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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도시 순창 / 사노라면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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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 영 /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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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8월 17일(수) 15:49 [순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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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순창신문 | |
입추가 지나갔다. 절기상 가을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이번주 남도는 폭염에 시달렸고 중부지방은 폭우로 대참사를 경험한 곳도 많았다.
첨단 과학과 인공지능 시대라고 하지만 인간은 여전히 날씨를 좌지우지 못한다. 폭염에 시달리고 폭우가 계속되면서 우리의 생체에너지는 점점 다운된다. 날씨가 늘 우중충한 영국은 우울증 환자들이 많다고 한다. 아무리 에너지가 늘 충만한 사람이라도 날씨가 계속 우울하면 마음까지 우울해지기 십상이다.
질문 하나. 그렇다면 마음의 주인은 누구일까. 생각의 주인은 누구일까. 나의 일거수일투족은 나의 의지대로 움직여지고 있을까. 나는 먹고 살기 위하여 부지런히 일하고 남은 시간은 무엇을 하면서 지내고 있을까.
며칠 전 북카페로 독자 한 분이 찾아오셨다. 60대 중반쯤 되어보였다. 그녀는 참으로 복잡다단한 삶을 살아왔다고 했다.
어머니의 삶과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싶다고, 자서전을 써보고 싶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녀는 암을 앓고 있었다. 스물세 살, 결혼하기 바로 전에 아팠는데 몸을 추스리지 못한 채로 결혼해 시부모님과 힘겨운 시간들을 보냈다고 했다. 어려서는 집안이 가난한 와중에 아들만 공부시키는 분위기여서 자신은 초등학교 졸업 후 따로 공부할 여력을 갖지 못했다고 했다. 공식적인 공부는 초등 졸업이지만 그녀는 꾸준히 공부를 해온 듯보였다. 최근 선물받은 나의 책을 참으로 즐겁게 읽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나와 북카페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돌아가는 길에는 3권의 책을 가슴에 안고 기쁜 마음으로 돌아갔다.
나는 말씀드렸다. "시간 날 때마다 선생님이 살아오신 삶을 녹음하세요. 글로 쓰지 않으셔도 돼요. 부지런히 녹음해서 보내주시면 제가 정리할게요."
우리는 모두 한 생을 산다. 어제는 스물여섯 살 청년을 만나 함께 영화를 보고 점심을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나의 아들이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1년을 쉬면서 안식년을 갖고 있다. 게임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스트레스가 많아 보였다. 내년이면 대학원에 입학해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만들고 있는 게임 프로그램에 좀더 집중할 시간을 달라고 요구했다. 엄마인 나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학원 공부하면서 꾸준히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을 하라고 말해주었다. 눈 앞에 있는 것들이 삶의 전부인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해주었다.
지나고 나면 보이지만 그길을 지나는 중일 때는 큰 그림을 그리기 어렵다. 살아보니 이렇더라,는 깨달음은 사실 살아봐야만 알 수 있다. 시간은 쉬지 않고 흐르고만 있으니 그도 20대를 지나고 30대를 맞이할 것이고 곧 40대가 되고 50대가 될 것이다. 100년 지구별 여행을 하려면 상당한 끈기와 성실성이 요구된다. 하루 이틀, 혹은 일 년이나 이 년 안에 무언가를 성취하겠다고 급하게 마음 먹어서는 안 된다.
싸목싸목 먼 길 지치지 않게 워밍업도 하고 집중도 하고 때로 쉬기도 하면서 내 주변이 어떻게 바뀌어가고 있는지에 대한 시선을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의 삶, 결코 짧지 않다.
나 또한 일만 권의 독서를 하고 15권의 책을 쓰면서 15년을 준비해왔다. 북카페에 와서 자서전을 쓰고 싶다는 그녀는 60대 중반이고 게임 프로그램에 몰두하는 내 아들은 20대 중반이다. 40년이라는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을 경험하겠는가. 60대 중반인 그녀와 90대 초반인 그녀의 어머니와의 시간은 또 어떤가.
어떻게든 우리는 나이를 먹어갈 것이다. 잉여의 시간으로 남은 삶을 살지 말 일이다.
나의 삶의 최고의 시간은 지금, 여기라는 사실만 알아도 허투루 낭비할 시간이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인간은 말과 글 숲에서 살아야만 '비로소 인간'이 된다. 주 경 야 독 의 시간.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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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편집위원 기자 “” - Copyrights ⓒ순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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