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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릅이 알려준 것

2023년 05월 10일 [순창신문]

 

ⓒ 순창신문



집 근처에 우리 산이 있다.

필자가 시집 왔을 때 그 산에는 밤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었다. 그 후 밤나무가 오래 되기도 하고 나무를 400구루이상 심으면 길을 만들어준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겸사겸사 밤나무를 없애고 매실을 심었다. 봄이 되면 온 산이 매실 꽃으로 아름답게 덮었지만 몇 년 지나니까 어려움이 생겼다. 원래 산 맨 위쪽에 큰 매실나무가 다섯 그루만 있었을 때는 괜찮았는데 400그루라는 많은 나무를 심어서 그런지 병이 생겼다.

어느 날은 30상자를 보냈는데 갈색으로 되거나 쭈글쭈글 되어있어서 대금을 못 주겠다는 통보를 받기도 했다. 산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힘들게 수확하고 몇 번이나 선별기를 돌리고 안 좋은 것을 골라내고 정성껏 보냈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가는 과정에 그렇게 변질되버리다니... 정말 날벼락에 그런 날벼락은 없었다. 우리는 너무 속상했고 나는 눈물이 빙 돌았다. 그 후에도 우리는 리콜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병해는 갈수록 심해지고 동글동글 초록 빛 예쁜 청매실이 이상하게 수확이 다가오면 쭈글쭈글 갈색으로 말라버렸다가 땅에 떨어지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원인은 벌레가 매실 꽃이 피기 전에 알을 낳고 미실 열매가 커가면서 그 알에서 테어 난 애벌레가 매실의 과즙을 먹어버려 매실이 클수록 쭈글쭈글 되었던 것이었다. 꽃 필 때를 맞춰 농약을 해야 되는데 그것도 여간 때를 맞추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아아... ‘세상에는 정말 쉬운 일이 없구나. ’ 초보농사꾼인 우리 부부는 완전 좌절하고 말았다. 답답한 남편은 결국 매실을 포기해 잘라버리고 두릅을 많이 심게 되었던 것이다.

일본에 ‘두 번은 안 되더라도 3번째는 성공한다.’라는 뜻의 “3度目の正直(산도메노 셔지기)”라는 속담이 있지만 정말 세 번째로 심은 두릅은 효자였다. 일단 가까운 팔덕농협에서 수매를 해주니까 택배 작업을 안 해도 되고 한 상자(1kg)부터라도 받아준 것이 좋았다. 더구나 순창군에서도 순창두릅을 전국적으로 알려주고 브랜드화까지 시켜주었다. 그리고 두릅은 순은 물론이고 묘목도 팔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아는 분들에게 선물해도 다 좋아하시고 집에서도 두릅산적, 두릅장아찌, 두릅베이컨말이, 두릅고추장무침...등등 비싸다는 두릅을 마음껏 먹
을 수 있다는 점도 참 좋은 것 같다.
산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수확을 해야 돼서 힘들기는 해도 매실보다 무겁지도 않고 선별하는 것도 힘들지 않다. 토란대처럼 껍질을 벗기거나 고사리처럼 안 삶아도 되고 고추처럼 허리를 구부리고나 앉은 자세로 하는 종목보다는 훨씬 낫다. 물론 두릅도 냉해나 선녀벌레 등에 해충도 있어서 어려움이 있지만 지금까지 했던 작물 중에서는 으뜸이다.

이른 봄부터 시작하는 두릅농사. 5시 넘어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지면 눈을 비벼가며 나갈 준비를 한다. 요란스런 경운기 소리가 차가운 새벽 공기를 깨운다. 낮 시간에 따면 두릅이 시들어버리니까 주로 아침과 저녁에 수확을 한다. 낮에는 다른 일을 하는 우리 부부에게는 딱 맞다.

두릅을 따면서 산을 다니다보면 봄을 알리는 아름다운 꽃들도 볼 수 있다. 산에 피는 산벚꽃은 잎과 꽃잎이 함께 나온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산에 피는 꽃들은 수수하지만 묘한 매력이 있다. 번갈아 피면서 매일 산을 오르는 우리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며 이름 모른 새들의 노래 소리는 우리의 귀를 편하게 해준다. 흙과 풀을 밟으면 진한 땅냄새가 코를 간지럽게 한다.

비비추, 취나물, 냉이, 머위 등의 산나물을 발견하면 따서 덤으로 그 날 아침의 식탁에 올린다. 자연 속에서는 나의 오감이 민감해지고 자연과 교감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두릅을 따다가 잠깐 하늘을 바라보거나 산 아래를 내려다보면 마음이 확 트이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 마음이 답답하거나 우울한 일이 있어도 자연 속에 있으면 눈 녹듯이 사라지고만 한다.

농사를 짓다보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부지기수이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날씨가 받쳐주지 않으면 다 허사가 되기 일쑤다. 그래서 농부는 자연 앞에서는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일본에 있을 때는 몰랐지만 농사짓는 것이 아이들을 키우듯이 얼마나 신경 써야 되는 일인지 알게 되었다. 농사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을 때와는 달리 슈퍼에 있는 농산물들을 보는 눈부터 달라졌다. 여기에 진열될 때까지의 농부들의 수고와 희노애락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게 되었고 모든 농산물에 대해서 감사할 줄을 알게 되었다.

여러 작목을 헤매다가 찾아낸 두릅은 초보 농사꾼인 우리 부부에게는 어렵게 찾아낸 효자품목이 틀림이 없다. 두릅이 있는 산은 치유의 숲이 되어 두릅을 수확하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이 되었다. 두릅을 통해서 농사짓는 기쁨도 조금이나마 알아갈 수 있다는 것도 너무나 고마운 일이다. 아직 초보 농사꾼인 나는 오늘도 두릅을 수확하면서 자연의 손길을 느끼며 마음의 수련을 하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야마우지 가가리 / 동화작가

순창신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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