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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간(山水間)에 집을 짓고

2023년 02월 06일 [순창신문]

 

ⓒ 순창신문


“여생을 즐기며 보낼 집”이란 또 다른 소제목으로 출발하고자 합니다

“명산에 거처를 마련하는 것이 어렵다면 산봉우리가 돌아서고 산언덕이 굽이치는 곳이나 숲이 아늑하고 개울물이 여유롭게 흘러가는 곳이 좋겠다. 그 곳에 땅 몇마지기를 장만하고 집 몇칸을 짓고 무궁화를 심어 울타리로 삼고 이엉을 엮어 정자를 만든다.

땅 한마지기에는 과실나무를 심고 남은 땅에는 오이와 채소를 심자. 산일을 할 동자 하나와 함께 동산에 물을 주거나 풀을 뜯자. 정자아래에 앉아 서책과 벼루를 곁에 끼고 고적함을 달래기도 하고 거문고나 바둑을 곁에 놓아두어 정다운 벗이 오기를 기다린다. 새벽을 뚫고 지팡이를 벗삼아 길을 나섰다가 저물 무렵이 되어서야 집으로 걸음을 돌린다“

이런 생각들 한번쯤 해 보시지 않으십니까?

이것이 늘그막에 여생을 즐기는 한가지 방법이려니....

위 글은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가 지은 임원경제지의 이운지에 나오는 말입니다.

신선도 부러워하는 집을 마련하여 품위있는 생활을 영위하는 꿈을 꾸는 것은 우리 현대인뿐 아니라 옛사람들도 어떤 곳에 어떻게 집을 짓고 살아 갈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첵에서 추구하는 주거공간은 자연친화적이면서도 생업을 잘 꾸려갈 수 있는 (생활의 풍족함과 편리함)곳이었다.

젊은날에 내게 많은 영향과 가르침을 주었던 책이다

2000년도 무렵부터 전원생활에 대한 열풍이 매우 뜨거웠었다.

집을 짓고 생활을 할 수 있을 터를 찾아 수많은 이들이 산수가 수려한 곳, 도시로부터 떨어져 쾌적한 곳, 생활 오염으로부터 안전한 곳을 찾아 다녔다.

지금은 그 열기가 조금 식은 것 같지만 ....나도 그 중 한사람으로 많은 곳을 답사하고 다닌 덕분으로 옛 선인들이 유유자작하며 여흥을 즐겼던 적성강 상류에 터를 잡아 많은이들이 부러워하는 전원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TV등의 영향(나는 자연인이다, 한국기행, 건축 탐구 등 프로그램 등)과 개개인의 소망등으로 귀농, 귀향을 하는 사람들은 꽤 많다.

원시반본(原始返本)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은 처음으로 다시 돌아간다라는 말이다.

자연을 그리워하고 모든 만들의 뿌리인 자연으로의 회귀는 인간 본연의 자세라 하겠다.

필요에 따라 사람들이 모여 촌락과 도읍을 이루고 주거, 교통, 교육. 문화의 중심이 거대도시로 향하게 되고 필연적으로 거대도시화의 부작용이 발생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탈도시를 꿈꾸게 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이 이어지고 일부 결정이 빠른이들을 중심으로 자연으로의 회귀아 이동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러면 어던곳에 어떻게 집을 짓고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을까?

여기에 물론 정답은 없다.

살아온 환경과 과정이 각각 다르고 소득수준, 학력, 사고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이것이 옳다라고 할 순 없지만 옛사람의 주거미학을 살펴보고 이를 지금에 맞게 재편해보면 어느정도는 답을 얻을수 있지 않을까?

이상적인 주거지의 위치와 모습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사회적으로 재구성된다

정감록에 보면 십승지지가 나온다

안동, 풍기, 개풍, 용인, 계룡, 완산, 금성, 토지, 현풍, 순창 등 10곳을 일컫는 말이다 (각 지역마다 해석이 다르다)

난을 피할수 있는 곳 내륙 즉 화를 면할 수 있는 는 곳 10개 지역을 적어놓은 책이다

십승지는 조선후기 민간인의 이상향 담론이었다

그들은 십승지로 지목된 곳을 찾아 삶터를 개척하고 미래의 희망을 꿈꾸며 생활을 일구었다.

