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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의 계보 / 인생을 바꾸는 한 권의 책의 힘

프리드리히 니체

2021년 04월 21일(수) 15:56 [순창신문]

 

ⓒ 순창신문



프리드리히 니체는 1844년, 지구별에 도착해 1900년에 지구별을 떠났다. 루터파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니체가 6살이 되기 전에 세상을 떠났고 그는 어머니와 여동생, 할머니와 두 이모 등 여자들 틈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남성성을 배우고 익힐 아버지 같은 존재가 그에게는 부재했다. 매우 뛰어난 학생이었던 니체는 대학 졸업 논문을 제출하기도 전에 박사학위와 교수 자격증을 획득했다. 칸트와 쇼펜하우어 철학에 심취했고 곧 이들을 넘어서 다른 세상에 도달한다. 26세에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에서 위생병으로 근무했고 이질, 디프테리아, 매독에 걸렸다. 편두통, 불면증, 온갖 고통을 겪으면서도 연구하고 사색하고 책을 쓰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니체는 당시 독일이라는 시대를 '허무주의적'이라고 규정지었고 당시 독일에 팽배한 기독교, 민족주의, 반유대주의를 '적극적, 긍정적 가치가 결여된 문화적 타락의 징후'라고 평가했다. 문헌학에서 철학으로 관심의 영역을 돌린 니체는 1872년,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의 현신으로 여겨진 리하르트 바그너를 위해 첫, 책 <비극의 탄생>을 쓰고 곧 그와 결별한다. 바그너가 바로 니체가 그토록 경멸했던 반유대주의자, 독일민족주의자였기 때문이다. <도덕의 계보>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선과 악을 넘어서> 이후 세상에 나온 그의 저서이다. 니체가 1889년, 45세의 나이에 쓰러져 11년 간 식물인간으로 살다 세상을 떠난 뒤에 니체의 누이 엘리자베스는 니체의 사상을 왜곡, 자의적 선별 출판함으로써 니체를 나치 사상에 공헌한 철학자로 변질시켰다. 따라서 20세기 중반까지 니체에 대한 이러한 오해는 지속적으로 그의 사상에 오점을 남겼다. 그러나 20세기 사상에 니체는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거의 모든 철학적 운동에 '영감'을 부여하는 존재가 되었다. 하이데거, 미셀 푸코, 토마스 만, 조지 버나드 쇼, 예이츠, 제임스 조이스, 데리다, 사르트르, 니코스 카잔차키스 등은 니체의 후광을 받은 학자들이다.

'권력에의 의지'는 <도덕의 계보>에서 나오는 유명한 니체적인 용어다. 니체는 권력에의 의지를 '삶의 본질'이며 '자유를 향한 본능'이라고 보았다. '권력'이라는 단어가 매우 정치적이어서 혹자는 '힘'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힘에의 의지', 이것은 힘을 '향'한 의지, 혹은 권력을 '향'한 의지이다. 누구나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이 힘의 우위에 서기를 원한다. 학교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학생들을 괴롭히거나 못살게 하는 아이들은 사실은 물리적인 힘으로 우월함을 느끼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강박적으로 1등을 해야 하는 학생이 있다면 그는 다른 친구들보다 성적에서 권력을 행사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맘에 드는 친구들끼리 몰려다니면서 질투나 경쟁의 대상이 되는 아이들을 따돌리는 것도 사실은 배타성이라는 권력을 실행하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미묘한 감정 싸움을 하는 것도 사실은 둘 사이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권력의지의 발현이다. 심지어 니체는 남을 돕는 행위 또한 본질적으로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우월감의 발현일 수도 있다고 본다. 이렇듯 니체는 권력에의 의지가 세상 모든 존재의 행위에 동기를 부여하는 근본 추진력이라고 주장한다.

'삶을 향한 의지'와 '권력을 향한 의지' 중 어떤 것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까.
최근 개봉된 영화 중에 '자산어보'가 있다. 이 영화는 정약전이 흑산도에 귀양을 가서 어떻게 '자산어보'를 쓰게 되는가에 관한 이야기이다. 영화 서두에 정약전, 정약용, 정약종, 세 형제가 서학꾼으로 몰려 고문을 당한다. 정약종은 당당하게 서학꾼임을 선언함으로써 사형을 당하게 되고 정약전과 정약용이 남아 감옥에 갇힌다. 맏형인 정약전은 동생 정약용을 살리기 위해(영화 말미에 가면 정약전이 얼마나 서학을 가슴으로 받아들였는지 알게 되지만) 자신이 배교를 하였음을 사람들 앞에 공표함으로써 정약용의 목숨을 구하고 두 사람은 귀양을 가게 된다. 처음에는 약전을 강진으로, 약용을 흑산도로 보내자고 하는데 한 관료가 나서서 이렇게 말한다. "처음에는 약용이 더 위험한 자라고 생각했소. 그러나 이제 알고 보니 약전이 더 위험한 자요. 그를 흑산도로 보냅시다."
말하자면 자신의 명분을 위해, 의미와 가치를 위해, 먼 곳으로 유배를 가고 그곳에서 자신의 원칙과 명분을 실현해나가는 정약전은 신념의 독립성이 주는 권력을 더 가치 있게 보는 사람인 셈이다. 니체는 권력에의 의지를 자유를 향한 본능과 동일시하는데 바로 정약전의 경우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니체 철학은 니체만의 새로운 용어들을 이해해야만 한다. 하이데거 또한 자신만의 철학적 용어를 100개도 넘게 새로 규정하였는데 니체 철학 또한 그만의 용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책을 읽어내려갈 수가 없다. <승화>는 권력을 향한 순간적인 본능을 스스로 억제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폭력이나 분노를 발산할 만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것을 참아내고 그 본능을 내 마음속으로 돌리면 마음과 의지가 더 강해질 수 있다. <관점주의>는 진리에 대한 니체의 입장으로 절대적인 진리는 없으며 우리 각자가 취하는 관점이 모두 다르다는 것. 예를 들어 진리는 마치 조각상과 같아서 그것을 한 면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올바로' 감상하는 방법이 아닌 것처럼 진리 또한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아야만 한다는 원근법주의를 뜻한다. <노예도덕>이란 가난하고 병들고 불행하고 억압받고 학대당하는 노예 계급의 윤리로 이들은 주인의 삶을 '악'으로 보고 자신들의 불행을 '선'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주인도덕>은 건강하고 돈도 많고 즐거운 귀족 계급의 윤리로 이들은 스스로를 '선'이라고 생각하며 노예들의 운명을 '악'한 것으로 규정한다. 니체의 관점주의를 이 노예도덕과 주인도덕에 대한 설명에서 발견할 수 있다.
니체의 <도덕의 계보>를 조목조목 설명해주는 <스파크노트>를 먼저 읽고 선지식을 준비한 다음 원전으로 다가가면 훨씬 즐거운 독서가 가능하다. 세상의 모든 것은 아는 만큼 재미있어진다. 우리, 늘 편견과 가면을 들춰내는, 융통성 있는 '자유정신의 소유자'가 되자.*

이서영 편집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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