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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수명(평균수명)과 ‘편안한 죽음’

2023년 03월 02일 [순창신문]

 

ⓒ 순창신문



2년전 까지만 해도 가까운 친구나 친척 중 암 등 중병으로 아프다거나 저승으로 떠나는 슬픈 소식을 들어 본 적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古稀가 되면서부터 그런 얘기를 자주 듣는다. 참 아쉬운 일이다. 필자도 나이를 많이 먹었구나 생각을 하게 되며 큰 질병 없이 아직은 잘 지내고 있다는 점에 안도한다. 규칙적인 운동과 산행 취미활동으로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나 중병으로 인한 삶의 고통과 비용 그리고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해 보게 된다. 2022년 발표한 통계를 보면 기대수명(0세 출생자가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 연수) 남성은 80.5세, 여성은 86.5세 이다. 한편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건강수명은 66세 또는 73세라고 한다.

평균적으로 볼 때 70세 이후부터는 병환에 대해 대비해야 하고, 병환 진단을 받은 시점부터 언제든 죽음을 맞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손해보험사 자료를 보면 65세 이후부터는 질병 비용이 크게 증가한다고 한다. 기대수명과 다르게 실제 주변을 보면 오래 사시는 분들도 계시고, 조금 일찍 돌아가시는 분도 있다. 인간의 수명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운에 기대하고 사는 것이 좀 더 마음이 편할 듯 하다. 암에 걸리는 분들 보면 안타깝지만 결국 운이 나빴다고 표현하는 것이 좀 더 바른 표현일 듯 하다.

퇴직이후 지금까지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며 살고 있지만 언제 어떤 일로 어려움을 당할지 모를 일이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이 우리 삶이 아닌가 싶다. 남은 여생을 건강하게 잘 마무리 하는 것이 최대 소망이지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니 희망사항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머니는 구순이 넘어 건강상 요양병원에 계신다. 집에서 편하게 여생을 보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아쉽기만 하다. 대부분 가정도 비슷한 상황일 것 같다. 현대판 ‘고려장’이라 폄하하지만 시대와 사회 현실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싶다.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 소위 말하는 ‘간병과 관련된 사건’(간병살인)이다. 최근 전주에서 일어난 사건을 보면 80대 노인이 돌보던 아내를 살해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이 노인은 전주 자택에서 80대 아내를 목졸라 숨지게 하고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을 말한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아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노인을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자신의 신변을 비관하며 ‘남겨진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경찰조사 결과 이 노인은 대장암 말기로 투병중이고 아내는 3년 전 발생한 뇌졸중을 앓아오다 최근에 고관절 수술을 받는 등 거동이 불편해 살림을 도맡아 왔다. 또 다른 사건으로는 2019년 청주에서 효자로 소문난 40대 아들은 오랜 간병 생활을 견디다 못해 아버지를 목을 졸라 살인했던 사건, 중병을 앓던 아버지를 간병하다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에게 유죄가 확정된 사건도 있다.

간병과 관련해 가족 간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누적된 간병 스트레스 때문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중증질환 환우의 보호자 10명 중 8명이 간병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변화가 생겼고, 간병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장기간 간병을 하게 될 경우, 부모님 병세가 악화되면 간병하는 가족은 지치게 되고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현실과 환경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보호자는 점점 '제2의 환자'로 변하게 된다. 경제 능력과 간병 부담, 자기든 부모든 둘 중 한 명은 죽어야만 끝나는 간병의 문제. 이러한 간병 문제의 복지 사각지대를 해결하는 사회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 한다.

