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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잔치의 축복과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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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3월 20일 [순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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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순창신문 | 어제는 내 고향 세룡리에서 할머니 백세잔치가 있었다. 순창군 모여성단체에서 많은 음식을 준비하고 행사를 주관해 마을 주민 모두 참석하여 생일축가도 합창하고 큰절도 하고 선물도 드리며 참석자 모두가 축하하는 잔치 분위기가 한창 무르이거갈 무렵 나는 망설이다 준비해간 편지를 읽고 싶어졌다, 할머니의 일생이 결코 축복만 받을 자리인가! 나는 눈물로서 어렵게 살아오신 할머니의 가슴을 조금이나마 위로해드리고 싶었다. 반백년을 홀어미로 살아오신 할머니 아들 셋인데 셋 다 오래전 여의시고 막내며느리와 함께 살고 계신다. 정신은 젊은이 못지않게 멀쩡하신데 앞은 안보이고 잘 들리지도 않고 일어서 걸을 수도 없다. 지금도 목욕이며 머리감는 것까지 창피하다며 혼자 하시는 백세에 할머니 기구한 삶의 애환을 담아 축복해드리고 싶었다.
이 봄 매화꽃잎보다 더 곱게 피어/ 세룡리 산골짜기로 시집오신지 어언 팔 십여 년의 세월/ 뿔땅재 아름드리 소나무도 바위들도
지긋지긋한 가난도 땅속에 묻혔습니다./ 이 좋은 세상 접어 두고/
당신의 영혼도 공호아재 형호아재 연호아재따라 아주 오래전 그 곳으로 가셨지요/ 어머니로 살아오신 세월보다 할머니로 살아오신 세월이 더 긴 영겁의 인생/ 당신 곁에 있으면 매급시 눈물이 납니다./ 할머니 나 왔어/ 손이 이렇게 곱댜/ 십년은 더 살것네/
죄받을 소리 말어/ 나 같은 것 머시간디 이럭케 찾아온 당가/
나 같은 것을 왜 안대려간당가/ 먼 죄를 그리 많아져서/ 할매 내가 누구 간디/ 건동떡네 막내 민수 아녀/ 보이지 않아도 말소리만 듣고도 알아보시는 할머니/ 아들만 둘이제이 군대는 갓다왔능가/ 장게는 보냈능가/ 아직도 기억력은 청춘인 할매/ 할머니 할머니가 보고 싶어 온 것이 아니고요/ 울 엄마가 보고 싶어서 너무 보고 싶어서 찾아온답니다./ 할머니를 보면 울 엄마 냄새가 나서요/ 할머니는 아랫목에 앉아 계신 것만으로도 위대하십니다./ 먼 일가인 나도 할머니가 그립고 보고 싶은데/ 할머니 친손지 들은 얼마나 더 보고 싶을까요? 오래오래 더 사셔서 아들에게 못 받은 사랑/ 못 준 사랑/ 손지들에게 넘치도록 주고받으세요./
진정으로 축하합니다. 축복합니다. 사랑합니다./
이백 여명의 축하객 많은 선물 음식 잔칫상이 앞 보시는 할머니에게 기쁨이 될 수 있을까? 맨밥 열숫락정도 드시고 물 한 모금이 전부였다. 딸기 하나도 떡 한쪽도 싫다시며 밀어 내셨다. 그 와중에 할머니가 찾는 사람은 딱 한사람 복수는 왔는가? 서너 번은 물어보셨다. 복수형님을 왜 찾는지 나는 안다. 70살 복수조카와 이웃집에서 70년을 함께 살아오면서 그 사람의 효심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에 보기두문 효자로 살아온 복수형님에게 잔치음식을 꼭 먹이고 싶은 것이다. 낮 모르는 많은 사람들의 절을 받았지만 누군지 모른다. 축하 인사를 했지만 들리지도 않았다. 할머니를 위한 잔칫날인지는 알고 계시지만 마음은 오직 둘째네에게만 있다. 둘째인 형호아재는 몇 년 전 돌아가셨지만 아직 아무도 얘기를 안했기에 살아계신줄 알고 계시고 며느리 손지들이 한명도 안보이니 오로지 그 새끼들 생각뿐이다. 내게 귓속말로 말씀하신다. 사람도 아녀 내가 죄제이! 눈물이 마른지 오래다. 다섯 살짜리 증손지보다 왜소한 할머니를 보며 편지를 읽으려하니 눈물이 흘러 보이질 않았다. 일 년에 서너 번 할머니 집에 가서 눈물을 흔건히 적시곤 온다. 나를 알아보시고 반겨주셔서 고맙고 내 식구들 안부도 물어보시는 할머니, 자네 어매는 참 고생 많이 했제이, 우리 어머니 옛날이야기를 하나도 잊지 않고 생생하게 말씀 하시는 동안 나는 말없이 눈물만 흘리고는 할매 또 오깨이 하면 머허로와 인자 그만 오지마, 당신 모습이 창피하신 것이다. 안나께이 잘 가소이... 귓전에 맴도는 동안 고삿을 돌아 나오면 향기가 난다.
할머니만 보면 눈물나는 까닭은 어머니를 본 듯 반갑고 가슴이 찡하고 어머님 살아생전에 효도하지 못하고 걱정만 끼쳐드렸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죄는 감옥살고 사면을 받으면 되지만 불효자는 죄를 면할길이 없다. 죄인인자가 흥겨운 잔칫날이라고 해서 마냥 흥겨워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흘렸으니 또 죄를 짓고 왔으니 가슴이 아프다.
할머니를 모시고 사시는 윤봉애 아짐께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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