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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 삶, 기억 아카이브 연대’를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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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골살이 / 시골살이를 담은 에세이이자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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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5월 27일(수) 16:33 [순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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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순창신문 | |
어느 날 새벽, 잠에서 깬 나는 스스로에게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의문 부호를 달았다. 순창으로 귀농해 이제 만 5년을 보냈다. 잘 정착하고 있는지, 또 누군가에겐 힘이 되고 있는지, 어떤 모습으로 나를 그려왔는지 잠잠히 생각에 잠겼다. 처음 시골에 올 때는 글 짓는 농부로 살고 싶었다. 언어로 땅을 갈고, 씨앗을 뿌리며 글밭을 꾸려가려 했다. 시골 삶을 몸으로 느끼며 농촌의 가치, 농부의 삶, 농업의 미래에 대한 담론을 글에 담고 싶었다.
지금 나는 반농반X의 삶을 살고 있다. ‘반농반X의 삶’을 쓴 시오미 나오키처럼 반은 블루베리 농사를 지으며 반은 순창군 귀농귀촌 일을 돕는 협의회 사무국장으로 일을 하고 있다. 글은 가뭄에 콩 나듯이 쓴다. 나의 책상머리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 작가다.’ 아직은 설익은 관찰자의 눈으로 시골의 삶을 ‘왓칭(Watching)’만 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나를 의문시하며 지켜만 볼 수는 없을 터이다. 나는 순창에서 다양한 지역민을 만나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한 마디는 ‘지역소멸’이었다. ‘예전과 다르다.’란 말들을 많이 했다. 이러다 순창군이 인구감소로 인해 행정적으로 없어지지 않을까 염려했다. 나는 그 마음에 동조하면서도 귀농귀촌인 특유의 의문이 들었다. 지역소멸은 추세에 가까워서-과학적으로 말하면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쪽으로- 이것을 되돌리려면 엄청난 반대 에너지가 필요하다. 엎어진 물을 주워 담는 것과 비슷하다. 귀농귀촌도 사실은 그 소멸시기를 늦추는 정도이다. 추세만 놓고 본다면 우리는 생각을 달리해야 하지 않을까? 소멸에도 철학이 있어야 한다. ‘사라질 것을 걱정하느니 내가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를 한번쯤 생각해 볼 시간이다.
이쯤에서 순창이라는 어메니티(amenity)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순창이라는 공동체 삶이 가지는 특별한 이야기. 어메니티는 간단히 말하면 그 지역 특유의 맛, 빛깔, 냄새이다. 나는 귀농 전에는 순창을 장류의 고장으로 기억했다. 장을 담기 좋은 섬진강의 맑은 물, 안개일수, 습도 등 천혜환경과 고추장 진상 유래가 담긴 만일사로부터 모 중견기업의 ‘순창고추장’ 홍보효과까지 조화를 이뤄 순창을 보는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큰 지류의 장류문화가 순창을 흐른다면 가지처럼 뻗어 있는 개천도 있기 마련이다. 여기 들어와서야 나는 그 개천이 눈에 들어왔다. 지류로 흘러들어가 묻히는 개천 하나하나를 복원해 순창이라는 전체 지도를 그려보는 것. 이 지도의 모습이 나오면 순창은 단지 장류의 고장, 그 너머의 공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나는 이 지도를 다른 말로 ‘순창 삶, 기억 아카이브 연대’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 일을 위해 순창의 지인들과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다. 순창 삶, 기억 아카이브 연대는 민간차원에서 벌이는 순창의 문서보관소 기능 정도는 아니다. 물론 이런 전시 공간 마련도 필요하다. 견물생심이라고 눈으로 보면 마음도 생기게 마련이니 말이다. 이런 전시 커뮤니티 공간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 가상의 기억보관소를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순창 삶, 기억 아카이브 연대’ 앱을 제작하여 공동체의 삶을 채집하고 기록, 스토리텔링(이야기꺼리 만들기)하여 손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아카이브 작업을 해야 한다. 도서관으로 비유하면 타 지역 출판사의 책을 나열해 놓은 판박이 도서관이 아니라 순창만의 도서관을 가지는 일이다. 유튜브로 보면 순창 개개인의 유튜브 방송을 순창TV라는 유튜브 방송 안에 다 담아내는 일이다. 순창만의 유튜버 채널을 하나 갖는 것과 같다. ‘디지털 놀이터’ 순창의 어제, 오늘, 내일을 담을 가상의 놀이터를 민간차원에서 하나 만드는 일이다. 아마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개개인의 고유 가치가 한자리에 모인다면 전혀 다른 공동체의 가치로 변할 것이다. 세포 하나하나의 기능은 단순해 보이지만 모아지면 인간의 모습을 갖추는 것처럼….
순창 삶·기억 아카이브 연대에는 다양한 회원의 힘이 필요하다. 채집 능력이 있는 지역신문 기자, 사진작가, 유튜버, 지역출판작가, 인쇄출판인, 관공서 직원 등은 물론이고, 지역 어메니티를 탐구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개방된 마음으로 문을 열어두어야 한다. 모든 자료는 공유의 원칙에 따라 사적인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한 자유롭게 이용 가능해야 한다.
회원 간 연대의 힘을 통해 아날로그 공간에는 출판 인쇄 기록물들을 모으고, 디지털화를 통해 쉽게 검색할 수 있는 아카이브 작업과 순창이라는 상품으로 인문, 예술,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스토리텔링 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그리고 그 모토는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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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삶을 기억합니다
by 김재석
그대를 기억한다, 는 말 꼭 듣고 싶었습니다
나조차 나를 잊어가는 날들
수묵화의 먹물마저 바래지고
나는 빈 화선지로 말라갑니다
말라간다, 는 나를 잊었다는 말로
낙엽 엽서는 보내지 마세요
말라가는 파문이 퐁당퐁당 동그라미처럼 퍼져가는
저물녘 냇가에서
그대를 아주 많이 바라보다
내가 취했나 봅니다
그대를 담으려 한 발을 내딛습니다
그대도 나를 담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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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 편집위원 기자 “” - Copyrights ⓒ순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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