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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골살이 / 시골 사는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 시

2019년 07월 18일 [순창신문]

 

시골살이 5년차 귀농작가. 블루베리 재배와 글쓰기를 하며 시골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삶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므로…. 1967년 부산에서 태어났고, 일본유학(방송미디어 전공)을 다녀와서, 방송외주제작 일을 했고,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 제3회 1억 고료 조선일보판타지문학상을 받은 ‘풀잎의 제국’(2011년. 문학수첩), 제1회 해양문학상을 받은 ‘마린 걸’(2009년, 청어람주니어), 제7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을 수상한 ‘식스코드’(2013년, 낙성재) 가 있다.

ⓒ 순창신문



뜨악한 볕에 호미질을 하다 두더지 구멍을 열었다. 그의 민낯을 보면 어쩌지….
주둥이 뿌루퉁 내밀고 낯설게, 아니 낯붉히며 한마디 걸어오면…. 오후 3시, 서편으로 약간 고개를 젖힌 해가 빗살무늬처럼 뿌리는 광선을 등짝에 쪼이며, 나는 서늘한 그늘을 구멍에 드리웠다. 그는 어둠에 젖어 살기에….
그가 쉽사리 민낯을 드러낼 리 없다. 내가 밭고랑을 만들며 물길을 내듯 그는 두둑을 따라 낮은 포복으로 굴을 파며 기었다. 내 손등을 타고 바람이 구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가 바람을 들이키며 더 깊이 숨죽이는 걸까. 비수처럼 날선 호미를 보며 몸 사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가 지렁이를 좋아해 땅을 판다는 건 익히 아는 일이다. 물론 매끈한 몸매를 좋아한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둘 다 구멍을 파다보니, 우연을 가장해 만났을 것이고, 좋게 헤어졌을 리 없다.
개미가 두둑 3부 능선을 따라 줄지어 간다. 앞 선 개미가 하루살이 벌레를 이고 가는데 어쩌면 하루를 못산 턱이다. 개미구멍으로 빨려 들어간다. 구멍이 턱을 벌려 바람의 이빨로 아작아작 씹어 삼켰다. 제물을 뒤따르는 개미 무리는 제향에 취해 구멍 속으로 사라진다.
시린 무릎, 뼈와 뼈 사이로 난 쉰 해의 바람길. 한 때는 잠재울 수 없는 회오리바람이 불어댔다. 나는 세상과 불화했었다. 그 세기가 잦아든 건 통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세상을 탓하며 내가 늙었다. 귀농해서 살다보니 불화했던 세월은 저만치 가 있다. 시골살이의 즐거움은 달리 있지 않다. 즐거운 일은 내가 만들지 않으면 오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깨닫는데 있다.
‘위학일익(爲學日益), 위도일손(爲道日損). 시중(時中)’
도덕경에 나오는 말이다. 배워서 더해가는 것과 깨달음으로 덜어가는 것의 역동적 균형. 지금 내 삶을 반추해 주는 이 말을 거실 창 위에 편액해서 걸어놓았다.
내 삶에 들락거렸을 두더지와 개미들. 나선으로 감겨 잦아지는 바람이 잠재우고 낮아지며 가라앉는다. 그 길의 끝에서 나는 막힘이 아니라 쉼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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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

뜨악한 볕에 호미질을 하다
두더지 구멍을 열었다
손등을 타고 빨려드는 바람
아,
두더지는 숨으려 구멍을 파는 게 아니다
바람 길을 내어 바람을 끌어들이는 게다

개미구멍으로
덩치 큰 하루살이가 빨려 들어간다
아,
개미는 바람 길을 따라갈 뿐
하루살이를 통째로 삼킨 건 바람의 이빨

바람은 구멍 안에 이빨을 감추고 있다
누군들 그 속에 회오리바람 하나 품고 살지 않았는가
바람이 나선으로 감겨 잦아진 건
단지 그 세기의 탓만은 아니다

시린 무릎, 뼈와 뼈 사이로 난 쉰 해의 바람길
아,
두더지, 개미 들락거렸을…
그 길 끝은
막힘이 아니라 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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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창신문



◈ 귀농작가 김 재 석
-현 귀농귀촌협의회 사무국장
-현 순창문인협회 감사
-전 경성대학교(부산) 겸임교수
-조선일보 일억고료 문학상 수상
-현 팔덕면 태자마을 거주
※연락처: HP. 010-3850-1711
▲칼럼 기고 : 7월 15일부터 (933호) ㅡ2주 1회
▲칼럼 제목: 時(시)골살이
☞기고 내용: 귀농해서 시골살이의 정감, 미담 등을 칼럼(에세이 형식)
본문 말미에 짧은 6~7줄 가량의 시로 표현 마감할 예정.

순창신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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