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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제사 문화 비교와 제사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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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6일 [순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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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순창신문 | |
“엣? 또 제사에요? 어제 제사상을 차렸는데 하루건너 또 제사가 있다는 시어머님의 말씀에 필자는 귀를 의심했다. 시집에서 살게 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일이었다. 한국의 제사가 어떤 건지도 잘 모르는 초보 며느리였던 필자는 한국의 제사문화에 놀랄 때가 많았다.
한국과 방법은 다르지만 일본도 조상을 위해 제사를 드린다. 불교문화가 강한 일본에서는 보통 제사라고 하면 절에 가서 하기도 하고 집에서 스님을 모시고 하는 경우도 있다. 제사에는 월기법요(月忌法要)라는 매달 돌아가신 날에 하는 제사가 있는데 예를 들어 우리 친정어머니는 7월 9일에 돌아가셔서 매달 7월 9일이 되면 스님을 우리 집에 모신다. 그러면 스님께서 어머니를 위해 목탁을 치고 불경을 읊어 주신다. 연기법요(年忌法要)는 한국의 제사처럼 1년에 한 번 하는 제사이고 가까운 친척들과 함께 스님을 모시고 스님이 경을 읊어 주시고 제사가 끝나면 미리 예약한 식당에서 음식을 나누며, 고인을 그리워하며 추억을 나눈다. 추석 명절도 있지만 성묘를 할 때 꽃과 과일을 드리는 정도이고 설 명절은 아예 조상을 위해 상을 차리지는 않는다. 이처럼 일본에도 조상을 기리는 문화가 있기는 하나 방법이 많이 다르다.
그런 일본의 제사나 명절만 알고 있다가 한국의 큰 며느리 역할을 하게 된 필자에게는 제사와 명절은 너무나 무거운 책임이 되었다. 게다가 26년 전에 필자가 시집에 왔을 때만 해도 지금처럼 합동 제사라는 건 없었다. 큰 집인 우리 집은 고조할아버지 중조할아버지, 할아버지까지 모시고 있어서 1년에 7번에 제사가 있었다. 추석과 설 명절까지 더한다면 상을 자리는 건 9번이었다. 외국에서 온 필자로서는 1년 내내 조상들을 위해 상을 차리는 느낌이었다. 일본에서는 매년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절의 종파에 따라 조금씩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49일 째를 하고나면 돌아가신 첫해인 1주기, 3주기, 7주기, 13주기, 23주기, 27주기, 33주기를 지내면 끝난다. 그런 감각이었던 필자는 한국에서는 매년 그것도 계속한다고 들었을 때는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거기에다 윗 조상들을 집에서 지내는 제사 후, 시제까지 지낸다고 하니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시어머님과 같이 상을 차릴 때는 생선 3 가지, 전은 5 가지, 나물은 7 가지, 게, 낙치, 꼬막, 닭, 탕 등의 많은 음식에다 떡, 묵, 식혜도 직접 만들었고 추석은 송편을 빚었고 설은 약과를 튀겨서 만들었다. 그러다가 시어머님이 점점 못하시게 되어 혼자 하게 되면서 힘들어서 나물 5 가지, 전 4 가지... 그렇게 가지 수를 줄이고, 묵과 식혜, 떡, 약과 등은 사서 올리게 되었다.
사실 제사를 혼자 책임져야 되는 필자로서는 한국의 제사가 힘든 일이기는 했지만 마음 어느 곳에서는 조상에 대한 한국인들의 지극한 정성에 대한 존경심이 들었고 “조상을 모시는데 있어서는 세계에서 한국이 으뜸이 되는 나라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래서 일본 며느리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가지 수를 줄이면서 왠지 마음속에 정성이 부족한 것 아닌가라는 죄송한 마음이 있었다.
그러다가 몇 년 전에 큰 아들이 “엄마! 엄마도 이제 힘드시니까 가지 수를 더 줄여도 될 것 같습니다.”라고 하면서 조선 숙종 때 소론의 당수이자 성리학자 명재 윤증선생의 종가인 명재고택의 차례상 이야기를 휴대폰으로 보여줬다.
명재 윤증선생님은 평생 벼슬을 하지 않고 검소하게 산 선비였다. 초가집에서 살면서 식사도 반찬이 세 가지를 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명제 선생님은 "제사를 간소하게 하라"는 유언을 남기셨다. 그래서 300년 넘은 종가의 차례상은 놀랍게도 포, 과일 3가지 (대추, 밤, 배), 백설기와 물김치, 차가 전부였다. 명재 종가의 종손 윤완식 씨는 제사상이 화려해진 건 전통이 아니라 과시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꼬집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음식을 많이 올리지 않지만, 상에 올릴 음식을 쌓을 때는 창호지를 입에 물고 정성을 들인다는 것이었다. 조상들이 제사를 간소하게 하라고 한 것은 형식보다는 정성이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물 한 잔을 떠놓고 하더라도 정성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명재고택의 차례상 이야기를 읽고 필자는 제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그냥 습관처럼 때가 오면 상을 차리고 있었고 많은 음식을 혼자 하면서 힘들면 정성의 마음은커녕 약간 불만스러운 마음으로 준비하기도 했었다.
‘제사의 본질은 무엇일까?’라고 생각하다면 얼마나 많은 음식을 하느냐가 아니라 조상들에 대한 정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후 제사나 명절마다 나물 하나를 하더라도 직접 농사지은 것으로 정성껏 만들었다. 가지 수는 줄였지만 상에 놓을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의 마음을 담게 되었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가정마다 제사나 명절을 지내는 방법은 제각각이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간소화 될 수는 있겠지만, 우리를 있게 한 조상님들에 대한 감사와 정성의 마음만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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