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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독서, 운현궁의 봄

2021년 10월 28일 [순창신문]

 

ⓒ 순창신문



도서관에서 일하다보면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청소년과 청년들이다. 그래선지 종합자료실과 열람실을 둘러보며 청춘시절을 생각하게 된다.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에 걸치는 인생의 봄. 이 시절엔 무엇이든 싱싱하게 파닥거린다. 그것이 여행이나 사랑, 공부, 독서....... 무엇이든 하나하나에 꿈과 희망, 의문이나 고통 온갖 감정이 도사려 있고, 오랫동안 선명하게 남기 마련이다.
나의 “청춘독서”도 그랬다. 제목도 청춘다운 <운현궁의 봄>, 제목 참 멋있다! 책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책장을 여니, 때는 무술년 이월 초이틀 한 사람이 죽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무술년이 몇 년도를 말하는 것인지 가늠할 새도 없이 사람이 죽었다. 죽은 사람은 이하응이다. 우리 역사에 남은 이름 흥선대원군. 바로 그 사내.
소설은 곧바로 이하응은 어떤 인물인지를 등장시킨다. 해어진 도포, 떨어진 갓, 술에 취한 가난한 종친이다. “상갓집 개와 같이 가는 곳마다 구박만 듣고, 만나는 사람에게 수모만 받는” 불우한 사람. 그는 사람들의 멸시를 받을수록 더 비뚤어진 행동만 일삼았다. 그때는 세도가문 안동 김씨가 조선을 쥐락펴락하고 있던 때다. 왕족이 잘나서는, 사람들 눈에 띄어서는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운 때였다.
태조 이성계의 고귀한 혈통인 이하응, 그러나 자신의 태생과 극과 극인 ‘상갓집 개’로 불리게 된다. 온갖 구박을 받는 장면들이 이어지고, 그가 고난을 겪을수록. 내 감정도 흔들렸다. 그리고 겉으로만 못난 척을 하며 야망을 감추고 똑똑한 자신의 아들을 교육시키는 장면들을 나도 모르게 응원하기도 했다. 김동인의 역사소설을 처음 접한 나는 역사와 영웅 이야기 구조가 결합한 소설적 재미에 푹 빠졌다.
오백년 왕국 조선은 병들어 왕실의 권위는 당에 떨어졌고 백성들은 가난하고 세도정치로 고통 받고 있었다. 나라 밖으로는 낯선 서양세력이 몰려오고 있었다. 이런 시대는 강력한 지도자를 원하게 된다.
와신상담하던 이하응의 아들이 조선의 왕, 고종이 된다. 그는 왕의 아버지로 흥선대원군이 된다! 그리고 어린 고종을 대신하여 나라를 다스리게 된다. 드디어 그가 살던 집 운현궁에 봄이 온 것이다. 소설은 거기서 끝을 맺는다. 소설의 처음으로 돌아와서 한 세기가 끝나는 1898년 무술년에 생을 마감한다.
그의 드라마틱한 삶과 그가 살다간 시대의 격변은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의 단골 인물이 되게 했다.
작가는 김동인, <배따라기> <감자> <광염소나타>를 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작가. 1919년 2.8독립선언과 3.1만세에 참여했으나 일제강점기 후반 친일활동으로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렸다.
시간이 흘러 흥선대원군에 대해 긍정적 부정적 평가가 엇갈리고, 그를 영웅적 모습으로만 그려낸 역사소설에 대한 평가가 다름을 알게 되었다. 이 소설을 쓴 작가의 삶이나 흥선대원군이나 모두 삶은 흔들리고 요동쳤다.
나의 ‘청춘독서’ 또한 여러 번 흔들렸던 것 같다. 나는 그 청춘을 지나왔고, 오늘도 도서관의 청춘들은 흔들려서 멋진 청춘독서를 하고 있다.

순창신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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