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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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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28일 [순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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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순창신문--- | |
여러 모임과 행사로 바쁘게 지내다보니 12월에 꽃이라 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도 어느새 지나가가고 이제 2023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필자는 한국에 와서부터는 연말이 가까워지면 왠지 모를 허전함을 느낀다. 그 원인은 두 나라가 똑같이 설을 쇠면서도 한국은 구정을, 일본은 신정을 쇤다는 차이점에 있는 것 같다.
일본에서는 양력1월1일은 쇼가추(正月)라고 불리며 1년 중에 제일 큰 명절이여서 일반적으로 연말연시 연휴는 신력으로 12월29일부터 1월3일까지 6일 정도다. 신정을 맞이하기 위해 대청소도 하고, 친척이나 지인들에게 연하장도 쓰고, 장식물로 꾸미기도 하고 전통요리인 오세치요리(おせち料理)를 준비하기도 한다.
일 년의 마지막 날인 12월31일은 大晦日(오오미소카)라고 불리며 그 날 밤에 다 같이 도시고시소바(31일에 먹는 메밀국수)를 먹는다. 메일국수가 가늘고 길어서 집안의 행운과 장수를 기원하는 뜻도 있고 일본의 메밀국수가 다른 면보다 끊어지기 쉽기 때문에 "한 해의 재난과 고난이 끊어져 다음 해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먹는다.
그리고 오오미소카에는 죠야노카네(除夜鐘)도 빠질 수 없다. 31일 밤부터 1월1일 새해까지 절에서 108번 종소리가 울린다. 인간의 몸과 마음을 괴롭히는 108가지 번뇌가 있는데 종을 108번 울리면 모든 고민을 쫓아내고 순수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할 수 있다는 뜻이 있다. 필자는 어릴 때는 물론이고 성인이 되었어도 종소리를 마지막까지 들은 적은 없지만 ... 그래도 종소리를 들으면서 메밀국수를 먹으면 ‘아아 한해가 끝나가는구나...’라는 느낌이 들었었다.
한국에 와서 처음 맞이했던 12월31일과 1월1일은 정말 허전하지 못해 슬플 정도였다. 제일 큰 명절이고 특별한 날들이어야 하는 연말연시가 한국에서는 그냥 평범한 일상처럼 지나가버리는 것이 너무 어색하고 ‘나는 외국에 살고 있구나...’ 라는 서러움으로 눈물이 날 정도였다.
또 하나 떡국도 나를 슬프게 했다. 일본도 똑같이 설에는 떡국을 먹는다. 그런데 한국에서 처음 떡국을 먹었을 때 너무 낯선 맛이었다. 물론 생김새도 많이 다르지만 식감이 정반대였다. ‘이게 뭐지 떡국 맞아?’ 고무처럼 딱딱하게 씹히는 느낌에 너무 실망이 컸다. 한국의 가래떡은 멥쌀로 만들지만 일본의 모치는 찹쌀로 만든다. 그래서 일본 모치는 젓가락으로 들면 모짜렐라 치즈처럼 쭈욱 늘어난다. 지금은 한국의 떡국도 좋아하지만 그래도 일본의 떡국이 그립다.
특히 우리 집은 친정어머니가 쌀집에서 옛날 방식으로 만든 모찌를 사서 만들었기 때문에 슈퍼마켓에서 파는 싸구려 모치와는 수준이 달랐다. 슈퍼마켓의 모치는 힘이 없고 끓이면 약한 녹아버리는데 저(杵, 절구)와 구(臼,확)로 찧어서 만든 전통 모찌는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그 식감이 일품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지역마다 음식이 다르다. 일본 떡국도 다른 지역에서는 해산물을 넣기도 하고 화려한데 내가 어릴 때부터 먹었던 떡국은 심플하다 못해 너무 수수하다.
우리지역은 여러 가지 재료를 넣지 않고 모치나라고 하는 떡국을 끓일 때 쓰는 야채만 넣는다. 모치나는 생김새가 시금치를 닮았으나 약한 다르다. 그 두 가지 재료를 간장과 가츠오부시와 멸치, 다시마 등으로 만든 육수로 끓인다. 그런 수수한 요리지만 예전에 일본에 갔을 때 여동생이 전통 모찌를 나눠주어서 아버지랑 오랜만에 맛있게 끓여 먹었던 기억이 난다. 어릴 때부터 먹었던 그 맛은 잊을 수가 없는가 보다. 음식에 얽힌 나의 여러 가지 추억들이 양념이 되어 표현할 수 없는 황홀한 맛을 내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올해도 신력 연말연시는 그냥 평소처럼 지나가버리겠지만. 요즘은 통신이 발달해서 해외에 있어도 서로 소통이 가능해서 다행이다. 예전보다 쉽게 일본에서 혼자 사시는 친정 아버지와 여동생, 일본 친구들에게 라인으로 새해 인사도 하고 연하장을 보낼 수 있다, 그리고 친정아버지께서 오토시다마(お年玉, 세배 돈)를 짱구라든가 도라에몽 같은 일본 캐릭터가 그려진 작은 봉투에 천엔짜리, 몇 장 넣어 보내주실 것이다. 그러면 바다 건너 떨어져 있어도 친정아버지와 친지들과 함께 일본의 신정을 쇠는 느낌이 들 것이다. 그것을 위안 삼아 쓸쓸함을 달래려 한다.
야마우지 가가리 / 동화작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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