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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의미 있는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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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1월 18일 [순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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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순창신문 | |
순창행복누리센터 3층에 있는 가족센터에는 아담하게 생긴 ‘다가온’이라는 방이 있다.
다문화가족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방인데 간단한 조리시설도 갖추고 있어 소모임을 가질 때 점점 이용되는 공간이다. 그 작은 공간 ‘다가온’이 지난 12월말, 학생들과 부모님들로 시끌벅적했다. 디지털 미술 수업을 받았던 학생들의 작은 작품전시회가 열렸던 것이다.
수업을 받은 학생들 과반수가 다문화가정 자녀들이고 12점의 그림을 전시할만한 적당한 장소를 찾다보니 이 곳이 생각났다.
가족센터장님과 국장님께 부탁을 드렸더니 흔쾌히 허락해주시고 당일 센터 직원들이 학생들을 위해 팝콘과 음료수를 준비해 주셨다.
작년에는 코로나로 부득이하게 행복누리센터 1층 복도에서 전시회를 했는데 올해는
다과도 즐기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가족끼리 사진도 찍어드릴 수 있었다.
‘디지털미술 수업’은 필자가 순창군 문화관광과의 주관으로 3년 째 가르치고 있는 수업이다.
지금까지는 고등학생, 중학생, 코로나로 대학 대기 중이었던 청년들, 초등학생이 섞여 있었는데 올해는 고등학생 1명과 초등학생 9명이었다. 초등학생들이 많아서 그런지 수업하는 동안 교실 안이 정신이 없었다. 초등학생들도 고등학생들 못지않게 바쁘다. 방과 후 수업 받느라 태권도, 피아노 학습학원을 다니느라 학생들이 강의실을 들락날락 한다. 필자는 그림을 가르치는 게 힘들다기보다도 ‘큰 소리 치르지 않기’, ‘친구랑 싸우지 않기’, ‘강의실을 돌아다니지 않기’ 등 그런 지도하는 것이 오히려 힘이 들었다. 그래서 수업이 끝나면 기진맥진 할 때도 있었다. 그래도 초등학교 시절은 자신이 무엇에 흥미가 있고 뭘 잘하는지를 폭 넓게 탐색하는 시기라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열심히 가르쳤다.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모였다고 해도 그림을 그리는 것이 마냥 즐겁기만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은 싫증나거나 힘들어 할 때가 많다. 어린 학생들은 좀 그리다가도 “선생님 이제 그리기 싫어요.”라고 할 때도 많고 대부분 학생들은 실력을 쌓기 위한 기반을 만드는 일, 즉 포토샵의 기능을 배운다거나 예제를 해결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필자는 학생들에게 그림을 가르친다기보다는 참고 하는 것을 가르친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건 그림뿐만 아니라 공부, 운동, 음악, 춤,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기초가 중요하지만 그 과정은 사실 좀 재미없고 인내가 필요하다. 그래서 매년 어느 정도 인내의 시간을 감수하기 위한 목표, 장치가 필요하다. 공부에는 시험, 운동이라면 시합이나 대회, 춤이나 음악이면 발표회, 그림은 전시회다. 그래서 전시회를 한다는 것은 학생들에게 의미가 크다.
디지털미술은 종이나 캠퍼스에 그리는 것보다 훨씬 수정하는 것이 쉽다. 실수를 해도 어느 정도 예전 상태로 쉽게 돌아갈 수 있고 레이어를 이용하니까 마음에 안 들면 부분적으로 버리거나 수정, 보정을 간단하게 할 수 있다. 그런데 하나 허점이 있다. 아이들이 저장을 제대로 안하거나 작업했던 것이 저장이 안 되거나 작품 파일이 들어 있는 USB를 잃어버리곤 한다.
그래서 필자는 수업 중에도 “중간 중간에 저장해야 돼요!” “USB, 바탕화면, 네이버 My Box 등 여러 군데 저장할수록 좋아요!”라고 자주 말한다.
12월초가 되어 그런대로 순조롭게 전시회 준비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수업 마감이 가까워질 무렵에 생각지 못한 일이 생겼다. 한 학생의 작품파일을 저장해온 USB에 에러가 생겨서 그림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몇 시간 동안 그렸던 그림이 한순간에 사라져서 필자도 학생도 머리가 하얀해졌다. 그것도 수업이 2번 밖에 안 남았는데 말이다. 바탕화면에도 저장한 그림이 있었는데 선화까지만 그린 것이였다. 다행이 그런 일이 있을지 모른다고 제 USB에 저장해놓았던 파일을 찾았지만 그것도 밑색을 깐 부분까지만 한 거였다.
학생은 결국 밑 색 위에 명암을 까는 작업을 다시 하게 되었다. 수업이 몇 번 안 남았는데 이미 했던 작업을 다시 해야 되는 상황이었다.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났는지 학생이 투덜거리면서 그림을 그리다가 “선생님, 나 전시 안 할래요! 못 하겠어요!”라고 하였다. 올해 포토샵을 처음 배웠지만, 좋아하는 캐릭터를 곧잘 그리는 학생이었다. 선도 깔끔하게 잘 그리고 색칠도 꼼꼼하게 잘했다. 필자는 고민에 빠졌다. 사실 필자도 그림 외주를 받아 그리고 있던 파일이 포토샵 프로그램이 갑자기 멈추는 바람에 다시 그려야 해서 속상한 적이 있었다. 학생의 마음은 충분이 이해가 되지만 그렇게 포기한다면 디지털 그림에 대한 나쁜 추억만 남을 것 같다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힘들어도 끝까지 해낼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나의 철학이다. 필자는 그 날 학부모님께 전화를 했더니 역시 집에서도 전시 그림 안 그리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수업시간이 부족하면 보충수업도 해줄 수 있으니 완성시키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더니 다행히 학부모님도 마무리까지 잘했으면 좋겠고 설득해보겠다고 해주셨다. 결국 수업은 끝나도 마무리를 못한 2명의 학생들과 함께 보충수업을 하고 다 완성할 수 있었다.
올해는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학생들이 그림을 완성하고 전시회를 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전시회는 학생들의 9개월 동안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부모님들과 아이들의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며 부듯하고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다가온’에서의 전시회는 규모는 작지만 필자와 학생들, 부모님들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행사였다고 할 수 있다.
야마우지 가가리 /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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