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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삭두기(줍기)의 풍속

2013년 11월 27일 [순창신문]

 

↑↑ 순창문화원장
김기곤

ⓒ 순창신문

까치밥은 주로 날짐승이 먹게 하려는 배려였다면 이삭두기(이삭줍기)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모자란 겨울 양식을 보태게 하려는 배려였다.
지금은 가을 들판에서 이삭줍기를 하는 이들을 볼 수가 없다. 그러나 옛날에는 가을걷이가 끝나기 무섭게 이삭을 줍는 사람들로 논밭이 붐볐다.
못 사는 사람들이 열에 아홉이었던 시절 이야기로만 돌리지 못할 정신이 이삭두기에 숨어 있다. 밭곡식도 모두 이삭을 남겨두었다. 실수로 이삭을 흘린 것이 아니라 한 볏단에서 이삭 한 두 개쯤을 우정 흘려 남겨 두었다. 그러면 다음날 가난한 사람들이 이삭줍기를 했었다. 후덕한 지주의 논에는 이삭이 남고 인색한 지주의 논에는 이삭이 숨는다는 속담을 이제는 기억하는 이도 없는 편이다.
후덕한 지주는 가을걷이를 감시하자고 논바닥에 머슴을 내보낸 법이 없었지만 인색한 지주네 머슴들은 일꾼들이 이삭을 남길세라 논두렁을 어슬렁거리고 다니면서 방정을 떨었다. “낱알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 귀한 양식을 들쥐한테 주어서 쓰나”이렇게 큰 소리로 호령하는 머슴들은 이삭 줍는 가난한 집 아이들을 들쥐 정도로 취급했던 셈이다. 그럴수록 농사꾼들은 이삭을 줄줄 흘리며 볏단을 묶었다. 그래서 오히려 인색한 지주의 논에 가야 이삭을 많이 줍는다는 귓속말이 생겼다.
흙이 준 것을 인간만 독차지해서는 안 된다는 정신이 곧 천사의 정신이다.
고수레, 까치밥, 이삭두기는 모두 하나의 정신으로 통하는 우리네 양속이었고 글자 하나 몰랐던 농부들이라도 다함께 어울려 산다는 대동의 정신을 지키면서 살았던 풍습은 우리를 성실하고 검소한 생활로 이끌어 줄 수 있었다.
콩 한쪽이라도 나누어 먹는 인심이 이삭두기 같은 풍속을 낳게 했던 것이다. 아무리 살기가 좋아진다 해도 이삭줍기 같은 풍습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가을 들판에서 벼 베기를 할 때 이삭줍기를 기억하기 위하여 이삭줍기 행사를 되살린다면 어린이들한테 현장감 있게 더불어 함께 같이 산다는 지혜를 물려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함께 같이 산다는 대동의 정신을 드러내는 이삭두기는 우리네 풍속에서 아름다운 하나의 사례로 기억될 가치가 있는 풍습이었다. 잊혀져가는 풍속을 영원히 보존하기 위해 기록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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