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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광화문 아라이”의 분노

2013년 04월 10일 [순창신문]

 

ⓒ 순창신문

예나 지금이나 남의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생활이 넉넉하지 못하고 사연도 많다. 필자는 5.18광주민주화운동 이후 1981년 추운 겨울 "광화문불고기" 식당에서 약 3개월간 허드렛일을 했었다. 서울에서 먹고자는 것이 시급했고 치열하게 살기 위해 그곳을 찾게 되었다
그곳은 여자 15명을 포함 종업원만 20명이 넘는 불고기전문식당이었다. 첫날 그쪽 방식대로 인사를 나누다보니 주방장(구례), 부주방장(순천), 여종업원을 지칭하는 "온나아라이"를
비롯해 온통 전라도 사람들이었다. 고향사람처럼 반겨 줬지만 빽없고 돈없는 우리네 모습이 투영된 것 같아 왠지 씁쓸했다
초보자로서 주어진 임무는 설거지. 쓰레기 치우기 등 허드렛일이었데 그들은 나를 "아라이(일본말 씻다)"라고 불렀다
아라이의 일과는 아침 일찍 마장동에서 배달된 고깃덩어리를 쟁반에 담아 식당으로 옮기고 밑반찬으로 제공할 게를 4토막정도로 균형있게 자르거나 기본세팅을 하고서 요즘말로 아짐을 마친 후 접시를 본격 닦는 등 허드렛일을 전담한다
저녁 영업시간이 끝나면 녹초가 되지만 청정제를 이용해 손님들이 불고기를 먹는데 사용했던 쇠로된 "불판"을 닦아 기름을 조금 쳐 연탄불에 말리는 등 다음 장사를 준비하는 작업을 한다. 아침에 사용할 물을 큰 통에 채워놓고 숙소의 연탄불을 갈아야 하루일과가 마감된다
숙소라고 해봐야 큰방 1개를 커텐으로 나눠 남녀 취침장소로 이용했으며 별도 난방기구도 없이 위아래 연탄 5개씩 들어가는 난로가 전부라서 항상 추웠다
필자는 헝그리 정신으로 복싱을 배우는 부주방장 김씨, 추운겨울철 바깥에서 손님을 유인하며 출입문을 지키는 "기도"보는 백씨, 남원에서 초등학교 마치고 올라온 어린 윤양 자매 등 종사자들의 힘겨운 삶을 지켜보며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하면서 그들로부터 많이 배웠다
식당주인과 그의 동생(음식 주문하고 카운트 보는 사람, 조바라고 지칭)을 빼놓고 모두 동지였다. 필자는 선봉에서 그들과 노동의가치에 대해 토론하고 심지어 체력을 단련시켜야한다며 장화를 신고 줄을 맞춰 남산야외음악당까지 구보를 했다 또한 잘못된 점을 개선하기 위해 나름대로 자료를 모으는 등 적극 대처했다. 뒤돌아 보니 광화문아라이는 눈물을 먹고 살았고 분노의 화살은 멈출 수 없어 그런 담력이 생긴것 같다
어느날 주인H씨는 고깃덩어리를 쟁반에 나르던 내가 영 거슬렸는지 욕설을 퍼부으며 공격해왔다. 순간 짓눌렸던 분노가 폭발해 고깃덩어리를 땅바닦에 내팽개치고 반격했더니 "업무방해로 징역을 살리겠다"고 협박하더군요. 그래서 노동 착취,소방안전 위반 등 여러 문제를 따지며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아라이 생활을 그만두되 그날 종업원들과 고별회식을 하는 조건"으로 그날의 소동은 타결되었다
고별회식때 모두 눈물을 흘렸다. 지금 생각하니 가난과 노동과 애환에 공감하며 희망을 갖기 위한 노래 같이 느껴진다.
30년이 훨씬 지났지만 계란 후라이를 가끔 줬던 주방장, 돈을 벌겠다며 복싱에 미친 부주방장, 남원 출신 어린 윤양자매 등 그때 동지들이 이제 서러움에서 벗어났는지 궁금하다. 그 당시 일 자리가 적고 노동여건도 취약해 감히 주인에게 달려들 수 없었다. 오늘날 경제발전과 더불어 향상된 부분이 많지만 아직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서민들이 많다. 그래서 필자는 또다시 "광화문 아라이" 정신을 발휘하여 사회적 병폐를 치유하는데 나서고 싶다

순창신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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