또 한 가지 생각 할 것은 ‘안락사’ 문제이다. ‘안락사’(적극적 안락사)는 약물 투입 등을 통해 고통을 줄이고 인위적으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지만 ‘존엄사’(소극적 안락사)는 허용하고 있다. ‘존엄사’란 죽음을 앞둔 환자의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것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를 말한다. 19세 이상인 사람이 자신의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 및 호스피스에 관한 의사를 직접 문서로 작성한 것을 말한다. 죽음에 임박한 상황이 되었으나 본인의 의사가 불분명한 경우, 가족이나 의료진은 현존하는 의학기술을 동원하여 생명을 연장해야 한다는 윤리적인 압박으로 인위적인 생명의 연장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이 경우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인위적인 생명 연장 장치에 의존하게 되어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하여, 자신이 미리 자신의 의료 방향에 대하여 결정할 수 있도록 한 문서로 2018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필자도 모 대학병원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였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김 할머니 사건과 관계가 있다. 김할머니는 2008년 2월 폐암 조직검사를 받다가 과다출혈로 식물인간이 되었다. 자녀들은 김할머니의 인공호흡기등 연명치료의 중단을 요구하여 재판끝에 2009년 5월 21일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김할머니는 인공호흡기를 뗀 뒤에도 튜브로 영양을 제공받으면서 생존하다가 2010년 사망했다. 대한민국에서 존엄사의 허용 여부가 논쟁이 된 사건이다.

반대도 있지만 필자는 ’안락사‘를 지지한다. 불치병으로 하루하루 고통 받는 이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해야한다. 안락사를 원하는 사람들은 대다수 불치병으로 하루하루 극심한 고통에 살아가고 있다. 환자 가족의 형편도 생각해야 한다. 오랜 기간 식물인간으로 지내는 고통과 비용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환자에게 강요하는 것이 오히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해친다고 생각한다. 남아있는 환자의 가족도 생각해야 한다. 환자가 끔찍한 고통을 받고 있는 걸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후에 다가올 경제적 부담은 누가 책임지나?, 결국 가족이 책임져야 한다. 이러한 현실에 ’자발적안락사‘를 허용하는 스위스에서는 안락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2021년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76.3%가 안락사에 대해서 찬성하였다고 한다.

한때 웰빙(well-being)이 유행이었다. 즉 몸과 마음의 편안함과 행복을 추구하는 태도나 행동을 말한다. 웰빙도 중요하지만 웰다잉(Well-Dying)도 중요하다고 생각 한다. 살아온 날을 정리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고령화와 가족 해체 등 여러 사회적 요인과 맞물려 등장한 현상이다. 주위의 여러 현상들을 보면서 웰다잉을 많이 생각하는 요즘이다.

살아있는 동안 건강을 유지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금년에 104세인 김형석 교수의 건강 비결은 참고할 만하다. 항상 규칙적인 생활과 이른 새벽 하루를 시작한 그는 어김없이 아침 식사를 하는데 “자연 채식이고 비교적 여러 가지 채소를 먹는다. 호박죽을 먹고 감자를 먹는데 우유는 마시는 게 좋은 것 같다. 뼈가 튼튼해지니까. 그리고 달걀도 하루 하나쯤은 괜찮은 것 같다”고 식단에 대해 밝혔다. 몇 십 년 동안 똑같은 아침 식사 메뉴를 유지하고 있다. 식사 시간은 한 시간 남짓으로 간식으로는 과일을 챙겨 먹으며 하루 500-600m를 걷는 식으로 생활 운동을 한다고 한다. 이 외 최근까지도 수영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필자도 30년 이상 테니스를 하고 있고, 주말이면 산행 또는 헬스로 건강 생활을 유지하고 있으며 퇴직 후는 취미생활로 금관악기를 연습하고 있고 아직까지는 대사질환 없어 먹는 약도 없으며 식생활과 운동 취미 등으로 건강관리를 비교적 잘 하고 있는 편이다.

인간의 마지막! 어떤 죽음이 ‘편안한 죽음’ 일까? 별다른 지병 없이 장수하다 잠자는 듯 죽는 경우를 호상(好喪)이라고 하는데 그런 죽음이 아닐까? 죽음의 두려움을 느낄 겨를도 없고 고통도 없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고통을 피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가장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열망일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고 한다. 한 세상 살다 가는 인생, 모두가 ‘편안한 죽음’이 되었으면 좋겠다.


서대현 / 전) 새뜰마을추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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