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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대의(春秋大義), 그리고 때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2024년 06월 12일 [순창신문]

 

↑↑ 박희승

ⓒ 순창신문---



고전(古典)이 아름다울 때가 있다.

무슨 뜬금없는 얘기냐고 의아해할 수도 있다.

수천 년간 내려온 훌륭한 경험의 철학들을 그릇된 확증편향의 시선으로 단정 짓거나 시대정신이 왜곡된 독선이 아니라는 전제가 선행된다면 소이 꼰대라는 무비판적 사고를 넘어 반추 해 볼 충분한 가치가 있다.

시대와 무관한 금과옥조는 경계해야 마땅하지만 가급적 현실에 맞게 해석하고 정의하는 것도 필요한 혜안일 것이다.

제도와 문화에 대한 적절한 관심은 인간이란 존재를 제법 의미 있게 살게 하는 훌륭한 나침반 역할을 한다.

사서오경(四書五經)의 하나인 <춘추(春秋)>는 공자가 노나라 사관이 저작한 역사서에 자신의 글을 적어서 다시 편찬한 노나라의 역사서이다.

맹자는 춘추가 등장한 후에 간신적자들이 떨었다고 할 만큼 이 책이 엄중한 역사의 평가가 담겨 있으며, 대의명분을 강조한 명문이라 평(評)하였다.

공자 자신도 “후세에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춘추> 때문일 것이며, 나를 비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역시 <춘추> 때문일 것이다.”라고 하였다.

삼국지의 관우와 두예는 평생을 가지고 다니면서 익혔던 책이기도 하다.

이렇듯 <춘추>는 단순히 역사적 사실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대의명분(大義名分)을 밝혀 그것으로 천하의 질서를 세우고 위정자들에게 준엄한 도덕성과 넓은 인(仁)을 펼칠 것을 요구하였다.

맹자는 더 나아가 민의를 배반하고 인의에 어긋난 무능한 군왕은 천명에 따라 교체해야 한다는 뜻을 피력하기도 하였다.

민의는 당연히 여론이고, 인의는 선한 정치력으로 풀이 된다.

봉건시대의 위정자는 현대에는 넓은 의미로 공인(公人)을 뜻하는 말이다.

물론 단순한 농업 기반인 사회, 구성원들의 수직적 사고를 당연시하는 시대와 다양한 산업구조, 안정된 공민 시스템을 자랑하는 현대에 무조건적인 비교나 고전을 강조하는 것은 아님을 서두에 밝혔다.

4.10 총선에 나타난 여소야대의 국민적 의미는 애써 외면하고 여전히 마이 웨이다. 최고위층 공인과 그를 따르는 공인들의 사고는 아직도 빨간 등이다.

연일 갱신되는 최악의 여론지수도 문맹자들 인양 딴소리를 한다.

누구 하나 나서는 공인이 없다. 이천 년 전 맹자가 말한 간신적자들만 공인이 되었단 말인가?

주가조작, 논문표절, 양평 고속도로 불법 변경, 고가 선물 등 최고위층 공인 혹은 가족이 연관된 도덕성의 흠결은 이미 선을 많이 넘었다.

최근에는 이유에 어쨌든 오래 묵은 포항 앞 바다 유전 문제로 또 혹세무민하고 있다. 어김없이 익숙한 무속인의 이름이 등장한다.

얼마 전 남아시아의 유력국가인 파키스탄의 유명 스포츠 스타이자 정치가인 임란 칸 전 총리가 여러 가지 죄로 수감 중인 보도를 접했다.

재임 시절 고가의 선물과 부패 혐의 등 죄목도 다양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임란 칸 수상과 칸의 세 번째 아내인 부쉬라 비비의 기이한 정치적 활동 이력이 상상 이상이다.

칸 수상은 주요 국가 대소사에 그의 아내의 점성술과 무슬림 종교의식을 이용 했다는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나라이고 파키스탄의 역사적 내용이 미진한 필자가 왈가불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판단은 유보하더라도 헛웃음이 나오는 건 어떤 연유 일까?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는 두 나라의 일련의 일들이 주연들의 역할만 바뀌었을 뿐 데자뷰처럼 진행되는 게 어이가 없어서 웃고 만 것은 아닐는지.

개인적으로 유년 시절을 힘들게 보내서인지 요즘 TV만 틀면 나오는 먹방 콘텐츠에 대한 약간의 거부 반응이 있다. 80년대 군부독재 시절의 3S 정책에 대한 좋지 않은 의도를 기억하는 뇌피셜도 있지만 그게 다는 아니지 싶다.

사익을 교묘히 포장한 공인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얼마 전 계란말이와 김치찌개에 영혼을 판 공인들 이야기다.

우리가 그들에게 부여한 공인의 임무는 특권층의 감시와 견제 그리고 올바른 정보 전달 이였다. 가감 없는 질문과 취재를 통해 소금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했다. 그런데 우리가 목도한 것은 형편없는 맛 칼럼니스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였다. 자원이 없어 가난해지는 게 아니라 부패 때문에 망하는 국가를 수없이 지켜봤다. 부패는 힘이 있는 자, 즉 공인의 역할이 무너질 때 도미노처럼 일어나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래저래 이천 년 전 맹자의 혁명적 깨우침이 새삼 떠오르는 날 이다.

남도의 저항 시인 영랑이 애절한 목소리로 읊조리던 모란이 자취를 감추던 오월의 끝자락 서울역 도로 한 켠. 나는 아직 보내지 않은 이의 진혼곡을 목 놓아 불렀다. 故 채수근 상병 이야기다. 근 일 년 간의 진상규명 과정은 그동안 수십 차례 언론보도와 국회 전언을 통해 알려졌기에 더 이상 이 지면을 통한 설명은 자제하겠다.

특검은 정쟁이라고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특검을 보이콧하는 여당과 깊숙이 관여되었다고 의심되는 최고위층 공인은 인면수심이다.

직접 관계된 공인들은 증거들을 인멸하고 입을 맞추느라 열심이다.

이렇게까지 정권을 위협하는 문제로 커진 이유를 여전히 저들은 알지 못한다. 특검을 찬성하는 다수 주권자들의 생각을 정파적인 이해관계로 치부하는 한(限) 사람 사는 세상의 대한민국은 저들에겐 한낱 구호다.

측은지심(測隱之心).

故 채수근 상병은 이제 더 이상 한 개인사가 아니다.

나의 아들이고, 형제이고, 친구이고, 친척이고, 전우이고, 이웃이다.

억울하게 피지도 못한 모란이다.

거대하고 옹졸한 에고이즘 시대에 아직은 살만하다고 외치는 대한민국의 절규다. 그저 속상하고 미안한 동시대를 사는 이들의 따뜻함이다.

재발 방지나 책임자 처벌은 그다음에 고민하는 당연한 차례지만 적어도 처음은 슬픔을 나눌 줄 아는 시선이나 말을 아끼지 말았어야 했다.

서해 쪽 하늘 위로 노을빛이 붉어진다.

충혈된 눈빛이다.

오열을 맞추어 같이 노래도 부르고, 구호도 외치고, 가끔 안부도 묻는 셀 수 없는 낯선 인파 속. 서로에 대한 격려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달아오른 아스팔트의 열기와 사람들의 더운 호흡이 성긴 전쟁터가 아니라 서로의 슬픔을 거둘 줄 아는 품앗이 도량.

그래서 때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박희승 / 국회의원

순창신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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