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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 감성을 깨치는 한권의 책의 힘

서머셋 모옴

2021년 09월 15일(수) 17:07 [순창신문]

 

ⓒ 순창신문



달과 6펜스. '달'은 저 멀리 우리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달'은 시각적으로 포착되기는 하지만 손으로 잡을 수는 없다. 달은 이상을 상징한다. 지금, 여기에 존재하고 실재하지만, 즉 눈이라는 시각,으로는 존재하지만 촉각,으로는 만질 수 없는 미묘한 존재다. 라캉은 이를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라는 용어를 사용해 설명한다.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살면서 늘 꿈을 꾼다. 무언가가 되고 싶고 무언가를 하고 싶어하는 존재다. 그래서 플라톤이라는 철학자는 눈으로 만져지는 사과보다 더 본질적인 것은 사과라는 이상, 개념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여기, 라는 물질적 공간보다 중요한 것은 꿈을 꾸고 살아가는 존재가 되는 것. 물질세계에서만 살면 인간은 초라해진다. 손등과 손바닥이 맞붙어 있는 것처럼 현실과 이상은 맞붙어 있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늘 동시적이다. 그것이 인간이라는 종,의 독특한 특성이다. 인간은 육안, 심안, 영안,이라는 세 종류의 눈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육체의 눈으로 바라보는 대상은 마음의 눈으로 보거나 영혼의 눈으로 보게 되면 완전히 다른 질감의 존재로 변한다. '6펜스'는 아주 작은 단위의 돈이다. 하지만 이 돈은 물질세계를 살아가는 근간이다. 내 손에 단 돈 1000원이라도 쥐고 있어야 세상에 나아가 무언가와 교환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진 존재가 된다.
서머셋 모옴의 <달과 6펜스>는 이상과 현실, 그 사이between의 존재인 인간, 그 중에서도 찰스 스트릭랜드,라는 독특한 한 인간의 행동과 심리와 지구별 여정을 따라간다.
"내가 보는 예술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바로 예술가 그 자신의 <개성>이다. 그리고 그가 가진 개성이 특이하고 독자적이라면 그 외의 결점들은 기꺼이 용서할 수도 있다. 예술가란 화가나 시인, 음악가를 막론하고, 그 작품에 숭고하고 아름다운 장식을 하여 우리의 심미감을 만족시켜준다. 그리고 심미감은 성적 본능과 서로 통하는 것이 있어서 일종의 원시성을 느끼게 한다. 말하자면 <그 자신>이라는 큰 선물을 우리에게 주고 있는 것이다."
모옴이 쓴 <달과 6펜스>는 폴 고갱의 일대기를 그의 관점으로 파악한 소설이다. 모옴에게 고갱은 예술가의 비밀을 간직한 영혼이었다. 그가 말한다. "찰스 스트릭랜드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솔직히 말해 그가 여느 사람과 다른 인간이라는 인상은 조금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그의 위대함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필자가 쓴 <그림으로 떠나는 인문학 여행> 속에도 고갱이 산다. 고갱은 20대에 인상파 화가의 작품을 보고 그림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30대가 되어 전업화가가 되겠다고 결심한다. 아이들과 아내가 있었지만 사회적인 손가락질을 아랑곳하지 않고 미련없이 가정을 버린다. 그는 인상파에서 출발했고 일요화가로 출발했다. 말하자면 아마추어 화가로 출발했다. 기본기가 없으니 더욱 중요한 것은 그의 직관이었을 것이다. 40대 무렵, 그는 종합주의라는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어간다. 건강 문제로 고흐와 잠깐 함께 살게 되면서 예술관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로 심한 다툼이 있었고 고흐는 귀를 자른 뒤 병원에 입원하고 고갱은 멀리 떠나 태평양의 한 섬에 이르게 된다. 타히티. 그의 정신적인 고향. 예술의 근간이 되는 공간. 생전에 작품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가난하고 불행했던(타자의 시선에 잡히는 느낌일 뿐 스스로가 그렇게 느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한 화가의 삶이 뛰어난 문학가인 모옴의 시선에 잡혀 <달과 6펜스>라는 소설 속에서 영원히 살아남게 되었다.
모옴은 더크 스트로브라는 화가를 통해 이렇게 말한다.
"어쨌든 이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아름다움이란 그냥 지나가다 힘 안들이고 주울 수 있는 해변가의 조약돌 같은 건 아니야. 아름다움이란 이 혼돈의 세계에서 영혼의 고뇌를 겪으면서 만들어낸 거야. 그러나 그것을 모든 사람이 다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닐세. 아름다움을 인식하기 위해선 예술가가 거쳐온 괴로움을 이쪽에서도 거쳐보아야 하는 거야. 즉 그것은 예술가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아름다운 멜로디와도 같은 것이며, 제대로 판별해 들으려면 이쪽에서도 그만한 지식과 감수성, 그리고 상상력이 필요하게 되는 걸세."
"이보게, 내가 사람을 단 한 번이라도 잘못 본 일이 있던가? 그 사람은 천재라구! 분명히 천재야. 나는 확신하네. 앞으로 백 년 뒤에 만일 자네나 내 이름이 조금이라도 세상에 남아 있다면 그것은 다만 우리가 찰스 스트릭랜드를 알았다는 이유 때문일걸세."
"아직 성공은 하지 못했어. 아마 자기 그림을 한 장도 팔지 못했을걸세. 그 사람 이야기를 하면 모두 비웃네. 그러나 나는 그가 위대한 화가라는 것을 알고 있네."
어떤 것에 대한 심미안, 상상력, 그만한 지식과 감수성이 없다면 그 '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느끼고 감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모옴은 강조한다.
소설 속에서 스트릭랜드는 잘 나가는 주식 중개인이었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증발해버렸다. 사람들은 그가 부인을 놔두고 찻집에서 일하는 젊은 여자와 파리로 도망갔다고 생각했다. 화자인 나는 부인의 대리인으로서 파리의 스트릭랜드를 찾아간다. 소문과는 달리 초라한 호텔에, 여자도 없이 털털하게 생활하는 스트릭랜드. 그는 세간의 풍문에도 아랑곳없이, 아내와 아이들의 생활고에도 상관없이, 단지 그 림 을 그 리 지 않 으 면 안 되 었 기 때문에 영국을 떠나 파리로 왔다고 말한다.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의 시선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스트릭랜드의 시선은 온통 그림에 가 있었다. 남에게 어떻게 보여지는가가 그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왜 남의 시선에 사로잡혀야 하는가. 그를 사로잡은 것은 그림이었다. 그림이 그의 영혼을 사로잡아 그는 그림을 좇아 파리로 간 것이다. 5년이 지나 화자가 스트릭랜드를 다시 보게 되었을 때 스트릭랜드는 5년 전에 입고 있던 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때에 절고 여기저기 찢기고 실밥이 드러나고 남의 옷처럼 헐렁헐렁했다. 살이 빠져 굵은 뼈와 힘줄만 앙상하게 남았다. 그림에 대한 관심, 그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것, 그 이외의 것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온전히 그림에 헌신하는 삶. 궁핍한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고 온통 그림에 대한 정신력으로만 살아가는 삶. 그림에 대한 사랑으로 다른 모든 것들을 무(력)화시키는 삶. 그의 원시적 열정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는 고갱의 그림을 감상할 수 없었겠다.
그만한 지식과 감수성, 상상력과 심미안이 없다면 우리는 예술을, 무엇보다도 예술의 한 장르인 삶을, 이 지구별 여행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이서영 편집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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