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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함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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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8월 30일 [순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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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순창신문 | |
참 어렵다
올 한해가 지나려면 아직도 몇 달이 남았지만 지나온 시간만으로도 충분히 견디기 어려운 한해인 것 같다.
무었보다 예전과 확 달라진 기후 때문인데 요즘 방송매체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말 중에
몇 십년만의 혹은 몇백년만의 최강 태풍, 기록적인 폭우, 폭설, 최장 장마와 가뭄, 폭염 등의 극한 단어가 수시로 입에 오르 내리는데 기후 변화를 우려하고 걱정하는 소리는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었다. 전세계적으로도 끊이지 않는 대형산불, 상상을 초월한 엄청난 세력의 태풍과 허리케인, 쏟아붓다시피한 기록적인 강수량과 대지를 태워버릴 것 같은 폭염과 가뭄소식을 지구촌 곳곳에서 접한다
이러한 기후 변화는 특히 자연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농업부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아열대성 기후로 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와 방법을 강구해야 되고 그로인한 일상생활의 변화도 불가피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규모와 자본력이 큰 축산업이나 근대식 시설을 갖춘 시설원예나 재배시설 등은 그나마 어느정도 그 대응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식량작물과 밭작물, 과수 등은 자연환경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어 이러한 재해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태풍때마다, 폭설때마다 듣게 되는 수백헥타의 농경지와 시설하우스 침수, 과수 뿌리뽑힘과 낙과, 비닐하우스 붕괴 등 농작물의 피해는 거의 매년 한두번씩은 겪는 연례행사가 되고 있다
내가 살아가는 섬진강 상류의 동막골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올 겨울 10여년만의 기록적인 폭설로 기둥없는 흙집의 지붕이 주저앉을까봐, 올 여름 태풍땐 혹여 지붕이 날아갈까 조마조마 해야 했고, 소나무와 감나무 몇그루의 정원수 그리고 블루베리가 뽑힐까(결국 13년생 체리나무는 뽑혀졌지만) 잠을 설쳤고 7월 한달내 지겹게도 쏟아붓던 장맛비는 집앞으로 작은 폭포를 만들더니 급기야는 섬진강댐 방류로 건너다니는 다리와 진입도로가 잠겨 꼬박 3일간을 고립되기도 했었다
그 영향으로 밭이 온통 반죽상태가 되다보니 습기에 약한 두릅나무가 습해를 입어 잎이 떨어지면서 대부분 고사해버렸고, 십년생 밤나무 십여주가 노란잎을 띄더니 결국 잎이 떨어져 몇년동안 키운 보람도 없이 앙상한 가지만 매달려 있고, 주농사인 블루베리 역시 연약하게 새순만 자라다가 한낮 35~36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에 열심히 물을 줘보았지만 역부족으로 새잎은 고개를 숙이더니 이내 생장을 멈춰버렸고 묵은 잎들은 노랗게 타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이침저녁으로 열심히 물을 주고 늦게라도 소나기가 내려줘 블루베리가 고사직전에 활기를 되칮아 내년을 준비하려고 몇 개씩 꽃눈을 만들어 내고 있어 여간 다행스런게 아니다
그 뿐이랴!
수시로 밭에 내려와 온 밭을 헤집어놓는 너구리, 멧돼지, 고라니,두더쥐와 맛이 든 것을 귀신같이 알아 맞추는 때가치 비둘기도 참 얄밉다.
반면 온 대지를 태워버릴 것 같은 폭염에도 밭에 잡초는 왜 이리도 잘 자라던지 뽑아놓아도 다시 헛뿌리를 내리는 달개비, 비름, 바랭이들 참 독한 그 생명력에 새삼 놀라게 되지만 그래도 뽑아본다.
“이제 노지 작물은 끝났다”라는 주변 사람들의 얘기가 귀에 와 닿는다. 용케 재해가 없는 해에는 어느정도 수확은 가능하지만 노지작물은 비가 많이 와도 바람이 많이 불어도 비가 오지 않아도 서리가 내려도 너무 뜨거워도 추워도 농사는 힘들다
이러한 재해로부터 피해가는 방법은 농작물 재해보험제도가 있긴 하다(내가 재배한 두릅, 블루베리도 내년부턴 해당됨) 정부가 일정부분 지원을 해주고 자부담을 줄여줘서 고마운 제도이긴 하나 이것 역시 사후 방편인 것이고 또 다른 방법은 노지작물에 비가림시설을 설치해서 직접적인 피해를 줄이는 방법인데 이게 말과 같이 쉬운 일이 아니다.
막대한 초기 시설자금이 들어가야하고 관리 역시 노지작물처럼 간단하질 않기 때문이다
주지 했다시피 시골살이는 참 힘들다.
온전히 전원생활을 하거나 동경하는 분들은 농촌을 꿈의 공간으로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우리와 같은 겸업농이나 농사가 주업인 사람들에겐 한해 한해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것이 참 버겁게 느겨질 때가 많은데 특히 올해와 같은 해는 더 더욱 그러하다.
많이 힘들고 낙담하고 실망해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다. 정약용선생의 농사의 세가지 어려움 “높기는 선비만 못하고 편하기는 공업만 못하고 이문은 상업만 못하다”라는 말은 익히 알고 있다.
시골살이를 하면서 수시로 닥치는 어려움을 완벽히 막을 순 없다. 그때그대 최선을 다해보긴 하지만 그저 순조롭기만, 무사하기만, 피해가 덜하기만을 바랄 경우가 더 많다
그런데도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이 생활을, 이 길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가? 하는 물음에는 난 이런 생활과 일을 하고 싶어했고, 할 자신이 있고 또 누군가는 해야만 하기 때문이라 답하곤 한다.
아침 일찍 어스프레한 여명이 너무 좋고 석양녘 가느다란 햇살도 좋고 아침저녁으로 걷는 강변길에서 맞는 풀벌레소리와 끊이지않고 이어지는 강물여울소리도 좋다 . 더구나 하루하루 달라지는 블루베리밭을 가꾸며 한바퀴 둘러보는 일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재미이다. 또한 가끔씩 찾아주는 지인들의 발걸음도, 주일에 두세번 읍에, 면 소재지에 나가 만나 운동하거나 취미를 같이 하는 이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좋고 더 좋은 건 부부간에 특별하게 아프지 않고 내 맘 편히 움직이고 가고 싶을 때 가고 내 하고 싶을 때 일하고 움직일 수 있는 것이 더 더욱 좋다
농사를 지으면서 이 곳에 살아가는 이러한 시골살이는 참 힘이 들지만 (올 해는 특히)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난 이곳에서 땅을 가꾸고 자연을 사랑하며 사랑하는 이들과 더불어 살아간다.
섬진강 오두막 풍아【風雅】에서
김정균 / 전)농업기술센터 과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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