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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에 대하여

2025년 09월 12일 [순창신문]

 

↑↑ 이승주 / 광고대행사 미디어사업본부 본부장

ⓒ 순창신문



친구는 보약 같은 존재다. 어느 유행가에서도 그렇게 노래한다. 나이가 들수록 그 말이 옳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를 더 먹으면 이 생각은 더 공고해지리라. 다음 달이면 정기적으로 보는 친구 모임이 있다. 1년에 두 번, 그러니까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한 번씩 본다. 개별적으로는 언제나 시간 나는 대로 보기도 한다. 전체적으로는 고등학교 친구 모임이긴 한데, 초등학교 때부터의 친구도 있고, 중학교 때부터의 친구도 있다. 35년에서 5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숙성된 친구들이다. 오래 묵은 벗, 보약 같은 친구, 일곱 명이다.

우정은 인류 역사에서 늘 중요한 주제로 다뤄져 왔다. 시대에 따라 그 정의는 조금씩 다르기도 하고, 변해오기도 했다. 플라톤은 “진정한 친구는 함께 선을 향해가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정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쾌락의 우정, 유용의 우정, 덕의 우정으로 구분했는데, 덕에 기초한 우정을 최고의 삶, 행복의 필수 조건으로 봤다. 중세 키케로는 진정한 우정은 “덕과 신뢰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콩테뉴는 “진정한 우정은 하나의 영혼이 두 몸에 깃든 것”이라고 멋지게 표현했다. 근현대로 넘어오면 우정에 대한 정의가 이상론적인 측면에서 벗어나 열린 해석을 보인다. 니체는 우정을 단순한 동반자 관계보다는 “서로를 초월로 이끄는 긴장과 투쟁 속에서 성립한다”고 봤다. 즉 친구는 나를 단순히 위로하는 존재가 아니라, 나를 더 높은 존재로 밀어 올려주는 존재여야 한다고 보았다. 하이데거는 우정을 “타자와의 함께 있음 속에서 규정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우정은 존재론적 조건 속에서 가능한 친밀한 공존의 한 형태로 이해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정리해보면, 고대는 우정을 선과 덕을 향한 공동체적 동반자로 보았고, 중세는 신뢰와 자유로운 애정으로 정의했으며, 근현대는 타자성과 차이, 긴장 속에서 성립하는 열린 관계로 설명하고 있다. 모두 맞는 말이다. 그래야만 최선의 우정이 성립할 수 있으리라.

현대철학, 특히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들은 우정을 전통적인 ‘덕과 선의 관계’라는 틀에서 벗어나 ‘차이, 타자성, 정치성’ 속에서 새롭게 정의하려고 했다. 자크 데리다는 “우정은 아직-도래할 것”으로 보았다. 완결된 상태가 아니라, 항상 미래로 열려 있고 약속 같은 상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전통적 우정은 ‘같은 자들끼리의 결속’을 강조했는데, 데리다는 차이를 존중하면서 타자를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우정을 새롭게 본 것이다.

미셸 푸코는 “우정은 규범적 제도(가족, 결혼, 국가)를 넘어서는 새로운 관계 맺기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특히 동성 간의 우정 관계를 강조하면서, 우정을 정체성과 제도적 틀을 넘어서는 자유로운 유대로 보았다. 조르조 아감벤은 “우정은 함께 있음의 본질적 형식”이라고 말하며, “친구란 나와 분리된 타자가 아니라 나의 존재에 항상 이미 함께 끼어 있는 타자”라고 보았다. 따라서 우정은 선택적 계약이 아니라, 존재론적 조건에 가까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들은 우정에 대해 완결되지 않고 항상 열려 있는 미래 지향성을 강조한다. 또한 제도나 규범을 넘어서는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힘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민주주의와 공동체의 조건이자 삶을 새롭게 구성하는 실천이면서 존재의 근본 구조로까지 확장된 개념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마치 촛불이나 야광봉을 들고 모인 광장의 시민은 모두 ‘확장된 개념의 친구’라는 시각인 것이다.

철학자들의 정의는 그렇다 치고, 인간관계론적 측면에서 우리는 우정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나는 우정을 이렇게 정의해본다. “우정이란, 서로의 개성과 차이를 존중하면서 신뢰와 지지를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적 관계이다.” 한쪽의 희생이나 일방적 기대가 아니라 주고받음의 균형이 있어야 하고, 각자의 삶을 존중하면서도 필요할 때 곁에 있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나와 똑같기 때문에 친구가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성숙한 사이여야 한다. 기쁨과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고, 나의 존재를 조건 없이 환대해 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관계, 단순히 위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때론 비판이나 도전을 통해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존재이면 좋겠다. 우정은 나와 너 사이의 안전한 공간이며, 동시에 서로가 서로를 성장시키는 장이다. 우정은 닮음보다 차이를, 소유보다 자유를, 순간의 즐거움보다 함께 가는 성장을 중시하는 관계이다. 좋은 우정은 경청과 존중, 적절한 거리, 솔직한 소통, 그리고 함께 성장하는 의지 위에 세워진다고 본다.

친구는 양약 말고 보약 같은 존재다. 나이가 들수록 이 말은 더 절실해지는 듯하다. 다음 달이면 오래 묵은 벗, 보약 같은 친구, 일곱 명을 본다. 결코 다시 오지 않을 어떤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과 공유할 수 있다는 건, 사소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위대한 행복이다.

이승주 / 광고대행사 미디어사업본부 본부장

순창신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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