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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장맛비 속 시골, 그 꽃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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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골살이 / 시골살이를 담은 에세이이자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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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8월 05일(수) 16:04 [순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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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순창신문 | |
2020년 7월은 기록될 해이다.
장맛비로….
장맛비는 쑥쑥 자라는 들풀 같다. 7월 계속되는 장맛비에 밭에 나가보지도 못하고, 밭작물을 들풀과 놀게 내버려두었다. 가끔 심술궂게 밭작물 옆에서 너무 놀면 “잡초하고 놀지 마.” 이런다. 정말 이런 장맛비에는 아스팔트도 뚫고 들풀이 자랄 기세니 시골 맨땅은 오죽하겠는가. 돌아서면 들풀이 쑥쑥 자라 있다.
이 풀숲을 타고 누가 온 모양이다. 밖에서 키우는 개가 짖다가 말다가 하길래 다용도실에서 바깥으로 나가는 문을 연 순간, 깜짝 놀랐다. 문 모서리에서 몸을 움츠리고 있던 작은 뱀 한 마리가 개를 향해 몸을 뻗으며 혀를 냉큼 내밀었다. 개는 다가서려다 몸을 빼며 멍멍 짖었다. 더 큰 뱀이었으면 나까지 기절할 뻔했다. 뱀에 물린 동네 어르신들 이야기는 들었어도 내가 당할 뻔하기는 처음이다. 작대기로 들어올려 풀숲에 던져버렸다. 풀이 자라지 않았을 때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뱀이 저 풀숲을 헤치고 다닌다니 신경이 곤두섰다.
나는 시골룩의 완성은 장화라고 생각한다. 물론 패션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다. 사나운 꼴 안 보려면 장화를 신는 게 좋다. 그런데 동네 어르신이 들려준 뱀 물린 이야기는 마치 잔혹동화같다. 어느 봄날로 시작된다. 장화 안에 아기뱀이 잠자고 있었다는….
시골의 두 얼굴은 어쩌면 이런 모습이다. 밖에서 본 시골은 초록의 옷을 입고 논밭에도 초록 작물들이 자라난다. 안에서 본 시골은 들풀의 무성함과 축사라도 옆에 있으면 창문을 열어놓기가 쉽지 않다. 뱀뿐인가, 고라니, 맷돼지도 먹을 걸 찾으려 풀숲을 헤치고 밭으로 내려온다. 콩밭을 헤집어놓는다. 그런데 도로가에 차에 치여 쓰러져 있는 고라니를 보면 불쌍하다. 묻어주고 싶은 심정이 든다. 차마 차를 세우고 내리지도 못하면서 한마디 한다.
“장맛비도 그쳤는데 츤츤히 장감장감 걷제, 미친놈처럼 허평대평 도로로 뛰어드냐. 솔찬히 아고똥한 놈이여.”
여기 순창사람 다 된 듯이 말한다. 시골은 분명 도시와 생태계가 다르다. 나는 도시에서 동화작가들과 만나는 일이 잦았다. 도시 아이들은 학원 쫓아다닌다고 자연을 벗할 시간도 없다며 자연의 생명력을 노래하는 작품을 쓰고 싶다는 작가가 있었다. 아마 자연은 저만치 있는 이야기를 쓸 게 뻔하다. 풀 한포기 못 자라게 아스팔트가 깔리고, 콘크리트 아파트로 숲을 이룬 건 어쩌면 아이들을 키우기에 좋은 환경(?), 덜 자연친화적인 도시 생태계를 만든 것이다. 시골은 자연친화적인 생태계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풀숲을 헤치며 걸으려면 진드기 기피제를 뿌리고, 장화를 신어야 한다. 조금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곳이다. 나는 자연친화적인 동화를 쓸지 모른다. 자연의 생명력을 조금 비틀어서 시골스럽게….
오후 들어 장맛비가 그쳤다. 밭작물도 살필 겸 밭으로 난 들길을 걸었다. 여름에 피는 들꽃이 군데군데 소복하게 피었다. 주황색 왕원추리, 붉은토끼풀, 딱지꽃, 자귀나무꽃, 낭아초…, 사실 꽃이름은 사진 찍어서 다음(Daum) 꽃검색에게 물어봤다. 자연과 그렇게 가까이 살아도 들꽃이름은 모르겠다. 나는 풀숲에 자라는 이 이쁜 들꽃을 사랑해서 예초기도 잘 손에 안 든다.(?) ‘다 베어버리면 이 사랑스런 꽃들을 못보고 어떡해.’ 한다. 장맛비에 영롱한 꽃망울을 피우는, 남몰래 피고 지는, 해지는 들녘에 연인 같은 꽃이다. 이 꽃들과 꽃잠에 빠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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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 편집위원 기자 “” - Copyrights ⓒ순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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