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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의 무게를 재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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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7월 26일 [순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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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순창신문 | |
내 영혼의 무게를 재어본다
밤새 비가 쏟아진다. 쉴 틈 없어 숨쉬기도 버겁다. 하늘빛 정원에서 자라던 상추, 어린 토마토, 가지 등은 잎들이 녹아내렸고 토마토는 서 있지 못하고 쓰러져 버려 땅바닥에서 썩어간다. 코스모스 여린 잎들도 견디기 힘들어한다.
잠깐씩 비가 그치고 나서 바깥을 바라보면 잡초는 맹렬하게 자라서 일용할 양식들을 덮어버렸다. 지난 주까지 전국은 참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고 사상자도 속출하였다. 이제 그만!을 외치고 싶을 만큼 많은 비가 꾸준히 우리 곁을 서성거린다.
2주에 걸쳐 나는 알바를 하였다. 강의가 없어 시간은 남고 생활은 해야 하므로 일이 있으면 부지런히 여기저기 다니고 있다. 12월까지는 움직이지 않고 파워블로거, 도서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해 하루 한 편씩 책을 포스팅하고 있다.
유투브는 '책읽어주는여자 블루노트'라는 이름으로 부지런히 하루 한 편씩 시를 읽어주고 있다. 이제는 제법 꾸준히 습관처럼 듣는 분들이 생겨나 감사하다. 날마다 시를 들을 수 있어 행복하다는 분들도 있다.
블로그에는 책 한 권씩 포스팅 하는데 처음부터 철학, 문학, 사회학 등을 포스팅하면 부담스러워 할 것을 우려하여 시집 한 권씩을 올리고 있다. 시는 글밥이 많지 않아 책과 익숙해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시집과 그림동화 등을 들려드렸더니 이제는 책 세상으로 들어올 준비를 한다는 분들도 생긴다. 네이버 검색에서 상위에 노출되는 포스팅들이 늘어난다. 서평단에도 참여하고 있다. 다산북스와 지식과감성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을 꾸준히 서평해 올린다.
앞으로 서평해 달라는 책들이 20권쯤 쌓여 있다. 서평은 가능한 한 정성을 다한다. 글은 한 번 세상에 나아가면 저 스스로의 왕성한 생명력을 가지고 번식하기 때문이다. 삶은 대체로 도미노여서 한 개의 도미노가 두 개의 도미노를 불러온다.
이렇게 수십 개, 수백 개, 수천 개가 쌓이면 비로소 그것은 리듬을 타고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책 소개를 하면 곧바로 서점으로 달려가 책을 구매하는 이들도 많아진다. 이렇게 보이지 않지만 꾸준한 변화들이 큰 기적을 만들어 낼 것을 믿는다.
블로그 이웃님이 박노해님의 [모내기밥]을 올렸다. 그는 퇴직한 선생님으로 카메라를 들고 시골 풍경을 찍는다. 시 한 편씩 가끔 올리기도 한다. 어느 날 [모내기밥]을 모셔온 포스팅이 나의 눈에 띄었다. 유투브 동영상에서 시를 낭독할 때 필요한 사진들을 빌려오기 시작했다.
그는 그대로 사진들을 사용해주어서 고맙다 하고 나는 나대로 사진들을 사용해 새로운 동영상을 꾸준히 만들 수 있으니 감사하다. SNS라는 도구는 이렇게 시공간을 뛰어넘어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내고 우리를 성장시키기도 한다.
지금까지는 순창이라는 좁은 공간에 갇혀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마다 나를 더 알아주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하는 헛된 기대를 해왔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기대는 접었다. 누군가 말한 것처럼 나의 책들이 베스트 셀러가 되면 책을 팔러 다니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내 책을 살 테니 말이다.
삶은 일종의 품앗이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누고 상대가 가진 것을 나눈다. 서로가 가진 것을 나누면서 거래가 성립되고 관계가 넓어진다. 하지만 이것이 단순한 이익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면 참으로 얕은 수작이다.
나만의 이익, 내 가족만의 이익, 내 마을만의 이익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익이 될 만한 일들을 찾아다니면서 눈에 뜨이지 않아도 성실하게 해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런 이들의 수고는 아주 쉽게 묻혀버리고 자랑과 잘난 체를 하는 사람들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좁은 지역사회일수록 이런 현상은 더 심한 것 같다.
최근에 나는 광역권사업으로 진행되어온 마을센터로 들어가 북카페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포기했다.
그곳에 들어가 적극적으로 기분좋게 행복한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2주 동안 했던 알바는 전북 농촌활력과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로 지난 4월에 론칭해 5월부터 알바들을 모집해 전북 각 지역마다 두 사람씩 선정된 곳을 다니며 자료를 모으는 일이었다.
다 끝난 줄 알았는데 7월 초에 다시 연락이 왔다. 누수된 90여 곳이 있으니 다시 한 번 조사를 해주었으면 한다는 부탁이었다. 첫 작업이었으나 그런대로 잘 처리되었는지 2차 조사를 해달라는 부탁을 덥석 받아 2주 동안 순창 한 곳, 임실, 무주를 거쳐 진안 19곳을 다녔다.
각 기관을 담당하는 이장님, 사무장님, 주무관님, 위원장님들을 만났다. 이들은 모두 제각각 개성을 품고 있었고 인격과 품격을 스스로 드러내었다. 대개는 정중하게 맞아주었으나 가끔은 스스로의 삶에 불만이 많은 듯 자신을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불친절한 불량품도 만났다.
그는 스스로에게 많이 화가 나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자신에게 정중하지 못하고 따라서 다른 사람에게도 정중하게 대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를 보면서 느꼈다. 우리는 지구별여행자다.
모두 나만의 무대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며 지구별 여행 중이라는 사실을 대개는 인지하지 못한다. 그래서 사회적 지위가 자신이라고 착각하는 우를 범하는 이들이 많다. 그들의 영혼의 무게를 재면 몇 그램이나 될까.
사람은 육적인 존재, 정신적인 존재, 영혼의 무게를 잴 수 있는 존재로 나뉜다. 천민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라는 물신物神을 숭배하는 사회가 되어버렸지만 돈은 우리 머리 꼭대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걸어다니는 운동장에 불과하다. 물론 나 같은 생활무능력자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돈을 머리 꼭대기에 올려놓고 숭배하는 자는 되지 않을 요량이다. 육적인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인간은 생각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생각하지 않으면 인간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습관적인 생각이 아니라 품격을 지닌 생각을 하려면 약간의 노고가 필요하다. 육적인 세상에서 정신적인 세상과 함께 가려는 노력들이 어딘가에선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어제는 몇 달만에 정읍 세계문화유산 무성서원에 가서 작은 인문강의를 하고 돌아왔다. 맨 앞에 앉아 무표정하게 듣고 있던 두 남자분이 있었는데 함께 걸어나오면서 환한 웃음을 지으면서 강의가 너무 인상적이었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앞으로 자신의 삶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놀라웠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을 쉽게 바꾸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카프카의 도끼처럼 누군가의 말 한 마디에 어제와 다른 나를 만나려는 사람도 이렇게 생겨나게 되어 있다. 인문의 힘.
이서영 / 작 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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