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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포퍼가 들려주는 열린사회 이야기 / 이한구

인생을 바꾸는 한 권의 책의 힘

2021년 02월 25일(목) 16:11 [순창신문]

 

ⓒ 순창신문



칼 포퍼는 1902년 지구별에 도착했다. 오스트리아 빈. 유대인 집안이었고 공부하고 사유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 성장했다. 그가 선택한 공부는 과학철학. 32세에 <탐구의 원리>를 출간, 영국 대학에서 강의하고 뉴질랜드에 도착, 철학교수가 되었다. 히틀러가 장악한 유럽에서는 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난 후 영국에서 논리학과 과학방법론을 가르쳤다. 과학철학자로서 그는 또한 사회, 정치 문제를 민감하게 사유하였고 그래서 현대 사회철학의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한다. 그는 1945년, 전쟁이 막 끝난 후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라는 저서를 내놓았고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생존을 위해 그를 나라 바깥으로 내몰았던 열악한 환경이 그에게 사회를 통찰하도록 강요했을 것이다. 그는 인류의 역사를 열린사회와 닫힌사회가 길항하는 투쟁의 역사로 파악했다.
원래 열림과 닫힘은 심리학에서 사용하던 용어라고 한다. 열린 성격의 사람은 이성적이고 자신만을 주장하지 않으며 합리적인 선택과 결정을 하고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 지나치게 주관을 내세우지 않는다. 다른 사람과 자신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음을 객관화해서 판단하는 것이 가능하다. 반면에 닫힌 성격, 혹은 폐쇄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은 충동에 쉽게 사로잡히고 논리적 일관성이 부족하고 감정적이다.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도 자신만의 가치관과 주장을 기점으로 그(녀)가 자신과 얼마나 다른지를 판단한다. 이렇게 개인의 성격이나 정신적인 심리 상태를 파악하는 용어였던 것이 점차 사회, 문화적 범위로까지 확대되기에 이른다. 열린 정신에 기초한 사회를 열린 사회, 닫힌 정신에 기초한 사회를 닫힌 사회라고 부른다.
포퍼는 히틀러가 장악한 전체주의 사회를 경험했다. 유대인이었으니 그가 느낀 위기의식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는 전체주의 사회를 분석한다. 전체주의 사회는 말 그대로 전체를 위해 개인이라는 존재를 철저히 무시한다. 개인은 전체의 발전과 존속을 위한 부속품에
불과하다. 전체가 없다면 개인도 없다. 이것을 '사회 유기체 이론'이라고 한다. 집단의 이익과 목적에 부합하지 못하는 개인은 존재이유가 없다. 개인은 항상 전체를 위해서만 존재한다. 칼 포퍼는 이러한 전체주의 사회를 닫힌 사회라고 불렀다. 집단의 의견과 다른 의견은 철저히 무시된다. 닫힌 사회에 사는 국민이나 시민이나 군민은 통치자의 정책을 비판할 수도 없고 비판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통치자 자신의 주장과 고집대로만 모든 정책의 방향이 설정된다. 자신의 눈에 거슬리는 사람은 제거된다. 사회 전체의 이익을 명분으로 사람들을 억압하고 통제한다. 전체주의 혹은 닫힌 사회의 윤리적 이념은 공리주의에 있다. 공리주의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한다. 겉으로 보아 매우 멋지고 좋은 체제인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포퍼는 지적한다. 공리주의는 소수 개인의 희생을 당연하게 간주한다. 그러나 다수의 행복을 위하여 소수의 고통과 희생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고 그는 말한다.
공리주의의 허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포퍼는 지적한다. 예를 들어 5명의 사람의 행복 지수가 각각 10이면 그들의 행복지수의 총합은 50이다. 또 다른 5명이 있다. 이들 중 한 명의 행복지수는 0이지만 다른 4명의 행복지수는 각각 20이다. 그렇다면 이들 행복지수의 총합은 80이다. 두 그룹 중 어떤 그룹의 행복이 더 클까. 한 사람의 행복지수가 0이라는 의미는 나머지 4사람의 행복을 위해 한 사람의 행복이 무시되거나 침해받고 있다는 반증이다. 독단이 지배하는 독재사회는 전체주의적 사회이고 공리주의를 내세우며 개인을 전체의 일부나 부품으로 간주한다. 전체주의는 사회를 하나의 생명체로 본다.
반면 열린 사회는 개인주의적 사회이다. 개인주의는 사회를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개인들이 모여 사는 집합으로 본다. 사회는 개인주의적 입장에서는 개인들이 함께 모여 사는 공동체일 뿐이다. 개인주의는 개인의 독립성과 자율성, 권리를 주장하지만 그만큼 타자의 권리와 자율성 또한 존중한다. 따라서 개인주의는 이기주의와는 다르다. 개인주의는 개인을 중심에 두지만 개인'만'을 중심에 두지 않는다. 반면 이기주의는 자기 자신'만'을 염두에 둔다. 개인주의의 반대말은 집단주의이고 이기주의의 반대말은 이타주의다. 따라서 전체주의 사회는 닫힌 사회이며 집단주의이고 이기주의적인 사회, 즉 집단이기주의적 사회를 형성한다. 따라서 포퍼가 주장하는 열린사회는 개인주의와 이타주의를 합한 사회를 말한다. 때로는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해 나 자신의 이익을 희생할 수도 있는 사회다.
포퍼는 진정으로 열린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가지느냐보다 얼마나 고통을 '덜' 받느냐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최대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공리주의 원칙을 이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의 '최소 고통'을 추구하는 부정적 공리주의 원칙으로 바꾸는 것이다. '행복의 극대화'가 아니라 '고통의 최소화'를 추구하라. 5명이 모여 80의 행복을 가졌다 하더라도 한 사람의 행복이 0이면 안 되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그가 말한다. "내가 틀리고 당신이 옳을지도 모른다. 혹은 우리 모두가 틀릴 수도 있다. 그러나 비판적 논의에 의해 우리는 진리에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그렇다. 이것은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와 집단을 형성해 살아가는 우리는 늘 열린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사회의 구성원이다. 따라서 늘 내가 속한 사회를 관찰하고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변화에 동참해야 한다. 열린사회는 통치자의 정책이 올바르지 않다고 판단되면 근거를 들어 비판하고 탄력 있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정책들이 수렴될 수 있도록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한 사회여야 한다. 그래서 포퍼는 열린사회란 자유주의 사회의 다른 이름이라고 말한다. 자유주의 제도 안에서 누구든지 자신의 이익을 자유롭게 추구하고 어떤 제도의 유지나 변경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사회, 그런 열린사회에서 지금 우리는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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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편집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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