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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 / 인생을 바꾸는 한 권의 책의 힘

2020년 06월 24일(수) 16:38 [순창신문]

 

ⓒ 순창신문



어제였던가. 시골 골목길을 걸었다. 한켠에는 탱자나무가 빼곡하게 겹겹으로 몸을 섞으며 뾰족한 가시덤불로 웅크리고 있다. 다른 한켠은 듬성듬성 풀들이 자라고 있다. 양귀비가 한 송이 피었다 지는 중이다. 주황빛 선명했을 때는 그리 아름다웠을 양귀비는 이제 꽃잎 끄트머리부터 바랜 신문지 빛깔이다. 그리고 꽃마리. 눈곱만큼 작은 꽃마리들이 길 한쪽으로 길게 피어나고 있다.
다시, 하늘빛 정원이 떠오른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북카페 앞에 무성무성 피어나던 꽃마리들을 잡초라고 모두 거둬버린 그녀가 떠오른다. 그 꽃마리들은 지금 바짝 말라 오디나무의 거름으로 썩어가고 있다. 대부분의 농부들 또한 그녀와 같을 것이다. 수확해야 할 것들 외에 피어난 것들은 모두 잡초라고 생각하겠지. 그것이 어른들의 셈법이다. 효용에 따라 가치가 정해지는 것. 그리고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그래서 정채봉이라는 사람은 참 신선하다. 나이를 먹지 않는 어른. 늘 어린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았던 사람. 어른들이 잡초라고 모두 뽑아버릴 풀들에 대한 애정을 동화로 써서 우리에게 선물하는 사람.
그는 1946년에 지구별에 도착해 2001년, 55년이라는 짧은 여행을 마치고 왔던 곳으로 돌아갔다. 그는 어디에서 출발해 이 지구별을 다녀간 것일까. 우리에게 어떤 소식을 전하고 싶었을까.
그의 [제비꽃]을 몇 달 전부터 곁에 놓아두었다가 이제야 펼친다. 그가 지구별을 떠난 2001년에 나온 책이다. 그의 동화 19편이 실려 있다. [천년학] [오세암]은 영화로도 본 적이 있다.

동화童話는 말 그대로 아이들의 이야기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어른이 쓴다. 그리고 아이들이 읽을까? 아니다. 정채봉의 이야기들은 어른들에게도 많이 읽혔고 이미 어린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어른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그는 몸은 점점 어른이 되어 갔어도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줄 알았던 드문 영혼이었던 것 같다.

그의 어머니는 스무 살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어머니를 기억하지 못한다. 아버지는 일본에 가서 돌아오지 않아 할머니 품에서 자랐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그를 눈물 많은 사람으로 만들었고 섬세한 감수성을 잃어버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는 자주 눈물을 흘리고 무시로 엉엉 울기도 했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미처 성장하지 못한 그의 마음속 어린아이가 그의 진정한 정체가 아니었을까.

[제비꽃]을 읽는다. 제비'풀'이 있었다. 그는 팬지 화분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었다. 팬지 화분은 화원에서 한 집으로 팔려왔다. 병아리 솜털 같은 봄볕을 쬔 며칠 후 화분에서 제비풀이 땅속에서 쑤욱 올라왔다. 놀란 팬지가 제비풀에게 물었다. "넌 누구야? 왜 여기 있지? 어떻게 숨어 들어왔어?" 제비풀이 말한다. "숨어든 게 아니에요. 겨울잠을 자고 있는데 꽃집 아저씨가 들로 나와 자고 있는 나와 내 이부자리인 흙을 한꺼번에 퍼담아 화분에 넣었어요. 그러니 내가 여기 있는 것은 내 잘못이 아니에요."
조용히 팬지의 눈치를 보며 조금씩 키를 키우던 제비풀은 한 귀퉁이에서 숨죽이며 지낸다. 그러다가 결국 화분에 물을 주러온 주인에게 들켜버린다. "잡초네. 뽑아 버려야지!" 그 순간 "아빠! 안 돼요. 그 작은 풀을 뽑으면 안 돼요!"
이렇게 말하며 막아서는 주인 아들 승태 덕분에 겨우 살아난다. 승태는 아빠에게 이렇게 말한다. "어른이 있으면 아이도 있듯이 이런 풀도 있어야 해요."
시간이 지나 팬지가 꽃망울을 터뜨리더니 눈부시게 아름답게 피어난다. 승태도 곧 제비풀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제비풀은 팬지의 환한 미소에 풀이 죽기도 하고 샘이 나기도 하고 슬퍼 울먹이기도 한다. 그런 제비풀을 늙은 선인장이 달래 준다. "용기를 가지렴. 너도 '꽃'을 가진 풀이야. 귀를 기울이고 네 몸 속의 소리를 들어봐. 꽃을 피워내려고 열심히 물을 길어 올리는 두레박소리가 들릴 거야."
오랜 세월을 승태네 집에 살면서 어떤 어려움에도 꿋꿋이 나이 들어가는 슬기로운 선인장에게 제비풀이 묻는다. "아름다움이란 뭔가요?" 선인장이 대답한다. "아름다움이란 꽃이 어떤 모양으로 피었는가가 아니란다. 진짜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에게 좋은 뜻을 보여주고 그 뜻이 상대의 마음속에 더 좋은 뜻이 되어 다시 돌아올 때 생기는 반짝임, 빛남이란다."
제비풀은 선인장의 말을 온전히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때부터 [마음]을 굳게 가진다. 그는 팬지꽃에게 비굴하게 허리를 굽히지 않고 아양을 떨지도 않는다. 좋은 것만 보려는 마음으로 온전히 하늘을 바라보고 비와 바람을 맞아 들인다. 자신에게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5월. 하루, 이틀, 사흘,···. 승태가 아파서 드러눕자 온가족들이 승태만 생각하느라 집안 화분의 꽃들은 하나둘 시들어간다. 팬지, 제라늄, 튤립 등 온실에서 자란 꽃나무들이 시들어갈 때 오직 제비풀만 꿋꿋하게 참고 견디면서 드디어 별 같은 꽃봉오리를 부풀려 터뜨린다. 이때 승태의 눈길이 제비'꽃' 언저리에 가닿는다. 승태가 말한다.

"그래, 나도 참고 이겨 낼 테다!"
아빠는 소중하게, 시들어버린 팬지꽃 곁에 별처럼 피어난 제비꽃을 두 손으로 들어 승태의 머리맡에 옮겨 놓는다. 승태와 제비꽃은 서로를 바라본다. 반짝반짝, 서로에게 빛나는 존재가 된다. 아름다움이 빛난다.*

ⓒ 순창신문

이서영 편집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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