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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辛丑年) 소망

2021년 02월 03일 [순창신문]

 

ⓒ 순창신문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지만, 1년에 한 번씩 해가 바뀌는 날이면 사는 일에 조금은 경건해진다.
그래서 이 무렵이면 잊고 지냈던 시간을 돌아보기도 하고, 앞으로 펼쳐질 날들을 조심스럽게 기대하기도 한다. 새해 첫날 해돋이 명소마다 사람들의 희망이 뜨겁게 타오르는 것도 그 때문이겠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새해맞이 풍경도 바꾸어놓았다. 사람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조용하고 간소하게 새해를 맞이했다. 필자도 마찬가지로 어느 때보다 고요하게 새해를 맞이했다. 그리고는‘거리’라는 단어를 거듭 생각해보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 잊고 있었던‘거리’라는 단어를 새롭게 발견하게 된 것이다.
안도현 시인이 <간격>이라는 시에서“나무와 나무 사이/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울울창창 숲을 이룬다”라고 썼던 것을 떠올렸다. 숲은 멀리서 보면 나무들이 빽빽한 것 같지만, 사실 나무들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자란다. 그것이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상생의 삶이라고 배웠다.
사람들 사이의 거리도 그럴 것이다. 사회공동체는 아주 긴밀하게 연결된 것 같지만,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 사이에도 적당한 간격이 필요한 법이다. 너무 가까워도 불편하고 너무 멀면 소원해지는 것은 아닐까?
필자의 과거와 현재 사이에는 어떤 간격이 있는지 고민해보았다. 순창 쌍치에서 태어나 유소년기를 보낸 필자는 젊은 시절 고향에서 자꾸 멀어지다가 지구 반대쪽까지 갔었다. 그리고는 어떤 힘에 이끌리듯 조금씩 고향 쪽으로 간격을 좁혀오는 중이다. 태를 묻은 고향 집을 중심 삼아 멀어졌다가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필자의 삶이 고향과의 간격 주고받기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문득 질문이 떠올랐다. 진정 고향과의 간격이 가까워진 걸까? 우선 마음은 과거 어느 때보다 순창에 가까워졌다. 수구초심이라는 고사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사람은 만년에 이르러 초년의 삶을 그리워하는 법이다. 그런 탓인지 성격도 어린 날의 필자를 닮아가는 것 같다. 이를테면 한창 세상일로 바쁠 때 잊고 있었던 성정(性情)을 지금 새롭게 발견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몸은 얼마나 고향 쪽으로 가까워졌을까? 궁금해지면 필자는 차를 몰아 순창으로 향하곤 한다.
전주에서 시작하는 27번 국도에 올라 옥정호를 돌아가면 벌써 고향의 기운을 느끼기 시작한다. 눈앞으로 와락 달려드는 산자락들만 보아도 벌써 고향 집에 온 기분이다. 그러다가 구절초 공원을 지나면 몸은 수십 년 전으로 돌아간다. 오랜 세월 타향을 떠돌았지만 몸이 고향의 바람과 고향의 햇살과 고향의 소리를 기억하고 먼저 반응하는 것이다.
올해도 새해 벽두에 순창을 다녀왔다. 순창의 땅과 하늘, 순창의 바람과 햇살, 그리고 순창의 마음 넉넉한 사람들과의 간격이 좁아진 것이다. 이런 마음으로 필자는 우리순창이 울울창창해지기를 새해 소망으로 품어 보았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우리 모두 건강한 간격을 유지하며 서로 용기를 북돋아주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순창신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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