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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봉사

2022년 12월 07일 [순창신문]

 

ⓒ 순창신문


11월 23일, 팔덕 농협 주차장에서 큰 행사가 열렸다. 그날은 김장 봉사 3일째 되던 날이라 팔덕 농협 주부모임 회원들 30여 명이 김장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버무리기를 하려고 모였다.

직장에 다니는 회원들도 많아 사람이 없으면 어쩌나 잠도 설치고 가슴을 졸였다는 이은주 회장님의 걱정과 달리 많은 회원들이 바쁜 일정을 뒤에 하고 와줬다. 필자도 이 봉사 단체에 가입한지 20년 이상 되는 오래된 회원이다. 아침 식사를 서둘러 끝내고 옷을 따뜻하게 입고 털 모자까지 쓰고, 김장용 긴 고무장갑에 장화를 신고 서둘러 자전거를 타고 농협으로 향했다.

회원들과 농협 직원들, 격려하러 오신 군수님과 군의원님들, 지역 주민들까지 와글와글 김장행사는 작은 축제장같이 흥겨운 분위기였다.

배추를 간하고 야채를 다듬었던 첫날은 구름이 껴서 추웠고, 배추를 씻었던 둘째 날은 비가 좀 왔었다. 그런데 마지막 날은 걱정과 달리 비교적 포근했고 맑고 파란 하늘 아래서 봉사를 하니 회원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며 모두가 기분이 좋아 보였다.

요즘은 가정에서도 절임배추를 사서 김장을 하는 집도 많은 추세라 여러 봉사 단체에서도 절임배추에 만들어진 양념장을 버무리고 끝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런데 팔덕 주부모임은 예전 그대로 배추를 캐는 것부터 시작했으니 놀라운 일이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회장님께서 이 김장봉사를 위해 배추 350포기를 정성껏 키워서 내놓았기 때문이다. 회원들 중에서도 손수 키운 파, 마늘, 무 등을 기증한 사람도 많았다.

양념에 들어가는 파, 무, 당근들을 다 채 썰고 드디어 배추를 양념장에 버무리는 차례다. 필자는 한국에 와서 집에서도 봉사 단체에서도 수없이 김장을 해왔지만 예전 같으면 쭈그리고 앉아 다리와 허리가 너무 아팠는데 요즘은 책상 위에 비닐을 깔고 서서 버무리니까 훨씬 편해졌다.

정말 좋은 세상이다. 어제 씻은 배추들은 물이 싹 빠져 가지런히 놓인 상태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능숙한 솜씨로 재료를 휙휙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필자는 많은 양의 양념장을 계량하지 않고 오로지 감각으로 배합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배추에 양념장을 버무리는 사람, 배추와 양념장을 나눠주는 사람, 버무린 배추를 비닐을 깐 아이스박스에 담는 사람, 포장하는 사람... 팀을 나눠 척척 일을 해나 가는 모습을 보면 팀워크가 대단하다.

김장이라고 하면 당연히 돼지고기 수육이 빠질 수가 없다. 야들야들 삶아진 수육에서 모락모락 김이 나는 걸 접시에 담아 나른다. 그러면 버무리는 손을 잠시 멈추고 수육을 갓 담은 김장김치로 말아 서로의 입에 넣어준다. 정말 한국다운 정겨운 풍경이 아닌가.

필자는 막 버무린 김장김치와 돼지고기를 보면 갈등이 생긴다. 예전에 먹고 나서 위가 아팠던 적이 있어서다. 맛있기에 먹고는 싶으나 먹고 나서 위가 아플까 봐 아무래도 조심스러워진다.

슬프게도 입은 즐거워도 내 위는 일본산이라 그런지 익은 김치보다 더 매운 생김치를 이길 수가 없는가 보다. 그러나 너도나도 수육에 김치를 말아 필자의 입에 넣어주려고 난리니 어쩔 수 없이 몇 번 받아먹었다. 다행히 아프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그 많은 배추를 언제 다 버무릴까 걱정했는데 사람이 많으니 돌아볼 때마다 쌓여있었던 배추가 빠른 속도로 없어졌다. 정말 사람 손이 무섭다. 다 끝나고 막 버무린 김치와 밥, 수육에 큰 냄비에 보글보글 끓인 손수 띠운 청국장으로 만든 국이 허기를 채워주고 추위를 잊게 했다.

행사의 마지막 피날레는 아무래도 기념사진 찍기다. 남는 건 사진밖에 없지 않은가. 정성 가득한 김치가 담긴 아이스박스를 쌓고 그 뒤에 회원들이 나란히 섰다. 얼굴은 하나같이 환한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춥고 피곤하더라도 외로운 어르신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는 일을 해냈다는 뿌듯함은 무엇하고도 바꿀 수 없다.

음식은 사랑이다. 정성껏 담은 김장김치는 각 마을회관과 독거노인 어르신들, 몸이 불편하신 장애우 분들에게 전달되었다. 추운 겨울 마음만은 따뜻하시라는 회원들의 따뜻한 사랑과 함께 말이다.

야마우지 가가리 / 동화작가

ⓒ 순창신문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미정 기자 cami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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