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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에는 [설공찬전]이 있습니다 (기획 5-1)

1 지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

2020년 09월 02일(수) 14:56 [순창신문]

 

ⓒ 순창신문




1 지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
순창에는 [설공찬전]이 있다. 1511년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한문소설 [설공찬전]. 1996년 이복규교수에 의해 국문번역본이 발견됨으로써 국문소설이 [홍길동전] 이전에 이미 존재하였음을 실물로 확인하게 되었다. 한글이 창제된 해는 1446년이다. 그렇다면 [설공찬전] 국문번역본은 한글이 창제된 후 활발하게 민중 속으로 스며들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소설을 국문번역한 첫 사례는 중국소설의 번역이 아니라 [설공찬전] 번역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최초의 중국소설 번역은 1543년의 [열녀전]으로 기록되어 있다.
필자는 최근 정읍시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난 2019년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무성서원]에서 인문 강의를 요청받아 진행했다. 필자의 강의를 들었던 청강생들은 서울, 전주, 김제 등 다양한 도시에서 모여들었다. 9세기 통일신라 말기의 학자였던 고운 최치원이 태산 군수로 재임 중 쌓은 8년 동안의 치적을 기리기 위해 그가 태산을 떠난 뒤에 창건된 서원이다. 대부분의 서원은 마을에서 풍수지리가 좋고 경관이 빼어난 곳에 위치하지만 [무성서원]은 마을 깊숙한 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신분 차별 없이 학문의 기회를 제공하여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 활용하고 마을 사람들이 소통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 했다고 한다.
[무성서원]은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인식된 장소는 아니었다. 그러다가 지난 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9개의 서원 중 하나로 지정되자 이곳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장소가 되었고 타지에서 1박을 하며 [무성서원]을 느끼고 돌아보고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우리는 여기에 주목해야 한다.
순창에는 [설공찬전]이 있다. [설공찬전]은 순창 금과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다. 이 사실은 상당히 의미롭다. [설공찬전]은 국문학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공찬전] 한문본은 아직까지는 발견되지 않았다. 조정에서 모두 불태워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1996년을 기점으로 우리는 국문번역본 [설공찬전]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3천4백7십2자밖에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3천4백7십2자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최근 이서영 작가가 [다시 쓰는 설공찬전]을 집필했다. 이복규 교수는 이 책이 3천4백7십2자를 훼손하지 않고 원전에 충실하게 재창작된 최초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 책은 전국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초중고등학교를 중심으로 보급된다면 순창을 배경으로 하는 [설공찬전]을 인식시키고 대중화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리라 예상된다. 또한 김재석 작가의 다시 쓰는 [설공찬전]이 집필 중이다. 다양한 [설공찬전]이 세상에 나와 다양한 독자들과 눈을 맞춤으로써 [설공찬전]이 [홍길동전]만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필자의 [무성서원] 강의 제목은 [지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이었다. 사람들이 [무성서원]을 자발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청강생 중 한 명이 말했다. "우리들은 역사 공부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독서모임도 만들었어요. 지난 2019년에 9개의 서원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전국을 돌면서 이 서원들을 답사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설공찬전]이 순창을 배경 공간으로 삼고 있으며 국문학사적으로 매우 의미로운 작품이라는 사실에 주목하자. 우리는 [설공찬전]을 공부해야 한다. [설공찬전]을 모르는 순창군민들이 없어야 한다. [설공찬전]이 순창군민들의 자부심이 되어야 한다.
순창군내 한 중학교 국어선생님이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순창에 사는 학생들이 순창이라는 특수한 공간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그저 시골 마을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내가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자부심은 그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또한 자발적으로 전국에서 사람들이 걸어올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 [설공찬전]에 대해 농담을 건넬 수 있을 만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이서영 편집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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