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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흐르는 강물은 없다.

2024년 03월 13일 [순창신문]

 

잿빛 하늘이 성긴 3월의 초입이다.

인근 구례 산동 에선 산수유가 제 살길을 찾아 노오란 꽃망울을 토해 낸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상춘(賞春)을 즐기기엔 아직 때 이른 감이 있지만 봄의 성급함에 곧 꽃다지 풍성한 남녘의 봄은 지척에 몰래 올 듯하다.

이런저런 인연으로 비홍재를 숨 가쁘게 넘어 순창의 봄을 만난 지도 어언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옥천 근처 벚꽃, 쌍치면 국사봉 철쭉, 동계 매화꽃 등 발길 닿는 곳마다 넘치던 봄의 전령들을 잊을 수 없다. 가까운 남원과는 닮은 듯 닮지 않은 매력이 있지 싶다. 아직은 찬 기운이 남아있는 섬진강 바람을 적성교에서 흘려보내며 짧지 않은 인연의 세월을 이렇게 노트한다. 고작 몇 달을 다녀간 사람은 알 수도 없는 눈으로, 귀로, 가슴으로 만난 이들의 봄을.

작년 홍범도 장군 동상의 육사에서의 이전 문제로 촉발된 역사 이념 논쟁이 올해엔 영화에까지 불붙은 모양 세 다. 해방 전후의 혼란함까진 아니여도 가히 점입가경이다. 서울의 봄, 건국 전쟁, 길 위의 김대중, 파묘가 맞든 안 맞든 논란의 중심에 있는 영화들이다. 서울의 봄과 파묘는 픽션과 넌픽션이 가미된 상업영화이고, 건국전쟁과 길 위의 김대중은 다큐 영화란 차이가 있다.

실존 인물들을 모티브로 제작되었고 그 중 세분은 전직 대통령이였고 한 사람은 일제 강점기에 친일 권력자로 부를 축적한 이와 그 후손이다.

100여 년간 대한민국의 현대사에 부침이 고스란히 드러나다 보니 논쟁도 어지럽게 느껴지는 듯하다. 상업영화는 감독의 작가적 판단이 있으니 왈가불가할 일이 없다. 재미없으면 안 보면 될 일이다 그렇지만 다큐는 사실을 다룬 것이기에 왜곡된 내용이 있으면 늦기 전에 바로 잡아야 한다. 역사 문제일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미화되거나 악의적 편집은 중차대한 범죄 행위다. 외세의 침탈과 동족 간의 상쟁, 야만적 독재를 경험한 대한민국은 또다시 비극적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단호함이 필요하다.

물론 올바른 역사적 사료가 완전히 공개되고 국민의 선택이 동반된 한에서 말이다. 의미가 전혀 없진 않지만 관객 동원수로 모든 결정이 나는 듯한 자세는 지양해야 한다. 역사에 무리한 정치적 판단이나 세력이 개입되면 그 피해는 오롯이 이 땅을 보듬고 살아가야 할 우리의 후손에게 커다란 부채(負債)이기 때문이다. 생계형 역사학자나 언론인, 표리부동한 정치인, 무지한 권력자들은 눈을 부릅뜨고 가려내야 한다. 그들의 오만과 편견은 시대를 막론하고 존재했지만 단한번도 제대로 심판을 받은 적이 없다.

얼마 전 행안부에서 3.1운동과 관련된 카드 뉴스를 공개했다.

“1919년 3월 1일, 만주 하얼빈에서 시작된 대한민국 임시 정부의 독립선언과 동시에 만주, 한국, 일본 등에서 일어난 대규모 항일 독립운동입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내용이다. 주무 부처인 교육부도 아니고 행안부가 나선 것도 기이하지만 태화관에서 독립선언문에 날인한 33인, 탑골 공원에서 시작되어 전국적으로 확산된 비폭력 저항운동이고 이를 통해 만들어진 상해임시정부라고 가르치고 배운 우리들은 의아함을 넘어 분노한다.

천박한 권력자에 기생한 가볍디가벼운 언어유희다.

절차적 민주주의의 상실은 정치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다시 한번 경험한다.

조용히 흐르는 강물은 없다.

바야흐로 2024년 대한민국의 봄은 이성적(理性的)이다.

처음에 언급한 시각적 감성의 봄을 만끽하기엔 사치스러울 만큼 작금의 대한민국은 위기이다.
기록으로 나타나는 대부분의 지표들이 빨간등이다.

정치, 경제, 물가, 안보, 교육, 복지, 언론자유 등 어느 것 하나 낙관적인 지표가 없다. 여기에 민생과 외교를 책임져야 할 여당과 대통령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선거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블랙홀은 아니기에 국가 위기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사라진 현재 권력은 용서 할 수 없다.

선거를 통한 권력의 교체도 그냥 주어지는 건이 아니라 그것을 지키려는 공동체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 이다.

민주주의는 당연히 누릴 수 있는게 아니란 걸 우리는 그간 숱하게 보아 왔다.

여전히 메이저 방송이나 언론들은 세상의 소금과 빛에는 관심이 덜 하다.

무능하고 암울한 수준의 정치인들이 난무한다.

최소한의 양심과 예의는 선출직 직업인의 욕망에 무너진다.

정치적 정체성은 온데간데없고 이합집산의 서커스를 거리낌 없이 시전한다.

정치 혐오는 늘 정치인들이 만들어 낸다.

주어진 권력을 오용하여 자신만의 부(富)를 축적하는 이.

세금이라는 공공재를 사의의 영역으로 판단하는 이.

시대정신을 망각하고 특정인의 하수인 노릇을 자처하다 불리하면 양심 세탁하는 이. 우리 모두가 함께 할 공공선(善)의 최후의 영역인 정치에 반드시 제거 해야 할 입벌구들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우리들의 삶은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나 혼자만 따로 행복해지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정치는 그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튼튼한 동아줄이다.

그래서 적절한 시기에 능력을 다했거나 썩어질 우려가 있는 동아줄 즉 정치인들의 교체는 당연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준이 모호한 잣대나 부패한 신인을 준용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신선한 정치인들의 발굴과 지지는 정당의 고유한 기능 이기도 하다.
특정 정당에 소속된 필자이기에 함부로 평가를 입에 담기는 조심스럽다. 그저 유권자인 국민의 몫이기에 담담히 4월을 기대 해 본다.

박희승 / 더불어민주당 남원임실순창 지역위원장

순창신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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