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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추모하며 / 친구야! 이건 아니잖아

2017년 02월 22일 [순창신문]

 

지난 이월의 중순에 어느 날 저물녘이었습니다. 느닷없이 눈보라가 몰아치고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했습니다. 맑은 추위라는 일기예보가 있던 바로 그날입니다.
저는 예기치 못한 낭보에 어안이 벙벙하여 마음에 갈피를 잡을 수 없었습니다. 생체시계가 멎은 듯이 잠시 공황증세가 찾아 왔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쓰나미가 몰려오듯 크나큰 충격의 순간을 맞이한 것입니다.
′세상천지에 어찌 이런 일이…. 그럴 수가…. 친구야 이건 아니잖아….’ 말을 잇지 못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게 저만의 생각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군산에서 강의를 마치고 오면서 길을 잘못 들기도 했던 그날입니다.
우리 동기동창들의 절친한 친구가 급작스레 운명을 달리한 것입니다. 순창신협 이사장으로 재임 중에 일어난 일입니다. 지난달 모임에 소주도 곁들이며 이번 명절은 서울에서 지내게 되어 친구들을 만날 수 없다고 했는데.
태어나서 지금까지 동고동락했던 우정이 이렇게 쉽사리 세상을 등진 것입니다.
꿈에서라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기에 모두가 마음에 갈피를 잡지 못했을 것입니다. 여기저기서 친구들의 전화는 끊이질 않았습니다. 지난 날에 함께했던 인생의 주옥같은 순간순간들이 점에서 선으로 선에서 면으로 한편의 인생 드라마처럼 끊임없이 펼쳐졌습니다. 그는 60여년 지기의 죽마고우입니다.
우리에게는 만남이 있고 추억이 있습니다.
철부지시절 소꿉장난을 치던 초등학교부터 나팔바지에 장발을 뽐내던 고등학생의 추억, 총각시절을 거쳐 중년에 이르기까지 그와 어울렸던 인생영화는 종영시간도 잊은 듯 계속 되었습니다.
그는 우리들에 만능엔터테이너였습니다. 어떤 모임에서든지 걸쭉한 유머와 위트로 즐거움과 기쁨을 주었습니다. 때로는 마술사이기도 했습니다.
′친구야! 자네가 소주 뚜껑을 눈으로 따던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네.’
그는 매사를 남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는 긍정의 아이콘이기도 합니다. 생업을 따라 전국 곳곳에 뿔뿔이 흩어져 있던 친구들이 고향을 방문할 때면 부모님 보다도 먼저 들리고 싶은 곳이 그의 사무실 이었기에 친구들에 충격은 너무나 클 것입니다.
′친구야! 우리 사무실로 와. 닭 몇 마리 삶아서 소주 한잔 하세’
명절 때면 직접 요리를 해가며 많은 친구들을 대접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지극한 베품의 진면목이 떠오릅니다.
자사모(자전거를 사랑하는 모임), JC 활동에, 선거관리위원 등 사회단체참여에도 남달랐던 친구였기에 지역사회의 손실도 클 것입니다.
‘고故’자 마저도 잊고 싶은 김규수 이사장님은 전형적인 신협맨이었습니다. 순창신협은 그의 인생 자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직원에서 상무를 거쳐 이사장으로 봉직하기까지 전국의 신협에서 보기 드문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일년내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른 새벽녘에 사무실은 물론이고 화장실 청소까지 말끔히 해놓은 성실함과 부지런함은 그의 일상이었습니다.
이사장으로서 신협을 사랑하고 동료직원들을 아끼는 따뜻한 가슴을 지닌 경영자이며 훌륭한 선배로 기억될 것입니다. 세상의 흐름을 읽으며 현명하게 살아가는 삶의 기술이 탁월한 그는 이 시대에 귀감이 될 인생구단이었습니다.
사람이 좋아 태어난 사람처럼 사람을 사랑했기에 친화력이 뛰어나 그의 주위에는 늘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습니다.
그를 쉽사리 보낼 수 없는 슬픈 까닭입니다.
이제 아무런 말도 없이 삶의 여정을 멈추고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많은 선후배들의 추모 속에 보내야만 했습니다.
그토록 잔정이 많았던 친구였기에 지금 이순간도 그와 즐거움을 주고 받았던 지난 시절이 주체할 수 없는 슬픔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으로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세상을 탓하기에는 인생이 너무나도 허망합니다. 누구보다도 아내와 딸을 지극히 사랑했던 성실한 남편이요 아빠였으며, 친구들이 의지하고 싶은 버팀목이었기에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단 한번도 예상하지 못한 이별의 고통을 머금으며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그를 지켜 보는 슬픔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쉽게 잊혀질리 없는 참 좋은 친구 한사람을 잃었습니다.
마음 한켠이 허전하다 못해 빈자리가 너무 커 보입니다. ‘꽃이 피는 건 힘들지만/ 지는 건 순간입니다’라고 했던 어느 시의 한 구절이 가슴을 파고드는 오늘입니다.
′친구여! 저 세상에서 더욱 행복하렴. 우리는 항상 너를 기억할게.’
′이 글을 써야하는 내 마음이 무척 아프구나.’
유가족에게 거듭 심심한 위로를 드립니다.
고인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의 이름으로.

순창신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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