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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와 함께 한 100일

2023년 02월 22일 [순창신문]

 

ⓒ 순창신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문명>의 주인공은 3살짜리 암고양이로 이름은 바스테트. 그녀는 콧잔등에 하트 모양을 뒤집어놓은 점이 찍혀 있다. 그녀는 평범한 집고양이가 아니라 '스스로 새로운 세상을 설계하고 꿈꾸는 존재'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種이 서로 소통할 수 있게 만들'고 싶어 한다.

하늘빛 정원에 100일 전, 그러니까 지난해 가을에 암고양이 한 마리가 하늘빛정원에 도착했다. 태어난 지 3개월 정도 된 아주 어리고 작고 여린 고양이였다.

조카가 결혼한다고 신랑감과 함께 할머니께 인사드리러 와서 점심을 먹으려고 동네 식당에 들렀다. 방안으로 들어서려 하니 하얗고 까만 아기 고양이도 방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주인 이모님이 "이녀석, 안 돼!"하고 호통을 쳤다. 사랑과 애정이 가득한 목소리였으므로 호통이라고 할 수는 없겠다. 깜짝 놀란 아기고양이는 고개를 한 번 쳐들더니 방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바깥으로 나갔다.

곧 서빙을 하러 들어오신 이모님께서 "고양이 한 마리 키워보실래요?"라고 김용임여사께 말씀하셨다. 처음에는 "이제는 아무것도 안 키울라고요."라시던 김용임여사는 식사하시는 동안 생각이 바뀌었는지 이것저것 물어보셨다.

며칠이 지나 아기고양이는 식당에서 1킬로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하늘빛정원에 도착했다. 콧잔등에 슬킨 상처를 가진 아기고양이는 성격이 모나지 않고 고양이 특유의 거만함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저 순하고 순한 순둥이였다.

지켜보니 이 고양이는 아마도 애완묘로 길러지다가 버려진 듯했다. 만져보면 부드럽고 깨끗했다. 털 안으로 만져지는 말캉말캉한 살들이 함부로 만지면 깨질 듯 위태롭고 아슬아슬하게 느껴졌다. 김용임여사는 동물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아기고양이는 방안에서 키워질 수는 없었다. 12월이 되자 조금씩 추워졌다.

여린 아기고양이를 바깥 찬바람 속에서 재우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 결국 부엌과 실내에서 재우기로 결정했다. 아기고양이는 정이 그리운지 늘 김용임여사의 발 밑에서 걸리적거렸다. 호기심이 많아 제 눈높이의 모든 것들을 건드려보고 냄새를 맡아보았다.

아기고양이는 하얀 털이었는데 등위에 두 개의 까만 하트가 무늬져 있었다.

신기했다. 그래서 우리는 아기고양이의 이름을 '사랑'이라고 짓기로 했다. 사랑이는 늘 자기의 털을 혀로 핥아 단장했고 발톱이 자라느라 가려운지 제 것으로 결정된 3개의 의자 위에 올라가 온힘을 다해 긁어댔다. 부엌 한 켠 제 키보다 아주 높은, 간식거리를 놓아두는 자리에 어느 사이에 올라앉아 있어 김용임여사를 놀래켰고 방문을 열어두면 또 어느 사이에 뛰어들어가 씻지도 않은 맨발로 침대 위로 올라가 김용임여사를 놀래켰다. 김용임 여사를 보기만 하면 사랑이는 먹이가 있는 곳으로 그녀를 안내했다.


김용임여사는 사랑이가 안내할 때마다 먹이를 조금씩 주곤 했는데 한 달쯤 지나자 사랑이는 점점 뚱뚱해져서 예전의 귀엽고 여린 모습을 벗었다. 400평 남짓 되는 하늘빛정원을 벗어나지 않더니 뒷산 동화마을 쪽으로 조금씩 조금씩 산책로를 넓혀갔다.

깨끗하기만 하던 사랑이는 먹고남은 반찬이 든 비닐봉지에 머리를 들이밀었다가 김치자국을 얼굴에 묻히기도 했고 아무데나 드러누워 낙엽쪼가리나 도깨비바늘을 묻히고 다니기도 했다. 강의가 있어 하루이틀 하늘빛정원을 떠나야 할 때 사랑이가 있어 혼자 계실 김용임여사를 덜 걱정해도 되었다. 사랑이는 가족이 되었다.


그렇게 미운짓도 하고 이쁜짓도 하면서 우리에게 스며들었던 사랑이가 며칠 전 죽었다. 놀라운 것은 하루종일 보이지 않던 사랑이가 제몸을 가누지도 못할 만큼 다리에 힘이 풀린 상태였는데도 기어서 제 집을 찾아와 죽었다는 사실이다. 동네이모님께서 지나가다가 사랑이의 상태를 보고 "멧돼지나 두더지 죽이려고 놓아둔 약을 먹은 모양이네요."라고 말씀하셨다.

동화마을 쪽에 놓아둔 약을 먹은 모양이었다. 사랑이는 눈에 힘이 풀려서 사물을 분간하지 못했고 몸을 가누지 못하고 밤새 누워있었다. 따뜻한 물을 갖다 주어도 먹지 못했고 먹이를 먹을 수도 없었다. 전날만 해도 의자 위에 누워서 해바라기를 하며 느긋하고 여유로운 표정을 짓던 사랑이가 제몸도 못가누면서 거품을 내뱉고 그렇게 죽었다.

말랑말랑하던 살덩이는 굳어서 뻣뻣해졌고 무거운 사물이 되었다. 가끔 사랑이를 보면서 '사랑이는 하루하루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갖고 사는 걸까?' 궁금하기도 했다. 살아 있는 생명이 곁에 있다는 것은 큰 위안이다. 그래서 말이 통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소통하면서 김용임여사의 시간은 사랑이를 통해 좀더 여유롭고 평화롭고 행복했을 것이다.

스스로 새로운 세상을 설계하고 꿈꾸는 존재였을까. 사랑이는. 딱 100일 동안 함께 나눈 사랑이와의 기억이 하늘빛정원 곳곳에 살아 있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생명과 생명이 나눈 기억들은 따뜻하다. 햇볕 잘드는 양지에 사랑이를 묻었다. 순한 영혼을 만나는 시간을 허락해준 사랑아, 고맙다.*

이서영 / 작 가

순창신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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