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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다잉에 대하여 고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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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1월 31일 [순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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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순창신문--- | |
3일 동안 눈이 내렸다. 쌓였다. 차가 진입하기 위한 공간이 필요했다. 하늘빛정원의 눈을 치우려고 밖으로 나갔다. 도로변은 도로 양쪽으로 눈을 밀어낸 덕분에 더 많이 쌓였으며 심지어 얼어 있다. 플라스틱 같은, 모양만 삽인 삽으로 툭툭 쳐보니 얼었다. 3일 동안 눈이 쌓이는 데도 바깥에 나와보지 않았다. 2년 만에 16번째 책을 쓰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16번째 책은 '블로그로 첫 출근'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해 5월 25일 첫 출근한 뒤 2024년 1월까지 내가 블로그와 유투브를 통해 얼마나 수익지향형 블로거가 되었는지 점검한다. 그동안 나는 열심히 '오디오북'을 만들어 귀로 읽는 시간을 선물했고, '예스이지 영어회화'를 론칭해 유투브 쇼츠와 블로그에 올리면서 부지런히 배달하고 있다. 새 책에는, 블로그를 하는 사람도 있고 50대 이후 많은 이들이 하지 않겠지만, 혹은 관심도 없겠지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적었다.
메타유니버스의 세상으로 많은 것들이 이동하고 있다. 걸어서 은행까지 가서 은행 업무를 보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을 것이다. 휴게소에서, 영화관에서 키오스크만 보면 불쾌하거나 불안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머뭇거리는 사이에 챗GPT3.5는 챗GPT4.0으로 진화했고, 빙, 바드, 뤼튼 등 이전에 들어보지 못한 인공지능들이 우리에게 다가와 인간 비서보다 훨씬 빠른 시간에 신속하고도 적확하게 비서 역할을 한다. 단, 사용할 줄 알아야 하므로 배워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왜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가를 책에 썼다.
오전에 전화가 울렸다. 가능하면 글 쓸 시간이 부족해 전화를 받지 않는다. 대화하다 보면 만날 일들이 생기니까. 전화한 이는 책을 보지 않으면서도 나의 책이 나올 때마다 구매해 주는 그녀였다. 눈이 안 좋거나 일상 생활이 너무 바빠 책 읽을 시간조차 없는 그녀가 구매한 책은 말 그대로 '사 준 것'이었다. 그렇게 몇 권을 구매한 뒤 그녀는 그 책들을 누군가에게 선물한다. 70대 후반이 된 어떤 분은 "내가 눈이 나빠서 책을 읽을 수가 없어요."라면서 밥은 사 줘도 책은 '사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책을 '사는' 사람이 있고 '사주는' 사람이 있다. 나는 '사주는' 사람에게도 책을 판다. 어떤 경로로든 일단 펼치면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고 책은 내가 농사 지은 '농산물'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한 끼 밥은 몇 만 원, 몇십 만 원을 지불해도, 1만 5천 원, 1만 7천 원을 꺼내려면 벌벌 떤다. 이유는? 책을 펼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아까워서. ^^
어쨌거나 그녀는 나의 책을 '사 주는 독자'님이시다. 얼마나 고맙고 존경스러운지 모른다. 그녀만 방문한 줄 알았더니 일행이 있다. 인사를 나눈다. 오랜만에 북카페에 온기가 돈다. 사람의 체온만큼 따뜻한 게 있을까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그녀가 말한다. "박 선생님이랑 정읍으로 넘어가다가 북카페를 지나는데 작가님 책을 너무 쉽게 이해하면서 재밌게 읽었다고 하시는 거에요. 그래서 늘 그냥 지나갔는데 오늘은 전화를 해봤네요."
아, 그랬구나. 내 책이 쉽고 재밌게 읽힌다는 독자도 있구나, 무척 감사했다. 그가 말했다.
