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산골농부의 백살 / 산골농부의 귀농일기
|
|
2018년 01월 17일 [순창신문] 
|
|
|
| 
| | ⓒ 순창신문 | |
열 다섯살 중학교 이학년 겨울방학 호롱불 아래서 한낮에도 어둑한 한평반 남짓한 문간방에서독서 삼매경에 빠진 적이 있다.
황순원의 ‘소나기’, 심훈의 ‘상록수’, 이광수의 ‘흙’, 이 세권의 책을 단숨에 읽고 오십년 지난 지금도 가슴에 깊숙히 또아리 틀고 있다.
<소나기>에 주인공처럼 산골 소년으로 나고 자랐고, <흙>의 주인공처럼 학창시절을 보냈고, <상록수>에 주인공처럼 새마을운동에 동참하면서 청년기를 보냈기에 그 주인공들 처럼 나의 삶을 시대의 주인공으로 살고 싶었는데 도시의 변두리만 어슬렁거리다 노령연금 수령자 되어 이미 계벽이 되어 있는 고향으로 회향했다.
고삿마다 애기들 울음소리 그치지 않았고 줄지어 등하교하던 동네 앞길의 학생들, 틈만나면 구인제 배구를 했던 청년들은 다 어디를 가고 송아지 울음소리도 없는 산골, 온 마을 사람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식사를 하는데 이장 다음으로 내가 젊다.
그때는 환갑 넘은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지금은 환갑을 훨씬 넘었는데도 청년인 세상이다. 나는 내가 청년이지 노령연금 수령자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동네 사람들 모일 때마다 나보다 젊은 사람이 없고 내가 가장 젊은 청년이다 보니 착각의 현실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의구심으로 살고 있을까?
청년인 나는 요즘 가끔씩 백오세 되신 할머니 찾아 뵙고 이야기 벗이 되어 드리기도 하고, 팔십팔세 되신 장형님과 목욕탕도 함께 다니며 ‘나도 형님 나이에 목욕탕 다닐 수 있을까? 할머니처럼 요양원 안가고 살 수 있을까? 나와 벗이 되어줄 누가 있을까?’ 이십년 후 사십년 후의 내 모습을 상상하다보면 매급시 우울해진다.
다행히 우리 동네가 장수마을 시범마을로 선정되어 많은 금액의 돈이 들어와 노인복지 건강증진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백살 되어서도 마을회관에 모여 바둑 장기를 즐길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보고 싶다. 더 좋은 세상이 올지도 모르지만 내 분수에 맞게 계획을 세워본다.
[칠십살]에는 년소득 일억의 농부가 되고 [팔십살]에는 배낭여행을 다닐 것이다. [구십살]에는 유명 작가 강사가 되어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시간 보내며, [백세]에는 현대식 건강증진 시설이 완벽한 마을회관을 오가며 아내와 설거지 함께 하며 살 것이다.
|
|
|
|
순창신문 기자 . “” - Copyrights ⓒ순창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
순창신문
기사목록 | 기사제공 : 순창신문
|
|
|
|
|
|

|
|
실시간
많이본
뉴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