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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존경합니다! / 사노라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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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 영 /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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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5월 12일(목) 16:19 [순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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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청명하고 꽃들은 환하게 날마다 피어난다. 하늘빛정원은 꽃과 풀들과 나무와 그늘과 햇살과 바람으로 가득하다.
필자는 복흥면 추령마을에 산다. 하늘빛정원은 김용임여사와 필자가 거주하는 공간이다. 북카페와 솔아북스출판사가 있다. 너른 마당에는 금낭화, 장미, 샤스타데이지, 민들레, 금창초, 철쭉, 수선화, 독일붓꽃, 머위, 애기똥풀, 상추, 파, 감자, 더덕 등 다양한 식물들이 살면서 먹거리가 되기도 하고 눈과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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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순창신문 | |
하늘빛정원에는 사방에 7그루의 목련 나무가 있다. 부엌 뒷편에 두 그루의 백목련과 한 그루의 자목련이 있는데 어느 날 일어나보니 사방에 불이 켜지듯 소담스런 백목련이 피어있었다. 탄성이 나올 만큼 아름다운 광경이었는데 오래 피어 있지도 못하고 무게를 못이긴 듯 눈송이처럼 떨어져 내려서 길바닥이 온통 목련꽃 천지가 되었다. 자목련은 조금 늦게 피었다.
가까이 가보니 얼굴 만큼 넓적한 꽃이파리로 넘실넘실 피어난 자목련을 보면서 김용임여사는 행복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저 백목련을 보면 가슴이 환해지고야, 저 자목련은 참 우아하다야."
83년째 지구별여행을 하고 있는 김용임여사는 함평에서 태어났고 광주에서 오랜 세월을 사셨다. 필자의 북카페 자리에 마을문화센터가 생기게 되어 자리를 비켜줘야 했는데 그런 까닭으로 도시에 살던 김용임여사는 아파트를 팔고 시골인 이곳으로 이사를 오셨다.
도시에도 아파트마다 경로당이 있고 날마다 여자 어른들로 경로당은 북적거린다. 그녀는 경로회장으로 4년 간 일하시면서 10원짜리 화투를 치다가 싸울 때나 자잘한 다툼이 일어날 때마다 지혜롭게 평정시키는 역할을 맡아하셨다. 성정이 부드러워 싸우는 모습을 잘 보지 못하는 평화주의자다. 몰래 이익을 다투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냥 손해보는 걸 택하신다. 그녀는 한 번도 그녀의 다섯 아이에게 손찌껌을 하거나 욕 한 번 한 적이 없다. 대체로 평온한 분위기에서 무탈하게 삶을 구가해온 그녀.
시골도 그렇고 도시도 그렇고 이제는 노년 인구들이 부지기수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을 위한 놀이문화는 부재하다. 평생 자식들을 위해 살아온 그(녀)들이 하는 놀이라고는 하루 종일 허리 아프다고 외치면서 화투를 치거나 텔레비전을 보거나 산책하거나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이사온 지 3년 동안 김용임여사는 필자와 함께 많은 새로운 경험을 했다.
필자의 책 속, 칼 융박사의 분석심리학적 만다라를 2,500점 이상 색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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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순창신문 | |
노년의 삶에서 가장 큰 난제는 건강과 시간인 것 같다. 점점 건강은 나빠지고 시간은 무한대로 널려 있어 도대체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 난감한 것이다. 그러나 김용임여사에게는 다른 노년이 갖지 못한 대단한 시간활용 도구가 있다. 딸이 낸 책 속에 그려진 만다라를 색칠하는 일이다.
이는 내 안의 나와 만나는 독특한 경험이다. 80년을 타자 지향적으로 살아온 김용임여사가 '나'에 대하여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가 살아온 세월과 앞으로 살아야 할 세월을 가늠하기 시작했다.
어버이날, 김용임여사는 필자와 정보스님의 천불선원에 다녀왔다. 다녀오는 길에 그녀가 입술로 뇌인다. '딸, 존경합니다." 정보스님의 법문이 그녀의 머리로 들어와 자리잡은 것이다. 자신과 세상에 대해 다른 시선을 갖게 된 김용임여사를 바라본다. "엄마, 존경합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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