 경험의 소신은 날마다 갱신되는 기후 지표의 임계점 앞에 중과부적이다. 오늘이 내일보다, 올해가 내년보다 시원하다는 기후학자의 절망적 의견과 살아가는 게 아니라 견디는 거라는 자조적인 냉소에 절로 끄덕여진다.


2015년 파리 기후변화 협정은 195개국 대표들이 모여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제한하고, 1.5도 이내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전 지구적 기상이변의 원인이 지구 온난화로 인한 평균온도 상승으로 결론지었다. 자발적으로 감축 목표(NDC)를 설정하고 5년마다 이행 상황을 점검한다. 선진국은 절대량 감축, 개도국은 경제 전반 감축을 권장하고 2020년부터 지구 온난화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이 개도국에 연간 최소 1000억 달러씩 지원하여 개도국의 무분별한 개발이나 성장을 최소화하여 건강한 성장을 돕겠다는 국제사회의 기후 위기에 대한 강력한 의지로 보인다.

그러나 강제성이 없다 보니 국가에 따라 실효적 결과는 미미하다.

글로벌 기후 위기에 대해서는 절대적 공감을 하나 개별 국가 간 정치, 경제적 이해 탓에 협정 속도는 더디고 불협화음은 빠르다.

미국만 보더라도 트럼프 정부에선 협정에서 탈퇴했다가 바이든 정부에서는 다시 재(再) 가입을 하였고 올해 트럼프 정부에서는 다시 탈퇴 하였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정치, 사회, 경제 분야에서 세계 공동체와 끊임없이 충돌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관되게 저렴한 상식을 경험한 필자에겐 일견 예견된 결론이지만 절망스럽고, 미국(美國)스럽다.

리더의 오염된 사고(思考)가 정책에 영향을 주는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그래서 거둘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글로벌 초(超) 위기의 공동문제이기에 내용 자체가 다름을 이해해야 한다. 특정 국가 그것도 영향력이 막대한 국가의 이기적 결정은 저간의 사례로 짐작하건대 늘 불편한 결과를 만들 곤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인 레이 달리오는 “지금 정치적, 사회적 현상은 1930-1940년대 세계에서 있었던 현상과 유사하다”라고 진단했다. 그 시기는 식민지 쟁탈에 혈안이 된 제국주의 팽창으로 2차 세계대전이라는 인류 역사의 비극의 시대이며 대략 6천만 명이 희생된 야만의 시대였다. 비유가 조금 과하다 할 수도 있지만 작금의 세계도 이성의 시대라고 부르기엔 국가 간, 민족 간, 종교 간 등 이해 충돌들은 날마다 뉴스를 도배하고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협정도 난무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가?

윤석열 정부 때 망가진 국제, 국내적 이슈들은 아직도 멍에처럼 누적되어 있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빠르게 수습하며 궤도에 진입 한듯하여 조금은 안심이다. RE100을 강조하며 산업의 국제 경쟁력과 지구 환경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국정운영은 다시 한번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리더쉽이다.

반도체와 중공업이 근간인 우리 산업 구조상 과다한 전력 사용으로 인한 환경 오염 요소는 늘 존재한다. 재생에너지 정책의 투자와 개발을 통해 근시안적인 에너지 정책을 재고 해야 할 시점이다.

사회적 재난은 언제나 도시 빈민이나 지방 지역 주민들의 피해가 훨씬 크다.

산업적 재원이란 측면에서 날씨 의존도가 높은 농업 기반인 우리 지역은 기후 위기에 취약하다. 당장 수년 내에 쌀을 제외한 다른 상업 작물들의 관행적 재배도 장담할수 없다는 논문들이 즐비하다.

대표적 가을 과일인 사과는 4-50년후 남한에선 더 이상 재배가 불가능하다는 소식도 있다.
어디 사과만 예외이겠는가?

기후변화로 인한 작물 재배 한계선이 해마다 빠른 속도로 북상하는 한 어떠한 작물들도 예외는 없다. 이제 기후 위기는 환경 이슈를 넘어 재난 그 자체다.

기후 위기는 미래 준비해야 할 과제가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활화산이다.

환경은 보호하는 게 아니라 인류가 살아 남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아직도 환경이나 기후 문제를 특수한 집단의 선민의식이나 불가항력의 무력함으로 가볍게 여기는 태도로는 문제 해결에 다가갈 수 없다.

중앙정부, 국회, 지방정부, 지방의회, 주민, 그리고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논쟁하여 집단 지성의 결론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

기후에 끌려가며 불안, 원망, 탄식의 도시에서 살아갈지, 기후에 정면으로 맞서며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도시에서 살아갈지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으로 희화 하기엔 너무 절실하고 중차대하다.

시름이 가득한 농부의 주름진 이마는 가을걷이의 기대와 걱정에 더 패여 움푹하다. 강둑에 늙은 호박이 애잔하게 익어간다.

이런들 저런들 시간은 흘러간다지만 우리의 지친 여름은 이렇게 고단하게 여물어 다음 계절의 농염함에 스며든다.

갈수록 키가 작아지는 가을을 기다리는 마음은 그래서 애타고 초조하다.

박희승 / 국회의원

순창신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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