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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 무라카미 하루키

감성을 깨우는 한권의 책의 힘

2021년 06월 23일(수) 15:22 [순창신문]

 

ⓒ 순창신문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적었다. 정신적 스트레스와 삶에 대한 중압감,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위안과 위로가 되어주는 단어.
함평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조기퇴직하고 함평으로 돌아가 <새말새몸짓>을 가르치는 철학자 최진석이 '소확행'에 대해 해석한 짧은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가 말한다. "소확행이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의미한다. 하지만 일상을 생각없이 살아가면서 스트레스에 휩싸여 있는 소시민적 언어인 이 소확행,이라는 단어를 생각이 부재한 소시민이 아닌, 바로 무라카미라는 작가가 발음했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하다. 무라카미라는 작가는 대단한 영성의 단계에 이른 것 같다. 그가, 삶을 깊이 고민한 그가 소확행을 발화한다는 사실, 바로 그것이 중요하다."
최진석은 철학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고 주장한다. 생각이 종속되면 가치관이 종속되고 결국 삶 전체가 종속된다. 그러므로 '지금과는 전혀 다르면서 한 단계 높은 차원의 시선'을 갖기 위해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인문적 시선, 철학적 시선, 문화적 시선, 그리고 예술적 시선이 될 수 있도록. 그래서 최진석은 '배우는 철학'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철학'으로 바꿔나가야만 한다고 말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는 2009년에 출간된 3권짜리 장편소설이다. 당시 이 책은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2020년, 1판이 56쇄를 찍었으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을까. 필자가 이 책을 읽은 것은 2019년, 도서관에서 근무할 즈음이었다. 말하자면 이 책이 나온지 10년이 지난 느즈막한 시점이었다. 무라카미를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소설로 등단할 때도 그의 30세 때 데뷔작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내용 안으로 끌어올 만큼 무라카미의 작품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의 작품을 10년이나 지나서야
읽은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다만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트렌드로서의 책은 사양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던 것 같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펼친 3권의 책을 덮으면서 필자는 참으로 행복하다는 느낌을 가졌다.
"아, 이렇게 따뜻하고 간절한 사랑책도 있구나."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수없이 많은 평행우주를 갖고 있지만 오늘 내가 선택한 단 하나의 하루를 경험할 수 있을 뿐이다. 소설 <1Q84>를 읽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이렇게 간절한 사랑을 가지고 있을까?'
필자는 100년의 지구별 여행이 '사랑' 하나 제대로 배우기 위한 여정으로 느껴진다. 우리가 '나'라는 이름으로 경험하는 모든 일들은 결국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 배우고 깨닫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에 빠지는 것은 처음에는 페로몬이 그 입구를 열어줄지는 몰라도 남은 기간 동안 우리는 전력을 다해 사랑을 배우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경주해야만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필자는 줄곧 '아, 이들의 사랑이 바로 그렇구나. 이렇게 간절하게 서로를 끌어당긴다면 결국 어느 지점에서인가 만날 수밖에 없겠구나.', 감탄했다.

<여기는 구경거리의 세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다 꾸며낸 것. 하지만 네가 나를 믿어준다면 모두 다 진짜가 될거야.>
아오마메 마사이는 30세 여자. 스포츠센터 트레이너이며 마셜아츠, 그러니까 무술의 달인이다. 그녀는 초등학교 때 어느 한 순간 교실에서 있었던 짧은 영상을 무의식에 심고 산다. 그 기억 속에는 가와나 덴고가 있다. 그 영상을 마지막으로 아오마메와 덴고는 헤어진다. 사이비 종교에 빠진 어머니 덕분에 트라우마적 어린 시절을 경험한 아오마메는 덴고와 헤어진 후로 홀로 생을 살아가지만 언젠가 어느 지점에서 덴고를 만날 것을 믿는다.
소설 제1장 제목 <아오마메>.
아오마메는 택시를 탔다. 라디오에서는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가 흐른다. 재즈 카페를 운영하기도 했던 작가 무라카미의 소설 속에는 늘 음악이 흐른다. 그래서 그의 책을 읽으면 음악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것 같다. 첫 장에 이 <신포니에타>의 첫 부분을 듣고 '이것이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라고 알아차릴 사람은 '아주 적다'와 '거의 없다'의 중간쯤이 아닐까', 라는 표현이 나온다. 영어스러운 표현이다. 30세에 쓴 소설이 덜컥 수상작으로 선정되고 난 뒤 본격적으로 전업작가가 되어 쓰여지는 그의 작품이 전세계로 퍼져나가 읽혀지게 된 것은 이러한 서구적 정서도 한 몫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는 대목이다.
아오마메에 대한 세세한 묘사 뒤로 아오마메는 택시 안을 둘러본다. 이 부분은 중요하다. 그녀를 새롭고 낯선 세상으로 안내하는 안내자가 바로 택시 드라이버이기 때문이다. 방음장치가 잘 된 고급스러운 택시. 무면허 불법택시는 아니고 정규 택시미터기가 달려있지만 택시등록증이 보이지 않는 택시. 시부야에서 4시 30분에 누군가를 만나기로 한 아오마메는 지금 수도 고속도로에 갇혀 있다. 시간은 3시 45분. 고속도로는 완전히 마비되어 정체상태다. 평소 오후 3시는 도로가 막힐 시간이 아니다. 약속 시간에 늦으면 곤란하다. 아오마메의 불안을 읽은 택시기사가 전철을 타고 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수도고속도로는 갓길이 없어 군데군데 긴급 대피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맞은편 차선 너머 커다란 에소석유 광고판이 있는 빌딩 옥상이 보인다. 바로 그곳에 지하로 통하는 계단이 있다고 기사가 알려준다. 그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바로 근처에 지하철 역이 있다. 거기서 전철을 타면 눈 깜짝할 사이에 약속 장소에 도달한다. 마음이 급한 아오마메는 몇 번 망설이다 결심한다. 차에서 내리려고 하자 운전기사가 말한다. "한 가지 알아둬야 할 게 있는데, 모든 일이 겉 보 기 와 는 다 릅 니 다."
"보통사람이라면 대낮에 수도고속도로의 비상계단을 내려가는 일은 안 합니다. 그래서 그런 평범하지 않은 일을 하고 나면 일상 풍경이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겉모습에 속지 않도록 하세요. 현실은 언제나 단 하 나 뿐 입 니 다." 그녀의 선택으로 그녀는 달이 두 개 떠 있는 공간으로 이동한다. 평행우주. 소확행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치열한 선택의 순간을 경유해야만 한다. Q는 질문Question 또는 탐색Qu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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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편집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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