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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감성을 깨우는 한권의 책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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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 (요한 볼프강 폰 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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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06일(수) 16:48 [순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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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순창신문 | |
시간이 흐르고 있다. 코스모스가 한들거린다. 투명하고 얇디얇은 꽃이파리와 훌쩍 큰 키로 바람에 한들거리는 코스모스는 수많은 점으로 이루어져 가을을 풍요롭게 만든다. 꽃들의 세상이다. 봄꽃들과는 다른 날씨 속에서 피어나는 가을꽃들을 바라보다 나무들에게로 시선을 돌리면 곧 빨갛고 노랗게 물든 가을이 완성될 것이다. 어느덧 벌써 추수의 계절. 필자가 살고 있는 복흥면은 노란 들판이 수확을 끝내고 가을을 마친 곳도 있다. 가을 공기는 여름 공기와 다르다. 습한 기운이 사라지고 서늘한 기운이 스며든다. 청정한 공기가 정신을 맑힌다. 책을 펼치기 좋은 계절이라는 표현이 그저 나온 것은 아닌 듯하다. 저절로 책에 손이 가는 계절. 필자가 펼친 책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 언젠가 친구가 말하기를 "이 책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 둔탁한 나와는 달리 로테를 사랑하는 한 남자의 생생한 사랑 표현들이 너무 풍요롭더라."
돌아보면 20대의 사랑은 참으로 불안정하였던 것 같다.
20대의 불안정한 사랑은 30대가 되고 40대가 되고 50대가 되면서 점점 성숙해졌을까. 사랑은 열정이라 늘 바람에 불안하게 흔들리는 촛불을 바라보는 것처럼 따뜻하기도 온화하기도 불안정하기도 하다. 사랑하게 되면 누구나 베르테르의 감성으로 진입하게 된다.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이 확대경을 들고 바라보는 것처럼 커다랗게 확대된다. 독일작가인 괴테를 통해 딱딱하고 건조하다고 평가되는 독일어가 문학적 감성을 획득했다고 할 만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유려한 문장 속에서 감성을 자극한다. 20대였던 괴테를 유럽에서 유명한 작가의 반열로 올라서게 했으며 이 책을 읽고 감성에 자극을 받아 자살한 청년들이 들불처럼 퍼져가기도 했다고 한다. 데이트 폭력이라는 무지하고 편협한 사랑을 체험하기도 하는 21세기 사랑법은 결국 내면의 사랑이 깨어나지 못한 까닭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랑은 서로에게 스미는 것이지 소유의 개념이어서는 안 된다. 사랑은 확산되는 것이지 편협해지는 공간이 아니다.
"5월 10일. 난 요즘 이상할 정도로 즐겁다네. 매일 아침 난 달콤한 봄날을 맘껏 즐기고 있어. 마치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아름다운 이곳에서 혼자만의 생활을 즐기는 것이 더할 수 없이 행복하다네. 친구여, 나는 이 안락한 생활에 푹 빠져 있어. 그러다보니 그림은 전혀 그리지 못하고 있네. 하지만 내가 지금처럼 훌륭한 화가였던 적은 없다네."
베르테르는 골짜기에서 안개가 피어오르고 울창한 숲위로 솟아오른 태양이 퍼뜨리는 햇살이 신성한 숲의 어둠을 수만 갈래로 나누기도 하고 스며들기도 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 옆 풀밭에 드러눕기도 하고 대지에 얼굴을 바짝 갖다대면서 생의 역동을 가슴으로 흘러들게도 한다. 날마다 흔연스럽게 바라보는 자연을 미세하게 들여다봄으로써 온갖 신기한 세계를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면서 고도로 예민한 감성의 세계로 자신을 인도하고 있다. 주위의 모든 것들이 그의 영혼 안으로 스며든다. 가슴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할 만큼 감동하는 영혼을 지녔다. 이것을 글로, 그림으로, 악보로 옮기는 사람. 그것을 입술로 노래하는 사람. 그것을 정신적으로 향유하는 사람. 온몸이 감동으로 흠뻑 젖는 사람. 그는 언덕을 오르고 샘물 앞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고 나지막한 돌담을 걷고 공중으로 한껏 뻗어나가는 키 큰 나무들이, 있는 힘껏 하늘에 닿기 위해 키를 늘이는 모습을 바라본다. 그의 마음은 풍성하고 사랑으로 가득 부풀어 오른다. 펑!하고 터질 만큼 자연을 흠뻑 감성껏 받아들인다. 이렇듯 섬세한 결을 지닌 베르테르는 격정으로 인해 불안하고 불안정하게 흔들린다. 베르테르는 현실 속 괴테 자신일 것이다. 그의 사랑 경험과 친구인 예루잘렘이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절망적으로 고뇌하다가 결국 권총으로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쓰여진 소설이다.
베르테르는 로테를 만나게 된다. 그녀와는 지적으로 정서적으로 감응한다. 로테 또한 베르테르와의 만남이 참으로 따뜻하고 좋다. 하지만 로테는 약혼자가 있다. 알베르트. 만날수록 베르테르는 로테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다. 그는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열정으로 고민한다. 로테를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갈수록 현실적인 난관에 괴로운 베르테르. 사회의 인습적이고 단단한 질서, 귀족사회의 통념을 깨고 들어갈 수 없음을 깨달은 베르테르는 로테와의 단 한 번의 접촉, 포옹과 단 한 번의 키스로 자신의 사랑을 확인한다. 그는 자신의 사랑을 완성시키기 위하여 죽음을 선택한다. 바로 이 지점.
"1월 20일. 사랑하는 로테! 당신에게 편지를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습니다. 나는 지금 눈보라를 피해 어느 초라한 농가의 작은 방에 들어와 있습니다. 외로움에 갇힌 채 오두막에 앉아 있다 보니 제일 먼저 당신이 생각났습니다. 내 가슴은 메마를 대로 메마르고 가슴이 벅차오르는 행복한 순간은 한 순간도 없습니다. 허무하기 짝이 없습니다."
사랑은 열병이다. 열병 같은 사랑을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하고 시간이 가서 늙어 죽는다면 참으로 허망할 것 같다. 지구별 여행자로 한 생을 살면서 물질적으로 잘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갇혀 살면서, 물질적 풍요와 뜨거운 사랑은 교환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사회에서 우리가 산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랑하고 상처를 주고받고 그를 통해 다른 지점으로 건너가는 삶. 그 삶 속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내 삶을 바꾸거나 영향을 미치거나 슬프게 하거나 성숙하게 한다. 베르테르는 로테를 향한 사랑의 열병을 치유하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사랑을 통해 다른 지점으로 건너갔다. 삶인가 죽음인가보다 중요한 것은 사랑을 통해 어디에 도달할 것인가가 아닐까. 지구별 여행자의 한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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