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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엄마의 맛

2024년 04월 09일 [순창신문]

 

ⓒ 순창신문---



필자는 4월 어느 날 길가에서 마음이 포근해지는 특별한 추억을 하나 건졌다.

한국 이름으로는 쇠뜨기라고 불리우는 봄나물 추쿠시(土筆)다. 강가에 있는 작은 둑길에서 자전거를 타는데 여기저기에서 추쿠시(쇠뜨기)가 귀여운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지역에 따라 좀 차이는 있지만 겨울의 추위가 누그러지고 매화가 피었을 때 자라기 시작하고 벚꽃이 개화할 무렵인 3월 말에서 4월 초에 그 얼굴을 내민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그냥 잡초인 추쿠시(쇠뜨기)는 일본에서는 대표적인 봄의 상징이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봄이 되면 동화책, 동요, 손놀이 등에 등장하는 아주 친근하고 사랑 받는 식물이다. 집 주변에서 채취할 수 있고 봄철에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제철 식재료로 인기가 있다. 봄나물들이 그렇듯 추쿠시(쇠뜨기)에도 비타민 B군, 비타민 E, 칼륨, 마그네슘, 인, 아연, 구리 등 다양한 영양소가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더구나 다른 식재료에는 없는 쫄깃한 식감과 맛이 일품이다.

그러나 추쿠시(쇠뜨기)를 일본의 모든 지역에서 먹지는 않는다. 간토 지방과 규슈의 남쪽 지역에만 먹는 풍습이 있고 홋카이도, 북쪽 지방에서는 없다.

추쿠시(쇠뜨기)를 요리해 먹으려면 마트에서 팔지는 않으니까 먼저 직접 채취를 해야 한다. 글래서 필자도 어릴 때, 엄마랑 강가나 들판, 논밭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채취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엄마랑 둘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기 저기 걸어 다니며 찾았던 그 시간들이 행복했던 것 같다. 추쿠시(쇠뜨기)에 얼킨 이야기는 돌아가신 엄마와의 여러 추억 중 하나로 깊이 자리 잡고 있다.

필자는 추억을 되새기면서 자전거를 길가에 세우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방에서 조금씩 모습을 보이는 귀여운 녀석들을 찾아다녔다. 작은 비닐봉지에 가득 담아진 추쿠기(쇠뜨기)를 자전거 바구니에 넣고 들뜬 마음으로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추쿠시(쇠뜨기)를 손질하기로 했다. 추쿠시(쇠뜨기)는 마디마디에 2개~7개 정도의 엽초가 있다. 그것을 일일이 따내는 일이 시간도 걸려서 귀찮고 따분한 일이다. 여렸을 땐, 신문지를 펼쳐놓고 엄마와 여동생 셋이서 이야기를 하면서 따니까 그렇게 지루한지도 몰랐는데 혼자 하자니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추쿠시(쇠뜨기)는 소량의 독소가 있어서 엽초를 따내면 물을 채운 그릇 속에 한 동안 담근다. 그러면 츠쿠시(쇠뜨기)의 머리 부분에서 초록색 포자가 나와 물이 녹색으로 변한다. 깨끗이 씻고 나서도 5분정도 살짝 삶아야 요리를 할 수 있다. 삶은 추쿠시(쇠뜨기)를 보니까 다행히 한두 번 해먹기에는 적당한 양이었다. 검색해 보니 튀김이나 장아찌처럼 해먹기도 한다고 하는데 친정집에서는 오로지 계란과 시금치를 넣고 간장으로 지지는 “다마고토지”라는 요리로만 해먹었었다.

한국에 와서 처음에 길가에서 추쿠시(쇠뜨기)를 봤을 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그런데 항상 발견하는 시기가 늦어 채취를 못했다. 머리가 완전히 열리지 않고 닫혀 있고 포자가 흩어져 있지 않은 것을 따야 되는데 이미 포자가 날아간 꽃이 피어버린 상태였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먹은 추쿠시(쇠뜨기) 요리는 왠지 모르는 그리움과 따뜻함이 있어서 그런지, 먹자마자 갑자기 울컥했다. 다행히 남편도 고사리처럼 생겼다고 하면서 맛이 괜찮다고 했다.

그날 저녁에 친정 식구들에게 추크시(쇠뜨기)를 오랜만에 해먹었던 이야기를 전했다. 친정아버지는 “옛날에 먹었었지. 엄마가 봄이 되면 추크시(쇠뜨기) 요리를 만들었고.”라면서 엄마를 그리워하셨고 여동생도 “결혼하고 한 번도 추쿠시(쇠뜨기)를 못 먹었네. 요즘 보지도 못했어. 정말 엄마 생각나고 그리워.’라고 라인으로 답장을 보내왔다. 우리는 추쿠시(쇠뜨기)를 통해 친정 엄마 이야기를 하며 서로 훈훈한 시간을 보냈다.

엄마랑 추쿠시(쇠뜨기)를 캐러 다녔던 강 주변은 이미 차가운 콘크리트로 덮혀져 있어 씁쓸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 여동생 말대로 고향에서는 추쿠시(쇠뜨기)를 찾기도 쉽지 않게 되었는데,,, 이렇게 순창에서 해먹다니... 하늘의 선물인지,,, 감사할 따름이다. 앞으로는 해마다 시기를 놓치지 않고 고향의 별미로 해먹어야겠다. 추쿠시(쇠뜨기)는 필자에 있어서 그리움 그 자체이고 소중한 친정 엄마와의 추억의 음식이다.

야마우지 가가리 / 동화작가

순창신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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