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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강국, 그 위대한 꿈에 대하여

2025년 04월 30일 [순창신문]

 

↑↑ 이서영 / 작 가

ⓒ 순창신문---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는, 힘이 센 나라가 아니다. 다만 문화의 힘이 센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백범 김구 선생의 이 말은 단순한 이상향이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여전히 유효한 정신적 지침이다.

나라가 가진 진정한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군사력이나 경제력은 일시적일 수 있다. 그러나 문화는 사람의 정신과 삶의 양식, 역사와 기억, 공동체의 가치를 담은 '보이지 않는 힘'이다. 김구 선생이 '문화강국'을 꿈꾸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식민지 시절, 우리가 빼앗겼던 것은 영토만이 아니었다. 우리의 말, 글, 의복, 예절, 예술, 신앙, 모든 삶의 형태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민족이 사라진다는 것은 곧 문화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문화는 한 민족의 '얼'이요 '뿌리'다. 어떤 민족도 자신의 문화를 스스로 외면하거나 잃어버린 채 존엄할 수 없다. 문화는 단지 예술이나 유물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어떤 언어로 사랑을 고백하는가, 어떤 방식으로 노인을 공경하고 아이를 기르는가, 어떤 이야기와 신화를 기억하는가, 이런 모든 것이 문화다. 그리고 이 문화는 한 나라의 정신을 형성하고, 나아가 세계와의 대화에서 고유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만든다.

김구 선생이 평화 이후의 대한민국을 문화강국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을 때, 그는 단지 예술품을 많이 생산하거나 전통을 보존하자는 차원이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가 누구인가'에 대한 깊은 물음이자, 그 정체성을 온전하게 지켜내고 창조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뜻이었다.

문화강국이 된다는 것은 첫째, 스스로의 전통과 정체성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는 것이고, 둘째, 타자의 문화를 존중하며 배우고, 셋째, 세계 속에 우리의 문화를 아름답고 격조 있게 표현할 수 있는 힘을 갖추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콘텐츠의 수출이나 K-컬처 열풍을 넘어선 문제다. 문화강국이란, 모든 국민이 자신의 문화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그것이 삶의 중심이 되는 나라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문화강국을 꿈꾸는 정신은 어떠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먼저, '존중과 성찰'의 자세가 필요하다. 나의 문화만이 옳다고 외치는 배타성이 아니라, 내 문화의 소중함을 아는 동시에 타문화의 아름다움도 인정하는 태도. 그리고 문화란 곧 삶이기에, 일상의 작은 습관부터 말과 글, 인사법, 식사예절, 공동체 의식 등을 통해 늘 깨어 성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또한 문화는 지켜내는 동시에 ‘살리는 것’이어야 한다. 박제된 전통은 과거에 머무를 뿐이다. 그것을 오늘의 감각으로, 지금의 언어로 되살리는 일이야말로 문화의 진정한 계승이다. 전통과 창조의 두 축이 함께 굴러갈 때, 문화는 살아 숨 쉬고 감동을 줄 수 있다.

문화는 교육의 뿌리이기도 하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건강한 문화 속에서 자라날 때, 그들은 정체성을 잃지 않고 세계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따라서 학교와 가정, 사회가 함께 ‘문화적 감수성’을 기르고, 깊이 있는 문화 교육을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미래 준비다.

오늘날 한국은 세계 속에서 K-팝, 드라마, 영화, 미식 등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일 뿐이다. 겉으로 드러난 화려함 속에 진정한 정신과 가치가 스며들 때, 우리는 비로소 김구 선생이 꿈꾸던 ‘문화강국’의 문턱에 설 수 있다.

문화는 곧 사람이다. 문화강국이 되기 위한 길은, 우리의 일상 속에 품격을 담고, 나와 타인을 존중하며, 끊임없이 배우고 나누는 사람을 키우는 일에서 시작된다. 그것이 김구 선생의 유산을 오늘 우리가 잇는 방식이며, 다음 세대를 위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일 것이다.

며칠 전, 나는 86세 되신 노모와 함께 순창군 양지천변을 걸었다. 전국 생산량의 60%를 차지한다는 두릅축제를 한다고 해서 엄마를 일부러 모시고 갔다. 70만 송이의 꽃들이 피었다는 '순창 꽃 명소'를 엄마께 보여드리고 싶었다. 수선화, 꽃잔디, 튤립 등이 어우러진 양지천변에 수많은 사람들이 한적하게 산책하고 있었고 관광버스를 타고 온 분들은 서로를 챙겼다. 천변의 이쪽과 저쪽을 이어주는 돌다리는 리드미컬하게 조성되어 있어 나는 엄마와 '하나 둘 셋 넷' 장단을 맞추며 손을 잡고 건넜다. 두릅, 계란, 상추, 오이, 블루베리, 우리밀 빵, 두릅전, 두릅 튀김, 막걸리, 부추 등 다양한 야채들과 먹거리들이 사람들의 흥취를 돋우고 있었다. 포장마차 끝에는 무대가 조성되어 귀에 익은 노래가 기타와 함께 연주되고 있었다. 간혹 알아보시는 분들이 있어 행복했다. 자원봉사하시는 분들이 환한 표정으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순창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구나, 놀랍게 깨달았다.

문화란 정신과 역사를 담보한다. 양지천은 순창의 역사를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역사적 장소로 전국에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걸어와 걷고 보고 느끼고 맛보는 것, 이러한 교류들이 바로 문화다. 문화란 소통이다. 문화적 감수성이란 직접 보고 느낌으로써 내면화되고 체화된다. 꽃밭들마다 <구림노인회>, <순창군 애향본부>, <순창읍 새마을부녀회> 등 다양한 푯말이 있었다. 각 꽃밭을 구획을 나눠 보살피는 기획은 누가 했는지 모르지만 획기적인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정성이 섞이고 감흥이 섞인다. 양지천으로 몰려 오는 사람들의 정신 속에 순창이라는 공간이 각인되고 경험이 각인될 때 새로운 순창은 역사적 공간에서 새롭게 창조된다. 재밌었던 것은 계란을 짚으로 엮어 놓은 묶음이었다. 이제는 사라진 전통을 눈으로 보는 게 너무 신기해 두 묶음을 구입했다. 집으로 돌아와 조심조심 풀어 계란을 빼낸 뒤에 벽에 걸어두었다. 어제와 오늘이 만나는 순간이었다. 전통과 창조의 두 축이 아름다운 바퀴가 되어 잘 굴러갈 수 있는 그런 공간들이 모여 한 나라를 이룰 것이다. 한 나라의 문화를 이룰 것이다. 문화는 수많은 누군가의 정성과 노고와 그리고 무엇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장구한 작업이다. 수많은 순창들이 모여 문화강국 대한민국이 펼쳐질 내일을 상상한다.

이서영 / 작 가

순창신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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