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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 파울로 코엘료

감성을 깨우는 한권의 책의 힘

2021년 08월 05일(목) 14:09 [순창신문]

 

ⓒ 순창신문




"사람들 대부분은 이 세상을 험난한 그 무엇이라고 생각하지.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세상은 험난한 것으로 변하는 거야."

파울로 코엘료는 1947년, 지구별에 도착했다. 세 번이나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록 밴드를 결성하고 연극도 하고 히피문화에 푹 빠진 청년기를 보냈다. 급진적인 만화 잡지를 창간, 브라질 군사정권에 의해 수감되어 고문도 당했다. 40세에 산티아고를 걸었고 <순례자>를 시작으로 문학 세계로 진입한다. 41세에 <연금술사>로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

자아의 연금술,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연금술이 '자아'를 향하기까지 그는 쇠를 금으로 변하게 하고, '불로장생의 묘약'을 발견할 수 있다는 연금술에 미친듯이 몰두했다. 그는 연금술사들을 찾아다녔고 연금술에 관한 책들을 읽었다. 26세에 그는 '에메랄드 판'을 테마로 실험 연극을 만들기도 하고 지독한 회의와 고통의 시간으로 영혼의 유배기를 지나기도 했다. 그러다 그는 절망의 밑바닥에서 비로소 '신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우리가 마음 깊이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마침내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것이었다. 우리는 스스로의 운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으며, 그 많은 시련과 시험에도 불구하고 신의 손길은 언제나 한없이 자애롭다."
그는 이 깨달음에 이르러 <연금술사>를 썼다.
34세 무렵, 파울로가 가야 할 운명의 길을 깨닫게 해 준 스승을 만나게 된다. 그는 스승에게 왜 연금술의 언어는 모호하고 그토록 어려운가 질문한다. 스승이 말한다.
"연금술사는 세 부류가 있네. 연금술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흉내만 내는 사람, 연금술의 언어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따라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좌절해 버리는 사람, 그리고 연금술이라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연금술의 비밀을 얻고, 자신의 삶 속에서 '철학자의 돌'을 발견해내는 사람."

필자가 파울로의 <연금술사>를 처음 읽었을 때는 대학생이었다. 첫 느낌은 '재미있다' 정도였다. 두 번 읽고 세 번 읽으면서 필자의 생물학적 시간들도 함께 흘러갔다.
그리고 지구별에 도착한 지 40년쯤 되었을 때, 다시 읽은 파울로의 <연금술사>는 천둥처럼 머릿속에서 반짝! 뇌성을 쳤다. "아, 그렇구나! 우리의 삶을 이루는 하루하루는 그저 하루하루가 아니었구나. 엄청난 깨달음의 공간이로구나. 일상이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은 저마다의 의미가 촘촘히 숨겨져 있었구나. 내게 주어지는 일상이 바로 표지milestone로구나."

일상은 고도의 상징이다. 우리가 이 몸을 입고, 이 얼굴로, 이 이름으로, 이러저러한 환경에 처하여 살아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질문해 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그저 살기 위하여, 그저 편안하고 안전하게 살기 위하여 이 생을 살아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지구별 여행자다. 우리에게 주어진 이 조건condition이야말로 고도의 상징이다.
파울로가 말한다. "나는 상징의 언어란 만물의 정기, 또는 융이 말한 집단 무의식에 도달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이해했다. 자아의 신화, 그리고 그 <단순함> 때문에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던 신의 <표지milestone>도 알게 되었다. '위대한 업'은 하 루 아 침 에 이 루 어 지 는 게 아 니 었 다. 그것은 하루하루 <자아의 신화>를 살아내는 세상 모든 사람 앞에 <조용히> 열려 있었다."

양치기 산티아고는 신학교를 나와 몇 년 동안 양을 치며 안달루시아 지방을 돌아다니고 있다. 양이 뜯어먹을 풀들을 찾아다니는 것이 그의 일이다. 그는 양떼를 데리고 해질 녘, 버려진 낡은 교회 안으로 들어선다. 지붕은 무너지고 성물 보관소 자리에 커다란 무화과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곳. 그는 지난주와 똑같은 꿈을 꾸다가 꿈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잠에서 깼다. 그리고 일 년 전, 양떼를 이끌고 찾아갔던 가게에서 만난 소녀를 떠올린다. 그는 지금 그녀를 찾아가는 중이다. 하지만 그는 소설 끝까지 그녀를 만나지 못한다. 예언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오로지 물과 먹이 이외의 다른 것을 구하지 않는 양들을 돌보는 양치기다. 하지만 예언을 들은 뒤 그는 양을 팔고 이집트로 향한다. 소녀도 만나지 못한 채.
이집트에 도착한 순간, 그는 양 판 돈을 몽땅 잃어버리고 크리스탈 가게에서 일하면서 예언을, 꿈을 잊어버리고 일상의 삶에 안착한다. 그에게 예언을 한 사람은 집시 노파와 살렘의 왕이다. 살렘의 왕은 산티아고가 <자아의 신화>를 이룰 수 있는 영혼임을 산티아고에게 알려준다.
"우리들 각자는 젊음의 초입에서 자아의 신화를 깨닫게 되지. 젊어서는 모든 게 분명하고 가능해 보여.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흐릿해지고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신화의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알려주지. 하지만 바로 그 힘이, 신화의 실현을 불가능하다고 속삭이는 그 힘이 우리의 정신과 의지를 단련시켜준다네. 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어.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지.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게 이 땅에서 자네가 맡은 임무라네."
산티아고는 크리스탈 가게에서 돈을 충분히 벌었지만, 사막을 건너면서 자신이 벌었던 것들을 몽땅 빼앗긴다. 그리고 험난한 여정의 끝, 피라미드에서 다시 마지막 지니고 있던 것마저 빼앗기지만 바로 그 순간, 자신의 것을 빼앗아 가는 무리의 우두머리로부터 마지막 표지milestone를 듣는다. 고통 속에 숨어 있는 표지,를 알아차리는 것, 일상 속에 숨겨진 표지mileston를 알아차리는 것, 그것이 깨달음이다. 그것이 도약이다.
소설의 첫 장, 산티아고가 양 떼를 몰고 도착했던 곳, 쓰러져가는 폐허의 교회, 그리고 무화과 나무. 시작과 끝은 이렇게 아름답게 맞물린다. 산티아고는 다시 폐허의 교회, 무화과 나무에 도착하기 위하여 그 멀고 험난한 여정을 경험해야만 했던 것이다.
"꿈을 되풀이해서 꾸었다고 해서 사막을 건널 바보는 없어!" 바로 이 한 문장 속에 파울로가 말하고 싶은 간절한 의미가 모두 들어 있다. 꿈꾸는 자가 되어야 한다. 꿈꾸지 않으면 삶은 하릴없이 늙어가고 낡아갈 일밖에 없다. 그러한 삶, 굳이 살 이유가 없지 않은가. 꿈꾸는 영혼은 늙지 않는다. 꿈은 날개다. 꿈을 꾸었던 자리,가 꿈을 이루는 자리다. 도약의 순간은 바로 지금, 여기.*

이서영 편집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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