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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강천산을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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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8월 05일 [순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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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순창신문 | |
도시생활을 접고 귀촌한지 4년, 항상 매사에 겸손한 마음으로 고향을 배워가며 우리 부부는 짙은 향수에 젖어들고 있다. 순창 서남쪽의 아미산자락 다섯 개의 봉우리 중 도승이 예불을 올리고 호승이 목탁을 치는 형상을 하는 끝 봉우리 중턱에 둥지를 틀었으니 이보다 더 큰 축복이 있을까.
매주 새벽 아내와 함께 강천산을 찾는다. 호남의 소금강으로 널리 알려진 이곳은 1981년에 우리나라 최초 군립공원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봄에는 진달래, 개나리, 벚꽃, 가을에는 애기단풍, 겨울에는 잔설로 덮인 현수교가 있어 사계절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당초는 광덕산이라 불리었으나 신라 말 도선국사가 강천사를 창건한 이래 이름이 알려지다 보니 산 이름도 강천산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집에서 차로 20여분이면 갈수 있는 거리, 매표소를 통과하면 간단한 나만의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준다. 맨발로도 걸을 수 있으니 맨발로 걷기로 했다. 마음을 열고 기다리던 신선교를 진입하면 빽빽이 들어선 나무사이로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나지막한 폭포의 물소리를 감상하며 산책을 하다보면 자연에 흠뻑 젖어든다.
이른 새벽이니 오가는 이도 없다. 요즘 계속된 장마에 계곡을 가득 채운 물소리는 시원하다. 이름 모를 산새들이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며 인사를 한다. 어디서 왔는지 귀여운 다람쥐가 다가와 속삭인다.
‘친구야, 오늘은 왜 이렇게 빨리 오셨을까!
‘그래, 오늘 아침은 우리가 강천산을 전세 낼 거야’
그동안 도시에서 많이 허둥댔던 우리, 이제야 조용한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고향의 아름다운 강산이 있으니 얼마나 큰 축복인가. 세상의 시름을 잊으며 도선교(장독대다리)에 들어서자 기암절벽의 부드러운 실비단 폭포수가 장관인 폭150m에 40m의 높이의 병풍폭포다. 햇빛이 나면 바위 아래쪽으로 현란한 무지개를 띄워준다. 전설에 병풍바위 밑을 지나온 사람은 아무리 중죄를 지은 사람도 마음이 맑아지고 깨끗해진다고 전하여진다.
또 금강교(고추다리) 좌측에 연리목(사랑나무)이 있다. 뿌리가 다른 나무의 몸통과 한 몸이 된 나무란다. 금강문. 투구봉. 범바위도 숲 속으로 보인다.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아있는 바위 하나가 장군의 투구를 닮았다 하는 투구봉(또는 장군봉)과 신의 조화가 아니면 뚫을 수 없다는 금강문이다. 하늘을 볼 수 있다 하여 통천문이라고도 한다. 그 뒤편으로는 하늘을 향해 포효하는 모습이 마치 호랑이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호두암(또는 범바위)이 자리하고 있다.
큰 계곡을 사이에 두고 있는 어미바위와 아비바위는 하늘나라에서 살다가 천년부부에 연을 맺어 보려고 인간 세상에 내려왔다는 선남선녀가 서로를 바라만 보다 끝내는 부부의 사랑을 맺지 못하고 바위로 변해버렸단다. 장류의 고장임을 알리는 메주의 다리 송음교는 방문객들에게 정겨움을 준다. 문전걸식의 상징인 거라시 바위(굴)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동냥을 받아 강천산 스님에게 시주를 하고 부처님께 복을 빌었다는 아름다운 나눔의 이야기도 전한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자연적으로 폭포가 이루어 진다는 천우폭포를 지나 명주실 한 타래가 들어갈 정도의 깊은 아랫용소를 두고, 극락교를 지나 강천문을 들어서면 강천사에 도착한다. 앞뜰의 5층석탑은 고려 충숙왕 3년(1316)에 덕현성사가 강천사를 중창할 때 세운 것이다. 6.25동란 때 강천사가 소실되면서 이 탑도 화를 입어 1959년 당시의 주지 김장엽스님이 다시 세우게 된 것으로 전라북도 지정 무형문화재 제92호로 보호 관리되고 있다.
강천사 정면의 삼인대(三印臺)는 1515년에 폐비 신씨의 복위를 주청하는 상소를 올린 순창군수 김정. 담양군수 박상. 무안현감 류옥의 행적을 기념하기 위하여 세웠다. 중종반정 때 피살된 좌의정 신수근의 딸 폐비 신씨 후환을 염려하여 장경왕후 윤씨가 세상을 떠나자 이 세사람은 각자의 직인을 소나무가지에 걸고, 관직에서 물러남은 물론 죽음을 간고하며, 폐비 신씨의 복위 상소를 올렸다. 그러나 이들의 뜻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귀양에 처해지는 형벌을 받은 후에 호남과 순창지역의 유림들은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비와 함께 비각을 세우고 삼인대라고 불렀다.
십장생교를 지나 비룡교옆 용머리폭포에서 하늘을 올려 보면 스릴 만점의 출렁다리 현수교가 계곡을 흐르는 푸른 물소리와 절경을 잇는 시원한 풍광과 함께 전망대를 깎아지른 계곡에 만들어졌다. 길이 76m의 경관이 뛰어난 호남의 제일의 구름다리다. 다소 흔들림이 있어 아찔한 느낌을 뒤로하고 30여미터 걷다보면 갑자기 어둠을 느끼는데 길 양쪽에 애기단풍이 하늘을 가리워 어둑함을 준다.
도보길 끝자락에는 구장군폭포가 있다. 마한시대 아홉장수가 전쟁에서 패한 후 이곳에서 자결하려는 순간 차라리 적과 싸우다 죽자는 비장한 각오로 다시 싸워 승리했다는 전설이 서린 곳이다. 기암괴석 사이로 굽이쳐 흘러내리는 두 줄기의 폭포는 높이가 120m로 중간부분이 낙수와 풍화로 여성 음(陰)의 형태, 좌측의 바위산은 남성 양(陽)의 형태를 닮아 음과 양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아홉 장군이 느꼈던 도전과 승리의 영험한 기운을 흠뻑 받아서 삶의 의지를 더욱 굳건히 하고 400尺 폭포수에 백팔번뇌 씻어낸 이 순간의 기쁨이 성공과 풍요의 장수로 계속 이어지길 간절히 소원해본다. 수려한 자연과 접하며 음양의 기운을 받아 이곳은 드나드는 모두가 삶을 재충전되기를 바라며 산수정에 올라 커피 한잔으로 쉽지만은 않았던 삶의 여로를 뒤돌아본다.
나이 들어 찾은 자랑스런 강천산은 부모의 품처럼 따사롭다. 멀리 떠났던 탕자를 맞이해주는 부모처럼 언제와도 포근하게 가슴을 내밀어준다. 사계절 옷을 바꿔 입으며 기쁨을 주는 산천은 노년에 만난 축복이려니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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