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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가 동막골 이야기

2022년 11월 02일 [순창신문]

 

ⓒ 순창신문


예전 웰컴 투 동막골이라는 영화가 방영된 적 있는데 내가 사는 이곳은 그 동막골하고는 다른 섬진강가의 자그마한 강변 골짜기의 지명이다.

이곳은 아직까지 크게 오염되지 않고 풍광이 아름다워 많은 이들이 찾고 싶어하고 살고 싶어하는 섬진강 상류로 이웃 군인 임실군과의 경계 지점에 있다.

오랫동안 전원생활과 농사를 직접 짓고 싶은 맘이 깊어 풍경이 아름다운 섬진강가 마을인 임실 진뫼, 천담, 구담마을과 순창의 싸리재, 장구목, 석산, 향가 그리고 남원의 대강, 곡성 압록, 구례, 하동, 광양에 이르기까지 몇 년을 강 주위 전답과 임야를 답사하던 끝에 노력의 결실로 이곳 동막골에 터를 잡게 되었는데 이곳은 주산이 벌동(통)산인데 풍수지리 형상으로는 선인독서혈(신선이 책을 펼쳐놓고 읽고 있는 형상)의 책에 해당하는 부분이 집터이다.

구입 당시 이곳은 적성댐 건설 여부로 찬반이 갈리는 상태였지만 댐 건설이 백지화되면서 강 주변으로 여기저기 전원주택들이 들어서고 있고 아직도 택지를 구입하고자 하는 이들의 발길도 꾸준하다.

이곳의 좋은 점 중 하나가 이곳이 가축사육 제한 구역으로 묶여 있어 신규로 축사를 지을 수 없는 곳이라는 점이다.

귀촌인 등 외부 유입자들이 시골에 들어오면서 제일 먼저 체크하는 것도 축산악취 문제인데 주변에 축사가 있다고 하면 후보지에서 제외시킨다는 말도 듣는다.

난 가축은 기르지 않는다.

시골에서 축산업을 해야 경제적으로 유리하지만 개, 고양이, 닭, 소. 염소, 꿀벌 등은 계속 붙어있어 관리를 해야하는 까닭에 자주 자리를 비우는 나로서는 구속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근한 예로 젖소농장에선 부모님 상을 당해도 시간 맞춰 젖을 짜러 상중에도 농장에 와야 하지 않던가?

집 앞으로는 섬진강 상류인 적성강이 휘감아 돈다.

예부터 이곳 장구목 대사리는 질이 좋기로 입소문을 타왔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몇 년 전부터 자취를 감추었었는데 다행히도 다슬기가 다시 돌아왔다. 여름날밤 심심하면 냇가에 나가 골이 깊고 굵은 다슬기 잡는 재미가 제법 솔쏠한데 특히나 채집 허가를 얻어 밤시간에 그물을 끌어 꽤 수익을 올리는 이들에게는 이삼년만의 다슬기 회귀가 몹시 반가울 것이다.

물 깊은 조쏘에는 자라, 잉어, 붕어, 쏘가리, 꺽지도 많아 낚시꾼들의 철야가 세 계절 내내 이어지는 가운데 가마우지도 보이고 큰 물고기만을 사냥하는 수달도 흔하게 본다.

산골짜기다 보니 부엉이 우는 소리도, 딱따구리가 나무 쪼는 소리도, 이쁘게 생긴 담비도, 족제비, 너구리, 오소리, 고라니, 멧돼지도 심심찮게 본다.

얼마 전엔 날개가 사람 키만하게 큰 독수리가 논 가운데서 사냥한 것을 쪼아먹는 모습도 보였다.

주변이 농사를 주업으로 살아가는 시골이다 보니 재배하고 가꾸는 작물도 참 많다.

나락은 물론이고 매실, 복숭아, 감, 사과, 배, 밤, 블루베리, 콩, 고추, 참깨, 들깨, 완두, 수수, 죽순도 나오고 목련, 설토화, 나리, 맥문동, 해당화, 장미, 배롱나무, 수국도 집 주변을 감싸며 계절을 살펴가면서 참 예쁘게 피고 지곤 한다

강을 따라서 몇 해전에 자전거길이 참 편하게 닦여져 있어 휴일뿐 아니라 평일에도 많은 이들이 이길로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우리보다 조금 젊은 이들이 헬맷을 쓰고 복장을 갖춰 타는 것이 부러워 우리도 가끔 채비는 갖추지 못하지만 오래된 자전거를 끌고 이 길을 달려보기도 한다.

이 길 덕분에 걷는 이들이 많이 늘었다,

대부분 부부간에 걷는 분들이 많고 마을 사람들끼리 또는 외부에서 이곳까지 와서 자동차를 주차하고 걷는 분들도 많아졌다.

난 이곳에서 규모가 크진 않지만 농사를 지으면서 10년 넘게 살고 있다.

날이 풀리자마자 하는 일은 감, 밤, 블루베리, 매실나무 전정부터 시작하여 퇴비도 내야하고 밤, 블루베리 등도 보식해야 한다.

이어서 블루베리, 두릅, 들깨밭, 밤나무산 그리고 잔디밭의 풀매기는 일상이다.

이른 봄 첫수확은 두릅순이다.

아침녘 손이 곱을 정도의 찬 날씨속에서 작업하는 두릅 따는 작업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수확의 기쁨 수준이 아니다, 손을 호호 불어가며 가위질을 해야만 하지만 짧은 기간 내 쏠쏠한 수입을 볼 수 있으니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그러다 여름되면 블루베리 따고 선별 포장해서 택배로 보내는 작업을 한달여 해야 되고 그 중간에 얼마되지 않지만 매실도 수확하고 마늘, 양파도 캐야한다. 이때 동부콩도 심어 부지런히 덕에 유인을 해주고 들깨 모종도 옮겨심어 놓아야 가을을 기대할 수 있다.

마늘도 캐야하고 양파도 캐어야한다. 그리고 빠지지 않고 하는 작업 또다시 김매기...
그렇게 6월, 7월이 흘러간다.

가을 접어들면 바로 알밤 줍기가 시작되는데 이 작업도 보통 한 달 정도 계속 된다. 중간에 무 배추도 심어야하고 동부콩, 들깨수확도 하고 마늘 양파도 심어 놓아야 한다.

마지막은 무 배추를 수확해서 김장도 해야하고 메주콩을 쑤워 잘 말려두었다가 된장도 담가야 한다.

그리고 좀 한가하다 싶으면 트럭을 이용해서 산길 임도변의 고사목을 잘라와야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다.

이렇게 적다보니 일년내내 농사일만 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남는 시간이 참 많다.

비가 오거나 날이 너무 더우면 쉬어야하고 모임에도 나가야 되고 운동 약속도 지켜야 하고, 마을에서 하는 행사도 빠지면 안되고 틈틈이 자동차를 몰아 가보고 싶은 곳을 씽하니 다녀오기도 한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출근하다시피 하는 수영장 가는 것도, 야간에 미술관에, 주민자치회에서 운영하는 음악 레슨도 일주일에 한두 번씩 나간다.

또 늦은 오후 시간 북데미길 걷기도 특별한 일 없으면 거르지 않는 일과이다.

일하다가도 친구, 지인들이 찾아오면 차를 나누거나 막걸리를 나누는 것도 거의 일상이다 .
난 이렇게 살아간다.

섬진강가 동막골에서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김 정 균 / 전)농업기술센터 과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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