오늘날 자본주의적 가치의 지배로 생태환경의 위기와 거주의 진정성이 위협받는 사회현실에서 승지의 문화전통과 생활사의 의미를 돌이켜볼 가치가 있다

그러면 어떠한 곳이 사람이 살아가는 좋은터일까를 고민해본다

옛사람들이 말하는 좋은터란 어떠한 곳일까?

주거지 선택에 있어 네가지를 고려하라 했는데 지리(地理)를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고 그다음으로는 생리(生理), 그다음이 인심(人心), 그 다음엔 산수(山水)라 하였다.

이 중 하나라도 결핍되면 살기에 좋지 않다.

지리적 조건이 훌륭하다해도 생리의 조건이 결핍된 곳이면 오래 거주할 수 없고, 생리의 조건이 좋다하더라도 지리적조건이 나쁘면 오래 거주할 수 없다, 지리와 생리조건이 좋더라도 인심이 좋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 또 주거지 근처에 감상하기에 좋은 산수가 없다면 성정을 도야할 길이 없다.

지리적조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되는 조건이 배산임수이다

사람의 거주지는 높고 청결하며 훤히 트이면서 긴밀하게 에워싸여서 바람을 막아주고 따뜻한 곳이어야 한다.

사람은 양기를 받으며 살기에 하늘과 해가 잘 보이지 않는곳에서 거처해선 안된다.

지리적 조건에서 가장 먼저 언급하는 것이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사태의 위험은 없는지, 강이나 계곡은 물의 범람이나 침수로부터 안전한지, 지대가 낮아 많은비가 오면 농지가 잠기지는 아닌지, 폭설이나 강풍, 또한 지진으로부터의 안전도 검토해 보아야 한다.

생리에서는 주거지는 농사와 상업에 편리해야 함을 강조했다

인심에서는 마을 의 풍속이 어질어야 살기 좋은 곳으로 무었보다 이웃을 잘 선택해야한다. 이는 요즘 귀농 긔촌인들이 시골에 유입되면서 이웃간의 분쟁으로 다투는 일이 많아지고 있는데 “아무리 자연환경과 다른 조건이 좋더라도 이웃과의 관계가 나쁘면 절대 피해야할 터”라는 걸 특히 염두에 두어야 한다

산수에서는 자연환경과 풍경을 강조하는데 산수가 수려한 곳에는 생리가 박한곳이 많다. 그래서 산수만 볼것이 아니라 차라리 비옥한 땅이 넓은 지리적조건이 좋은 장소를 택하여 거처를 정한 다름 시오리쯤 떨어진 풍광좋은 곳을 매입하여 정자를 짓고 흥이 일어날 때 때대로 그곳을 찾아가 노니는 것을 권장하였다.

그렇다면 내가 살아가는 순창의 터는 어떠한가?

순창의 자연조건은 산과물이 태극(太極)을 이루고 서출동류수(西出東流水)하는 지형상을 이루고 있는 고장이며, 주변의 빼어난 산들로 인해 모진 바람과 태풍을 막아줘 자연재해가 적고 사람이 살아가는데 자연조건이 좋은 살기좋은 고장(순창의 살기좋은 터에서 인용)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기좋은 터를 살펴보았지만 우리의 주거문화나 일상생활은 1~2백년만에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그래서 옛선인들이 말한 사람이 살아가는 곳에 대한 기록이 한낮 옛 문헌에 등장하는 소소한 읽을거리라고 치부해버릴수도 있겠으나 옛사람들이 추구했던 주거개념은 현대에도 여전히 생생한 의미를 지닌 부분들이 많아 건축과 조경에 관심있는 이들 ,귀농귀촌을 준비하고 계시는 보통의 현대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그래서 난 산수간에 집을 지었고 새벽을 뚫고 지팡이를 벗삼아 길을 나섰다가 저물 무렵이 되어서야 집으로 걸음을 돌리는 삶을 살아갑니다...

김정균 / 전)농업기술센터 과장

순창신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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