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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기가 들려주는 기학 이야기 / 이종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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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는 한 권의 책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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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5월 20일(목) 16:46 [순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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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순창신문 | |
"생각할 줄 알아야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자신의 주관에 따라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하는 힘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생각과 생각들이 쌓이고 쌓여야 올바르게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사물을 분별할 수 있는 안목이 생긴다.
최한기는 19세기 초, 조선시대 후기 학자이다. 당시 관리들은 부패할 대로 부패해서 백성들이 살기 몹시 어려웠다. 백성들이 굶어 죽어도 이런저런 명목으로 온갖 세금을 거둬들였고, 곡식을 빌려주고는 몇 배로 갚게 했다. 무게를 맞추기 위해 돌이나 모래를 섞어서 빌려주기도 했다. 죽은 사람에게도, 갓 태어난 아기에게도 세금을 거둬들였으니 백성들이 겪는 고통은 말할 수 없었다. 또한 외국의 문물이 들어오는 것을 경계해 강력한 쇄국정책을 실시하였으므로 그들의 발달한 문명 기술이 들어올 여지가 없었다. 최한기는 우리 것만 지킨다고 문을 굳게 걸어 잠궈버리면 더욱 살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선진 문물을 과감하게 받아들이고 변하는 시대에 발맞춰야 한다고 생각한 최한기는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책을 사는 데 사용했다. 한문으로 번역된 서양 과학책들을 사서 공부하고 우리나라 백성들을 위해 책을 다시 썼다. 나중에는 돈이 없어 읽은 책을 헌책방에 팔 정도로 어려워졌을 때에도 책을 손에서 떼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서양 문물과 과학을 공부해 쓴 책이 천 권이 넘는다. 그의 철학은 과학적 지식을 많이 담고 있었다. 그는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을 바탕으로 모든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당시에 만연한 미신들을 타파하기 위하여 노력했다.
그의 학문을 우리는 <기학氣學>이라고 부른다. 기는 다른 말로 물질이라고 볼 수 있다. '공기空氣', '기운氣運이 없다', '활기活氣차다', '기氣가 막히다' 등 우리가 쓰는 언어에서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를 설명하는데 최한기는 몰두했다. 세상에 있는 것은 모두 물질이다. 가장 작은 단위인 원자나 분자 같은 물질이 모이거나 흩어지면서 세상을 구성한다. 똥도 방귀도 물질이다. 최한기는 눈앞에 보이는 것이나 보이지 않는 것이나 그 근원은 모두 물질이라고 보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 공기, 돌, 물, 나무, 사람, 꽃, 책상 등 모든 것은 물질이다. 그렇다면 음악이나 마음, 생각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도 물질일까?
최한기는 그것들 또한 물질이라고 보았다. 다만 그것들은 물질 자체가 아니라 물질의 운동, 즉 물질의 움직임이 그런 것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보았다.
"하늘과 땅과 인간과 만물이 생겨나는 것은 모두 기가 변해서 만들어진다. 천지를 꽉 채우고 물건과 몸을 감싸고, 모이기도 흩어지기도 하고, 모이지도 흩어지지도 않는 것, 이 모든 것이 기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나는 하늘과 땅의 기였고 태어나면서 형체로 이루어진 기였다가 내가 죽으면 나는 다시 하늘과 땅의 기로 되돌아갈 것이다."
최한기는 우리의 생각, 감정, 과학적 법칙들 또한 기의 일종이라고 보았다. 왜냐하면 이 모든 것들은 살아 있는 생물처럼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는 기의 성질을 활발하게 움직이며 두루 돌아다니며 변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우리가 생각하거나 감정이 변화하는 것도 기가 작용하는 현상인 것이다. 기가 없다면 우리의 생각이나 감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 법칙도 마찬가지다. 기가 있고 기의 운동에 따라 법칙이 존재하게 된다. 기가 운동하는 방식이 바뀌면? 법칙도 바뀌게 된다. 이 기가 어떤 물체가 된다는 것은 기 자체가 아니라 기가 변한 질이 된다. 그래서 그것은 물질이 되는 것이다. 가령 돌하르방은 기가 엉겨 만들어진 돌이라는 물질인데 이것을 갈아 가루로 만들고 이것을 잘게 부수어 흩어지게 한다면 물질이었던 돌하르방은 기 자체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최한기는 앎에도 단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는 것과 깊이 아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것저것에 대하여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는 것이 깊이 아는 것과 같다고 볼 수는 없다. 며칠 전 공무원연수원에서 강의가 진행되었다. <마음을 치유하는 음악의 힘>에 대한 강의였는데 비티에스를 중심으로 한류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질문과 답을 주고 받았다. 청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은 어떤 음악을 좋아하세요?" 한 분이 말했다. "요즘 저는 쇼스타코비치의 재즈 앨범을 듣고 있습니다. 빨래를 개킬 때 듣고 있으면 평화로워서 좋습니다."
그는 쇼스타코비치의 재즈 앨범을 그냥 아는 것이 아니라 재즈 앨범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언제 창작되었으며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사 중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누구나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들어 그 제목과 음악을 알 수 있지만 그처럼 깊이 알게 되면 작곡가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되고 그 작곡가가 지은 음악은 점점 들을수록 다른 의미로 그에게 각인될 것이다.
최한기는 또한 과학적인 사고방식으로 앎에 도달하고자 했다. 당시에는 자연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미신이나 무속에 깊이 빠져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는 세상을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이해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앎이란, 그리고 알고 생각하는 능력이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부단한 경험을 통하여 습득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에게 경험은 매우 중요했다. "경험이 없으면 한갓 마음만 있을 뿐이니 경험이 있어야 마음이 비로소 지식을 갖게 된다. 춥고 배고프고 아픈 것도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된다. 경험으로 지식을 삼지 않으면, 경험에서 배우지 않으면 마음이 괴롭게 된다. 사랑과 공경도 날 때부터 아는 것이 아니라 보고 듣고 깨닫고 경험한 이후에야 습득되는 것이다."
그는 아는 것은 경험에서 출발한다고 본다. 경험이란 눈, 코, 귀, 입, 피부 등의 감각기관을 통해 맛보고 느끼고 만져보고 들어보면서 마음에 기억시키는 과정이다. 이러한 감각기관을 통한 경험으로 아는 것을 '형질통形質通'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깊이 알려면 사물의 원리와 법칙을 배워야 한다. 이것을 미루어 헤아린다는 의미의 '추측통推測通'이라 했다. 그리고 미루어 헤아린 생각들을 검증을 통해 최종적으로 알게 된 지식, 이것을 '증험證驗'이라고 불렀다. 증명을 통한 체험,이라는 뜻이다. 알아가는 과정, 그것이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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