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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경영학

2022년 09월 28일 [순창신문]

 

ⓒ 순창신문

드디어 가을, 아침저녁으로 선선하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며칠이 지나고 이젠 낮에도 25도 미만을 유지한다. 아침저녁은 선선함을 넘어 서늘할 때도 있다. 저절로 양말을 찾아 신는다. 공부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이 가을, 나는 박사과정 3학기 공부 중이다. 문학과 철학 숲에서 살다가 경영학을 공부한다. 인문경영학이다. 경제와 경영에 관한 내용은 매우 생소하여서 처음에는 쭈빗쭈빗 다가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경제와 경영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배우게 되고 깨닫게 되었다.

경영학을 배우기 전과 후가 과연 얼마나 다르더냐고 질문한다면 나는 대답한다. "네, 경영학을 배우고 나서야 내 삶의 경영상태를 차분히 들여다 보게 되었습니다." 일머리를, 돈머리를, 공부머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잡으면서 살고 있었는지 기본부터 체크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경제에 대한 나의 철학이 부재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문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겠다고 작정하고 알라딘과 교보 등 인터넷 서점을 통해 책을 구입하고 일일일독을 하면서 수천 만 원을 책값으로 썼다.

그 책들은 온전히 내 머리통 속으로 들어와 나의 정신을 먹이는 일용할 양식이 되었고 그 잔해인 책들은 여전히 북카페에서 나와 함께 생활하면서 글을 쓸 때 다시 읽기를 통해 쉼없이 서로 조우한다. 하지만 물질적으로는 피폐해졌으며 공과금도 제대로 내지 못해 전전긍긍했다.

공장, 유원지, 인삼밭, 야생화 꽃단지에서 잡초를 뽑는 일 등 이전에 해보지 못한 노동을 통해 돈을 버는 일이 참으로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영어학원을 하고 과외하면서 벌어들였던 수입들은 다시 생각해 보니 육체노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과는 다른 질감임을 깨달았다. 2년 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강의가 원천 차단되자 육체노동을 병행해야 했다.

코로나19가 일상화된 올해에서야 지난 2년 동안 굳게 닫혔던 강의의 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해 이제는 다시 전국을 다니며 인문강의를 한다.

문제는 돈에 대한 나의 관념이 나를 어디로 이끌어 왔을까이다. 돈이라는 물질적 환산에 대해서 정확한 관념을 지니고 있었던 것일까? 나는 제대로된 경제관념을 지니고 있었나? 내가 영어를 버리고 책을 선택한 이유는 가난하게 살기 위해서였나? 책은 돈이 될 수 없나? 책이 돈이 될 수 없다면 이 자본주의 세상에서 나는 어떻게 살 생각이었을까?

경영학 공부는 나에게 이런 의문들을 던져주었다. 또한 세상을 깊이 읽게 해주었다. 다음Daum이나 네이버에 날마다 올라오는 우리나라 경제나 세계 경제 이야기에 비로소 조금씩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탄소중립이 무엇인지, 미래 모빌리티가 무엇인지, 교토의정서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온실가스를 저감하고 재생에너지를 개발하는 것이 왜 절실하게 필요한지, 석탄화력이나 원전 에너지를 계속 사용하는 것이 왜 위험한지, 정의로운 순환이 무엇인지, ESG 경영이 무슨 의미인지를 배우면서 지구별의 인드라망에 대해 공부하게 되었다.

예전이라면 이 문장들은 나의 관심사 안에 들어오지 못했다. 하지만 경영학 공부는 다양한 방식으로 삶의 많은 것들이 상호연결되어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지적하듯 지구별은 우리가 지켜야하고 살아내야 할 터전이다.

이 터전이 곧 인간을 제외하고자 한다. 인간이 지구별을 황폐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을도 우리에게 곧 사라질지 모른다. 자연은 개발대상이 아니다. 우리들의 생존 현장이다. 지구별 경영학을 배워야 할 시간이다.*

순창신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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