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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머가 들려주는 선입견 이야기 / 조극훈

인생을 바꾸는 한 권의 책의 힘

2021년 05월 26일(수) 15:35 [순창신문]

 

ⓒ 순창신문



철학자 가다머는 1900년에 태어나 2002년에, 102년 동안의 지구별 여행을 마쳤다. 그는 매우 영향력 있는 현대 철학자 중 한 사람으로 철학적 해석학을 이야기한다. 그는 학생들이 질문을 하면 바로 정답을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나도 잘 모르겠다"며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내도록 안내했다고 한다.
필자에게도 한 명의 자녀가 있는데 철학과 4학년이다. 그는 1학년 1학기를 잘 시작하다가 2학기에는 학교를 거의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군대에 입대한 지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스스로 고백했다. 그의 꿈은 힙합을 노래하는 가수가 되는 것이다. 어느날 그의 아버지가 물었다. "너의 꿈은 고등학교 때부터 힙합가수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너는 너의 꿈을 위해 얼만큼 노력하고 있니?"
그는 아버지의 물음에 답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미래에 대한 꿈에 충분히 절박하게 접근하고 있지 않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그러더니 어느날부터인가 삶의 태도를 바꿨다.
그런 그가 제대 후 복학을 하면서 학과목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가 학교 근처에서 생활하므로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엄마가 보고 싶으면 전화를 해 우리는 하루를 내어 데이트를 한다. 그러면 그는 그동안 있었던 학교 생활에 대하여 구구절절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그가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존경하게 된 교수님이 있는데 그의 교수법이 바로 가다머와 같은 방법이었다. 학생들에게 지식을 그냥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문제를 툭 던져 놓고 그들이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질문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당혹스럽기도 하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주체적인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해 나가게 되었다.

가다머가 학생들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늘 유도하는 교수법을 사용한 것은 현명한 방법이다. 진리와 인식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스스로 묻고 대답하면서 그 의미를 <해석>해 나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어떤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긴 것도 천차만별인 것처럼, 생각하는 방식도 모두 다르다. 태어난 환경이 다르고 선천적으로 지닌 조건도 다르다. 자라면서 우리는 서서히 나만의 개성, 나만의 진리를 이해하는 방법을 터득한다. 나만의 것으로 형성된 의견은 일견 선입견이나 편견으로 파악할 수도 있다. 이 선입견과 편견을 지금까지 철학에서는 비합리적인 것으로 간주해 왔지만 가다머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성은 합리적이고 편견은 비합리적일까?
우리는 우리가 자라온 문화, 역사, 교육, 환경에 따라 각자만의 생각이나 견해를 형성하게 된다. 따라서 가다머는 바로 이 개인의 독특한 선입견이 오히려 진리를 이해하는 중요한 역할을 점하고 있다고 보았다. 이 편견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의견이 있다면 그것을 '대화'나 '토론'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수정'해 나가고 결과적으로 서로에 대한 '의견 일치'에 도달하는 과정,이 바로 서로에게 스미는 지혜로운 방법이다. 이것을 가다머는 <지평 융합>이라고 표현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자란다. “모든 이해는 선입견에 의한 것이다.”가다머는 말한다. 우리가 서로에 대한 이해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바로 그 선입견이라는 자리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이해'란 개인의 주관적인 행위라기보다는 '과거'와 '현재'가 끊임없이 용해되어 가는 전통 안에서 자기 스스로를 정립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살아온 만큼 다른 경험을 해 온 사람들이다. 가다머는 우리가 살아온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경험을 '지평'이라고 불렀다. 경험이란 수평선처럼 과거와 현재가 이어져서 생긴 것이다. 그는 우리가 태어나면서 지금까지 경험한 것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지평 또한 모두 다르다고 보았다. 이 다름 속에서 비판적 이성이 등장해 과거의 지평과 현재의 지평을 열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비판적 이성이란 나쁜 선입견을 바로잡을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나쁜 선입견과 좋은 선입견이 있을 수 있는데 이 과정 속에서 고통이나 어려움을 딛고 그것을 교정하고 서로에 대한 이견이 있다면 그것의 견해 차이를 좁

혀나가기 위해 능동적으로 '해석'하는 부단한 연습을 포기하지 않는 것. 서로 다른 자신만의 지평을 확대해 공통된 지평을 만들어 간다. 즉 다른 의견을 통합해 새로운 의견 일치에 도달하는 '지평 융합'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는 것, 그것이 성장이다.
우리는 다르다. 저마다의 견해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일견 편견 또는 선입견이라고 부를 수 있다. 우리가 가진 견해는 태어나면서 조금씩 보이지 않는 사이에 축적된 어떤 것이다. 그것은 과거에서 출발해 현재에 이르렀다. 말하자면 현재는 과거의 축적인 셈이다. 따라서 현재는 단순히 지금,을 말한다기보다는 과거에 의해 전해진 현재이다. 과거에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그(녀)에 대해 충분히 알게 되면 우리는 존재에 대한 오해를 벗어나 이해의 영역에 진입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우리는 현재 그 자체에 집착한다. 그러므로 과거가 부재한 상태에서 서로를 바라보게 되면 새로운 의견 일치, 즉 '지평 융합'에 도달하기가 어려워진다.

가다머는 '통일',이라는 언어가 획일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우려했다고 한다. 그와 그녀가 만나 한 생을 구축할 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에 대해 무뎌지고 무관심해지는 것은 서로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지속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어느 순간 멈춰버리기 때문이다. 가다머는 각자가 지닌 고유한 생각,은 존중하되 큰 테두리 안에서 서로 의견 일치를 보는 지평 융합, 그리하여 서로가 함께 존재함으로써 서로를 성숙하게 하는 폭넓은 이해를 요구한다. 이것을 많은 사람들의 관계로 이루어진 사회로 넓혀 보자면 우리 사회는 여전히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편견을 이해의 영역으로 전환시켜 사회와 세상을 폭넓게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 같다. 가다머는 그 이유가 사유의 부족에서 온다고 지적한다. 편견은 좋은 것일 수도 있고 나쁜 것일 수도 있으므로 항상 '왜?'라는 질문을 통해 새로운 사유에 도달하는 질문 정신, 비판적 이성을 키워나갈 일이다. 비판적 이성이란 생각하는 능력,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다. 새로운 해석에 도달하라. 끊임없이 대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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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편집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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