"네, 잘 읽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 뵙고 싶었습니다.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그가 명함을 내밀었다. '인생수업/웰다잉/힐링 자서전쓰기 지도'라고 쓰여 있다. 놀랍다. 아. 죽음에 대해 말할 수 있을 만큼 깊은 영혼이므로 내 책이 그냥 그런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구나.
그가 하는 일은 누군가의 자서전을 쓰는 일이란다. 60세는 넘어 보였고 70세일까, 아닐까는 머뭇거려지는 외모를 지녔다. 조용한 성품에 MBTI로 보면 내향형(I)에 가까워보인다. 조용하고 과묵한 성정이 느껴졌다. 그가 쓰는 자서전은 독특했다. 죽은 이의 자서전을 의뢰받아 쓴다는 것이다. 때로 그 책은 한 권만 인쇄될 때도 있고 20권이나 30권쯤 인쇄될 때도 있다고 한다. 아, 그렇구나. 누군가가 이 세상을 떠났을 때 누군가는 세상을 떠난 이를 기억하기 위해 자서전을 의뢰하는구나.
그는 아직 자신의 이름으로 낸 책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솔아북스출판사를 통해 책을 내고 싶으니 상담을 하고 싶다고 한다. 사람 책을 종이책으로 만드는 게 내가 하는 일이다. 최근에는 동신대학교에서 <만만한 자서전 글쓰기> 강의를 진행하고 ISBN 코드를 받아 국립도서관에 비치되는 책 작업을 했다. '스무 살짜리들이 무슨 자서전?' 하겠지만 학생들 역시 자신의 삶을 해석하지 못해 상당히 무거운 삶의 짐을 지고 있었다. 아직 20년밖에 못 살았으니 경험치도 없어 삶은 더욱 두려울 것이다. 그들은 만다라 심리치유 과정을 경험했고 내면을 들여다본 뒤 글을 썼다. 힘들다고 생각했던 초기와는 달리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한 글쓰기. 책으로 세상에 나와 물질화된 그들의 생각은 짧은 사이에 여물어 그들은 자신들을 '작가'라고 책에 적었다.
웰다잉 힐링 자서전을 써 온 그도 남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써야 한다면 이제까지와는 다른 감정을 느낄 것이다.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누군가가 '죽는다'는 선고를 받는다면 죽음에 대한 자세가 단계적으로 바뀐다고 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죽음을 부정하고 충격에 빠진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는데 왜 내가?!' 그리고 분노와 절망을 경험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내 안의 나와 비현실적인 현실과 협상하고 수용한다. 그리고 나면 비로소 나의 죽음에 '적응'하고 '수용'하게 된다. 이렇게 객관적인 평가를 내렸던 퀴블러 로스도 자신이 암 선고를 받자 타인의 죽음을 보고 내렸던 관찰과 평가를 자신이 경험하게 된다. 통증으로 견딜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워하던 퀴블러 로스는 마지막 순간에는 "죽음이 어떻게 되든 간에, 그 순간이 평화롭고 기쁜 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삶에 대한 통찰, 그리고 죽음에 대한 통찰, 아니 통찰이라고까지 할 것 없다. '생각'이라고 하자. 나의 죽음이 목전에 닥쳐 3일밖에 살지 못한다는 선고를 받는다면 '나'는 어떨까.
인간은 누구나 한 번 나고 한 번 죽는다. 그리고 시대가 바뀌어 이제는 일찍 죽을 수도 없다. 평균 연령이 86.4세, 92세인 시대가 되었으니 이를 어찌할까. 웰다잉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지금, 여기를 온전히 사는 일일 것이다. 언젠가는 누구나 죽는다. 하지만 내 일이 아니라고?! 다음날 아침 눈을 뜨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오늘, 지금, 여기에서 내가 할 일은? 온전히 나답게 사는 것이다. 배우는 학생으로 사는 것이다. 시간만 죽이는 노인 말고 어른으로 사는 것이다. 늘 새로운 것들을 배워나가는 것이다. 잘 죽기 위해서는 나답게 잘 살아내야 한다. 나의 책은 그런 절박한 지금, 여기를 담은 생존기이다.
이서영 / 작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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