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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보물 상자, 강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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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6월 28일 [순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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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순창신문 | |
내 고향인 名古屋(나고야)는 김제평야처럼 濃尾平野(노비평야)라는 넓은 평야에 위치하고 있어 산을 보려면 기차를 타고 몇 시간이나 가야 했다. 순창에 오고 난 후, 주위가 크고 작은 산으로 둘러 쌓여 산에 오를 기회가 많았다.
지난 번에는 친척이 와서 간만에 강천산에 갔다. 여름이라 더운 날씨였지만, 강천산의 숲길은 마법처럼 시원한 공기로 땀을 날려 주었다. 등산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강천산의 구장군폭포까지는 걸을만했다. 강천산을 걷다 보니 여러 추억들이 떠올랐다.
여름이라 강천산 숲길 옆을 흐르는 시냇물 곳곳에 가족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필자도 아들들이 어릴 때는 여름방학이 되면 강천산 계곡에서 물놀이를 했었다. 튜브와 물총으로 아이들이 놀고, 수박과 김밥, 치킨 등을 함께 나누던 추억이 떠올라, 재미있게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필자가 시집왔던 때에는 구장군폭포는 없었고 병풍폭포만 있었다. 어떤 땐, 폭포에서 예쁜 무지개가 보이기도 하고 그 주위에서 작은 콘서트나 공연을 할 때가 있어서 특히 좋아하는 장소다. 아기 단풍나무가 빨갛게 물들 무렵 열렸던 작은 가을 음악회는 참 좋았다.
병풍폭포 근처에 자연적으로 생긴 아주 작은 폭포가 있다. 같이 놀러 간 친구 아들이 필자에게 “이것도 폭포에요?”라고 묻길래, “그래. 큰 폭포는 사람이 만든 것이고 이 폭포는 자연이 만든 폭포야.” 라고 말했더니 그 아이는 “사람이 만든 큰 폭포보다 자연이 만든 이 작은 폭포가 더 귀엽고 이뻐요.”라고 말했다. 이 곳을 지날 때면, 그 아이의 말이 생각나곤 한다.
폭포를 지나 다리를 건너 한참을 걷다 보면, 하늘을 찌를 듯 곧게 뻗은 아름드리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걷는 이들을 환영하듯 나란히 서 있다. 이 길을 뒤로하고 가파른 길을 오르다 보면, 물소리에 고개를 돌리게 된다. 금방이라도 빨려들어 갈 것 같은 깊은 옥색의 용소가 있고 멀지 않아 강천사 일주문이 나타난다. 한국의 사찰은 화려한 단청무늬와 여기저기에 돌을 올려놓는 게 처음엔 낯설었지만 일본의 절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사찰 앞에 사찰 관련 가게가 들어 서더니 옆에 새로이 카페도 생겼다. 자주 가지 못해서 그런지 갈 때마다 뭔가 새로운 것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 때마다 다른 그림 찾기처럼 변화된 것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찰을 지나 오르다 보면 수 백년 묵은 듯한 모과나무 근처에서 본 다람쥐 생각이 난다. 사람이 아주 가까이 다가가도 놀라지 않고 도망가지 않아 신기했다.
팽나무와 느티나무가 다정스레 이야기하고 대나무들이 서로 수다를 떠는 길을 기분 좋게 지나 한참 걸어가면 ‘구름다리’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아담한 빨간 현수교가 눈에 들어온다. 시집와 처음으로 강천산에 왔을 때 구름다리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큰 아들은 구름다리가 무섭다고 건너지 못하고 그 자리에 앉아 울던 기억도 난다. 구름다리를 건너 작은 바윗길을 오르다 보면 전망대에 올라가는 등산로가 보인다. 작은 아들이 초등학생 때, 학교에서 1년에 한 두 번씩 등산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순창에서는 강천산, 금산, 회문산, 체계산 등을 가봤고 그 외에도 마이산, 모악산, 무등산에도 갔었다.
어느 날, ‘초등학생이 오르기엔 힘들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아들에게 물어봤다. “지금까지 갔던 산 중에서 어떤 산이 제일 힘들었어?” 그랬더니 아들은 “당연히 강천산이 제일 힘들었죠!”라고 답해서 나는 속으로 놀랐다. ‘강천산이 제일 힘들었다고? 왜?’ 필자도 아들이 갔던 산들은 거의 가봤기 때문에 그 대답이 너무 이외였다. “뭐가 그렇게 힘들었을까?”라는 엄마의 싱거운 반응에 작은 아들은 심각한 얼굴을 하며 바위를 손으로 잡으면서 올라가는 시늉을 했다. “엄마 나 이렇게 올라갔단 말이에요! 얼마나 힘들었는데요! 엄마는 가봤어요?”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아니... 엄마는 못 가봤어.” 그렇다. 사실 나는 평탄하게 난 길밖에 안가봐서 그 위에 산길이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몰랐던 것이다. 등산하는 코스가 더 있다는 것은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그렇게 힘든 코스인가? 한 번 기회가 있으면 가봐야 되겠는데...”라고 생각했었다.
초등학생이었던 작은 아들이 고등학생이 된 무렵 우연찮게 지인들과 전망대까지 갈 기회가 생겼다. 필자는 작은 아들이 ‘등산하기 제일 힘든 산’으로 꼽은 산길이 얼마나 험한 길일까 걱정이 되서 지인들에게 “혹시 손으로 바위를 잡아가며 올라가야 되나요?”라고 물어봤더니 “그건 옛날 이야기죠. 지금은 정상까지 데크가 만들어져 있어서 그렇지 않아요”라면서 웃었다.
지인의 말대로 전망대까지 데크가 잘 되어 있었지만 상당한 경사가 있어서 나름 힘들었다. 데크로 올라가도 힘든데 초등학생이었던 작은 아들이 작은 손으로 바위를 잡으며 낑낑거리며 올라가는 모습을 상상하니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 것 같았다.
내려가는 길을 따라 강천산의 계곡물이 시원하게 흘러내렸다. 흐르는 물을 쳐다보고 있자니, ‘저 물처럼 시간이 흘러 여기까지 왔구나.’ 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여러 세월을 함께했던 이 산 곳곳의 기억들로 산 중턱에 환하게 핀 층층나무 꽃들이 예쁘게 눈앞에 들어 왔다.
봄에는 예쁜 벚꽃이, 여름에는 시원하게 계곡물 흐르는 소리로, 가을에는 알록달록한 아기 당풍의 조잘거림이, 흰눈 내린 겨울 골짜기로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강천산.
나에게 강천산은 아름다운 기억이 가득한 소중한 ‘추억의 보물상자’가 되었다.
야마우지 가가리 / 동화작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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