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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 축산농업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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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26일 [순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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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순창신문 | |
수십년째 수도작 농사를 짓는 분이 한우사육을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어제 지인으로부터 들었다. 그분은 지역에서 그래도 수만평 이상의 수도작을 짓는 대표적인 전업농이신데 나이도 있으신데 새로이 한우사육을 시작한다는 소식에 모두들 약간은 의외였나보다. 주변사람들의 반응에 그분은 “이제 농촌에서 할만한 게 그래도 한우밖에는 없다.”고 이야기 했다 한다.
농촌에서 한우사육이 가지는 의미는 뭘까?
소 한두마리 키워서 집안의 장남 대학보내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다지만 전국최고의 한우사육두수를 자랑하는 이웃지자체인 정읍의 경우를 보면 이제는 한우 100두 정도로는 어디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세상이라 하니, 몇십년 사이에 소가 가지는 의미도 참 많이 변하기도 하였다. 우리에게 한우는 돼지, 오리, 닭을 키우기에는 뭔가 너무 큰 결단과 시설투자가 필요한 반면, 한우는 적은자금과, 약간의 시설투자, 그리고 큰 전문지식 없이도 우리풍토에서 쉽게 자라는 그런 ‘누렁이‘ 같은 익숙한 존재는 아닐까?
그런데, 예전에는 집 한켠에서 키우기도 했던 한우가 이젠 시골에서도 키우기가 쉽지 않다. 소 좀 키워볼라하면 키우기도 전에 주민민원에 부딪히기 일쑤다. 순창은 한우사육이 가능하려면 민가로부터 거리가 500미터는 떨어져야 허가가 나는데, 이쪽으로 500미터 저쪽으로 500미터 고려하면 결국 1킬로 안에는 마을이 없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 취지에는 십분 동의하나 국토가 좁은 우리의 여건상 쉽지는 않은게 문제이다.
순창군과 서남쪽으로 접하고 있는 이웃 지자체인 담양군은 한우 100미터 거리제한이 있고, 동남쪽으로 접하고 있는 이웃 지자체인 곡성군은 한우 200미터 거리제한을 적용하고 있다. 환경부에서는 한우사육의 적정거리제한이 70~100미터라는데 그게 담양으로 가면 100미터 곡성으로 가면 200미터 순창으로 오면 500미터인 고무줄같은 현실에서 순창주민들은 모두 한우에는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말고 콩과 고추장으로만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인가. 그런데 현재의 거리제한 500미터 조례로는 순창군 전체 토지중 2.76%의 논과 1.64%의 밭에만 허가가 난다는 것을 알았다. 과연 저 부지를 내것으로 만들어서 허가 받는것이 가능할런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예전에는 순창군이 남원과 더불어 한우로 유명했던 시절도 있었다던데, 변화하는 한우 사육의 트랜드에 부응하지 못하고 새로운 선도한우농가들이 많지 않다보니 지금은 많이 쇠락한 모양이다. 당장 우시장에 나오는 송아지만 봐도 30여두 남짓밖에 되지 않고, 인공수정이 아닌 집에서 키우는 수소를 태워서 낳은 송아지가 경매장에 나오는 웃지 못할 일도 꽤 빈번한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타지역에서는 이제는 순창 송아지들을 별로 좋게 보지 않는듯하다. 순창과 유사하게 산악지형의 비중이 높은 이웃지자체 임실군은 낙농을 통해 임실치즈라는 성공적인 지자체의 대표수익원으로 만들어냈다. 못하게만 하려고 할 것인지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에 따라 결과는 천지차이이다.
평생 논농사에 종사했을 수만평 농사짓는 전업농조차 이젠 시골에서 돈되는게 그나마 소밖에 없다고 말하는 이 자조적인 농촌의 현실속에서 그럼 그 몇만평의 땅 조차 없는 농업인이 소 몇 마리 키우는것조차 거리제한이라는 조례나 법의 논리로 막아지는 현실속에서 어떻게 해야할까? 우리는 주민의 생활여건보존에 필요한 규제와 농민들의 소득사업이라는 한우사육사이의 절충점을 어떻게 찾아갈 것인가? 담당부서가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이, 도시에서조차 변방으로 밀려나는 한우는 시골에서조차 고향을 등지고 거리제한이 적은 이웃지자체를 두리번거리며 타향살이를 고민해야만 하는 것인가?
너른 들판에서조차 도무지 허가가 나는 곳이 없다는 질의에 동네속에서 마을사람들에게 동의서 받고 한우사육하기를 되려 권장하는 공무원과의 대화 속에서 과연 주민들의 생활여건을 보존하고 싶어하는 것인지, 법적으로는 허가를 막아놓고, 주민끼리 알아서 다툼의 여지를 정리해오기만을 바라며, 그저 민원이 없기만을 바라는 것인지 나는 이제는 알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가축사육 제한구역이 아닌곳이 거의 없는 이 현실에 과연 순창군의 하늘과 땅은 누가 어떤 권리로 빼앗아 간 것인가. 나는 한우를 사육할테니 너는 피해를 감수해라! 가 아니다. 과연, 누가보아도 보편타당한 상식의 선에서 합리적인 잣대로 이 사안을 봐달라는 것이다. 축산진흥센터를 짓고 축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순창군이 막상 한우를 사육할 수 있는 부지는 꽁꽁 틀어막아놓은 그 벽창호같은 담당 실무담당자에게 상식의 힘으로 질문을 하는 것이다.
한우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직장인이었을 때에는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던일이 그 속내를 알고보니 참 이런 불합리함이 또 있을까 싶다. 거리제한을 줄이고 늘리고가 아니다. 국가는 국민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여야 하며, 규제를 경하는 경우에도 규제의 목적 실현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객관성 투명성 및 공정성이 확보되도록 설정되어야 한다는 행정규제기본법의 기본 개념에 합치되는 조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최근 담당자도 만나보고 군수도 면담해보면서 느낀 순창군의 불통행정에 '자유란 인간의 숨 쉴 권리와 같은 것이라 법이 너무 엄중해 숨쉴 틈조차 없다면 인간은 생시체나 같아요' 라는 영화 굿 윌 헌팅 (Good Will Hunting, 1997)의 대사가 떠올랐다
농민들이 농가소득을 위해 농지에 소 몇 마리 키울 권리조차 빼앗긴 채, 군의 고추장축제가 번창하면 지역주민이 행복한 것인지 묻고싶다. 농민 스스로 결정해서 하는 생산활동은 마냥 틀어 막은채 직불금에 의존한 농촌현실이 과연 농민들의 수익보존 그리고 줄어가는 순창인구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을지 나는 순창군에게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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