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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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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30일 [순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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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순창신문 | |
근래 들어 ‘마음으로부터 일곱 발자국’, ‘오늘도 네가 있어 마음속 꽃밭이다’, ‘내 마음 어딘가가 부서졌다’, ‘당신의 마음을 안아 줄게요’ 등 ‘마음’을 주제로 한 인문학 도서들이 자주 눈에 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은 부서졌다가 꽃으로 변하기도 하고 몇 발자국 물러서기도 한다. 마음은 정말 가슴에 존재하고 있는가. 생각해보면 아주 기쁠 때나 무척 슬플 때 저도 모르게 가슴에 손을 얹게 된다. 마치 온갖 감정들이 가슴속에 들어 있기라도 하듯 가슴을 부여잡거나 쓸어내리기도 하고 탕탕 자책하듯 두드릴 때도 있다.
가끔, 아주 가끔 나도 모르는 나의 마음을 타인이 읽어줄 때가 있다. 마치 투명한 볼 안에 담겨있는 것처럼 어디로 숨을 곳이 없는 난감해진 마음을 떠올려본다. “너는 피부가 없는 사람 같아”라는 말을 들을 땐 나는 형편없이 무력한 존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음 하나 가릴 껍데기가 없어서 곧이곧대로 다 드러나는 사람이라니.
대개 사람들은 마음을 잘 감출 수 있어야 사회적 인간관계를 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과연 마음은 감추어야 하는 것일까? 나는 마음이 다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사랑도 일도 마음 없이 되는 게 하나도 없다는 말이다. 독서동아리 화요비 활동도 마음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모임을 이끄는 리더나 참여하는 회원들이나 마음이 없으면 모임 자체가 이루어질 수 없다. 그야말로 마음 동호회라고 할 수 있다. 업무로 바빠진 나날 속에 쉬고 싶은 마음을, 도서나 주제가 무엇인가에 따라, 오고 싶기도 빠지고 싶기도 한 마음을 너그러이 안아 주지 못하면 이 모임은 금세 무너지고 말 것이다.
처음엔 최대한 부담을 주지 않은 편한 모임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모임이 시작되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참여 인원이 줄었다 늘었다 하는 것에 대해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책을 제대로 읽어오지 못하는 회원들에게 실망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또 ‘이러면 안 되지, 편안하게 마실 나오듯 부담이 없어야 하지’ 이런 말들을 되새기며 중심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어느 날엔가 회원 몇을 붙들고 나는 또 마음을 훤히 드러내고 말았다. “동아리 그만할까 봐요. 바쁜 사람들에게 부담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꼭 해야 할 일도 아닌데, 사람들을 억지로 모이게 하는 게 아닐까……” 자조적인 말 뒤에 그들은 또 부드럽게 아주 부드럽게 말하는 것이다. “이런 게 있다는 거 자체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먹고사는 일을 떠나 잠시나마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거예요. 농사일하다 보면 진짜 책 한 번 펼치는 일이 싶지 않아서, 어쩌다 책을 펼쳐도 글이 눈에 들어오지를 않지만요. 비록 많이 참여하지는 못해도 유지되고 있으면 언제라도 나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나는 이날 그들의 마음을 잠시나마 바라볼 수 있었다. 독서 모임에서 다뤘던 책을 제때 다 못 읽어서 다시 읽고 있다는 말을 덧붙이며, 이런 활동들이 무의미하지 않음을 찬찬히 일러주었다.
서로 마음을 드러내면서 아무도 불편하지 않을뿐더러 서로의 마음을 진솔하게 보았다는 느낌이 드는 대화였다. 어떤 진부한 지식의 나열들 보다, 그냥 시시하게 내뱉은 말속에 아무런 가식도 껍데기도 없는 대화 말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지금껏 대체로 껍데기를 만들 필요가 없는 환경에서 살아온 것 같다. 이렇듯 내 마음을 읽어주며 자신의 마음까지 찬찬히 펼쳐 보이는 사람들과 아직도 서로의 곁을 내주며 살고 있으니. 어쩌면 사람들은 마음 하나 가릴 껍데기를 지니지 못한 내가 안쓰러워 너그러이 나의 작은 마음을 달래주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박진희 / 복흥작은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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